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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ninsing May 26. 2018

모르는 것은 모르는 것이다

#12. Yo no sé 나는 모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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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른다'는 말을 해서는 안된다는 얘기를 너무나도 많이 듣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회사에서 자신이 쓴 보고서 내용에 대해서 누군가가 "이건 왜 이런가?"라는 질문을 했을 때 왠지 "아! 그건, 이렇게 저렇게 된 겁니다"라고 대답하는 것이 가장 바른 태도라고 배워 왔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이 우리가 전혀 모를 일을 질문해도 우리는 쉽게 모른다는 소리를 못한다. 


왠지 정답을 알려줘야 아이들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는 부모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는가 보다. 


모른다는 소리를 할 용기가 없어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는 소리를 하는 이들도 있으니 우리가 얼마나 상대방의 질문에 민감하게 정답을 줘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잘 알 수 있다. 

▼ 그렇지만 세상에는 우리 주제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일들이 너무나도 많다. 


영화 '하우스 오브 마이 파더 Casa de mi Padre (House of my father, '12년작)'을 보면 'Yo no sé (나는 모른다는 뜻, I don't know의 스페인어)'라는 노래가 나온다. 


미국의 코미디언 윌 페렐은 그의 멕시칸 친구들과 함께 노래한다. 

왜 달은 밤에만 빛나는가? 요노쎄~
왜 새는 날 수 있는가? 요노쎄~
왜 거북이는 느리게 움직이는가? 요노쎄~ 


그러고는 자신은 란쩨로 (목축업자, ranchero)라서 사랑 말고는 아는 것이 없다고 솔직히 고백한다.

나도 회사에서는 늘 상대방의 '왜?'라는 질문에 대답하면서 살아온 터라 왜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없으면 무한한 답답함을 느끼곤 했었는데 솔직히 우리가 아는 것보다는 모르는 것이 많은 것이 사실 아닌가? 


그래서 윌 페렐 흉내를 한 번 내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 본다. 

앞으로 나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요노쎄~
우리 아이는 도대체 어떤 대학에 진학할 것인가? 요노쎄~
앞으로 우리 모두를 덜덜 떨게 할 경제 위기가 닥칠 것인가? 요노쎄~

이렇게 '요노쎄 놀이'를 하다 보면 항상 심각하게 생각하던 것들이 조금은 가벼워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 만해 한용운 선생님의 '님의 침묵 (1926년 출간)'이라는 시집에는 '알 수 없어요'라는 시가 있다.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垂直)의 파문을 내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잎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塔) 위의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뿌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구비구비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 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해를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시(詩)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사실 만해 한용운 선생님도 '요노쎄'라고 하신 적이 있는 거다. 
 


한용운 선생님의 시를 요노쎄 놀이와 동일시하는 것은 도저히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힘든 삶을 사는 메히칸 목축업자들이 노래 한 곡으로 상대방을 납득시키고, 자신들의 철학을 전달하는 것 보면 혹시 그들은 철학자들이 아닐까 생각한다. 


어찌 보면 한용운 선생님께서 보신 것을 그들도 일부 봤을 수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 그리고는 알 수도 없는 것을 알아내려고 밤잠을 못자던 나의 찌질한 행동들을 반성한다.


그저 빙긋 웃으며 '요노쎄~'할 것을 그랬나 보다. 


왜냐면 내가 그저 란쩨로인 그들보다 나을 것이 없는 그냥 아저씨이기 때문이다. ^^ 

내년에는 뭐든 안다고 나서는 것이 아니라 그저 조용히 '요노쎄~'할 수 있는 겸허함을 가질 수 있는 한 해이길 빈다. 

By 켄 in 연희동 ('15년 12월 28일)

https://youtu.be/HiEHEfgH2ng




Yo no sé

Vivo mi vida en la tierra
la tierra es lo que sé
soy un ranchero y no sé nada 
no sé nada 

I live my life on earth
The dirt is all I know
I am a ranchero and I know nothing
I know nothing

¿Por qué brilla la luna llena? Yo no sé.
¿Por qué toma el ave vuelo? Yo no sé.
¿Por qué es lenta la tortuga? Yo no sé. 

Why does the moon shine at night? I don't know.
Why does the bird take flight? I don't know.
Why does the turtle move so slow? I don't know.

¿Por qué se odian uno al otro? Yo no sé. 
¿Por qué hay pleito entre hermanos? Yo no sé.
¿Cómo es que la flor azul crece? Yo no sé. 

Why do men hate each other? I don't know.
Why does the brother fight the brother? I don't know.
Why does the blue flower grow? I don't know.

¿Cómo puedo saber cosa alguna?
¿Qué hay que saber? 
Soy un hombre de la tierra.
Soy un ranchero y yo no sé. 
Tengo una vida simple. 
Soy amigo de las vacas. No sé pensar.
Soy un ranchero. 

How can I know anything?
What is there to know?
I am a man of the land.
I am a ranchero and I don't know.
I live a simple life.
I'm friends with the cows. I have no thoughts.
I am a ranchero.

Yo no sé 
y yo no sé. 
¿Por qué es la mujer tan caliente? 
¿Por qué está mi cama tan fría? 
Tengo preguntas y nunca sabré. 
Soy une ranchero y yo no sé. 
Lo que sí sé por cierto es el amoooooooooooooooooor.

I don't know and I don't know.
Why is a woman so warm?
Why is my bed is so cold?
These are the questions that I'll never know.
I am a ranchero and I don't know.
The only thing I'll ever know for certain is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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