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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왕수 Sep 09. 2018

목표가 있는 삶의 행복감

누구나 목표를 가질 수 있다

얼마전 정장을 맞추러 한 테일러샵에 갔다. 지인들 몇몇에게 추천을 들을만큼 꽤나 유명한 곳이었는데 막상 만난 사장님은 생각보다 젋었다. 정장에 대해 일자무식인 나에게 원단과 스타일을 하나씩 선택하는 과정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궁금한 점이 많아 끊임없이 질문을 쏟아냈다. 많은 질문들에 초심자가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주시는 사장님의 모습에서 적잖은 내공이 느껴졌다. 급기야 언제 어쩌다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물었다. 사장님은 소위 말하는 '열정페이'를 받으면서 패턴, 재단, 생산, 세일즈 업무를 두루 거쳤고, 견습생으로 시작한 지 3년만에 창업을 해 지금 이 가게를 차렸다고 했다. 굉장히 짧은 기간에 창업을 한 비결을 묻는 질문에 사장님의 답변은 간결했다.


"저는 목표가 있었거든요"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목표가 있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 행복하다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목표의 성취와 행복도가 가지는 상관관계는 그렇게 높지 않다는 점이다. 복권에 당첨되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상상을 하지만, 막상 복권당첨후 인생이 망가졌다는 기사가 나오는 현실이 이를 방증한다. 목표의 성취여부와는 무관하게 목표를 두고 그것을 달성하려고 노력하는 과정만으로도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흥미로운 부분이다. 그런데 주위를 보면 목표를 설정하는 것 자체도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있다. 목표의 달성은 둘째치고 도대체 뭘 해야할 지 모르겠다는 것이 그들의 반응이다. 그들은 크든 작든 목표를 정하고 이를 위해 노력해가는 다른 사람들이 마치 대단한 능력을 가진 것처럼 말하곤 한다. 


목표를 정하는 일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은 대개 목표를 통해 거창하고 대단한 감정을 느끼고 싶어한다거나 시간을 완벽하게 보내고 싶어하는 강박적인 성향이 있다. 이런 성향은 목표를 세워보지 않은 초심자일수록 더 자주 발견된다. 처음이라는 단어에는 설렘만큼이나 주저함의 비중도 많이 섞여있다. 처음 목표를 세우는 사람들은 이왕이면 남들한테도 당당하게 내세울 수 있는 대단하고 의미있는 것을 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세상일에 어디 그런 것이 있으랴. 이런 사고방식은 처음 스케이트를 타면서 빙판에서 멋지게 스핀을 돌고 싶다고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목표를 세우고 달성을 위해 노력해본 경험이 적을수록 작은 목표부터 시작하는 게 맞다. 남들 다 하는 아침 일찍 일어나기나 운동가기와 같이 소소한 (하지만 달성이 생각만큼 쉽지 않은) 목표를 가지고 시작해야한다. 목표의 크기와 무관하게 사람들은 자기만의 골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더욱이 사람의 행동에는 관성이 있어서, 작은 목표라도 목표를 정하고,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겪다보면 자연스레 다음 목표도 생기게 된다. 


꽤나 친한 지인중 한명이 사업을 시작했다. 뜻하지 않은 다소 우연한 기회에 사업을 시작한 그 친구는 사업 전과 후 본인이 굉장히 많이 달라졌음을 느낀다고 한다. 무엇보다 시간을 사용하는 일의 무게감이 달라졌다고 한다. 예전에는 쉬는 날이면 영화 한 두편 보고 할 일 없이 집에 누워있는 게 일상이었다면, 지금은 그런 모습은 상상도 할 수 없단다. 해야할 일은 많고 시간은 한정되다 보니 영화 하나를 보더라도 본인이 더 좋아하는 장르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을 더 오래하게 되었다고 한다. 영화를 보는 중에도 인물의 성격을 파악하고 다음은 무슨일이 있을까를 예상해보기 하는 등 같은 두 시간을 보내는 방식도 완전히 바뀌었다고 한다. 과거에는 소위 '쉬는 날 아무것도 하지 않기' 가 자기충전의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반대로 그 시간을 더 충실하게 보내는 방법을 찾고 고민하고, 그 과정에서 자기를 알아가는 활동자체가 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크기의 행복을 맛보게 해준다고 한다.


사람은 조건이 형성되면 변할 수 있는 동물이고, 작은 변화는 연쇄적으로 다른 변화를 만들어낸다. 친구의 변화는 쉬는 날 방에 누워 시간을 보내지 말자는 중대한 결심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사업 성공이라는 목표를 쫓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했다. 의식이 행동을 만들지만 때론 행동이 의식을 변화시키는 법이다.


아직도 주변에는 뭘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며, 열심히 사는 모습이 멋있어 보이고 부럽다고 하는 친구들이 있다. 그런 친구들을 만나면 감히 늘 하는 이야기가 있다.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말고 그냥 지금 밖에 나가서 뛰어봐."


처음에는 우리가 습관을 만들지만 그 다음에는 습관이 우리를 만들게 된다


덧, 사업을 하면 더 발전된 삶을 살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하지만 꽤나 좋은 방법이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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