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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선씨 May 24. 2021

같이 또 따로, 점점 더 따로

휴직 4주 차

주초에 신랑이 막내만 데리고 2박 3일 여행을 갔다. 덕분에 큰 아이들 둘과 있어봤는데, 느낌이 참 생경하다. 아이 셋과 복닥 거리는 게 일상이 되어서인가. 한 명이 잠시 없을 뿐인데 뭔가 굉장히... 다르다.


수요일에는 큰아이만 데리고 같이 그룹 트레이닝을 받으러 갔다. 다이어트 수업이라 땀을 있는 대로 흘리고는 근육 뭉치면 안 되니까 같이 좀 걷다가 돌아왔다. 둘만 있으니 뭔가 더 얘기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고, 서로에게 집중할 수 있어 좋았다. 저녁엔 큰 아이 학원 데려다준다는 핑계로 둘만 나와서 아이는 학원 가고 나는 옆 카페에서 혼자 시간을 보냈다. 집에선 그렇게 집중이 안되더니, 혼자 있으니까 뭘 해도 잘 되는 느낌이다.


목요일엔 작은 아이 둘만 데리고 근처 새로 생긴 방방장에 갔다. 시설도 좋고 사람도 많지 않고, 아이들이 정말 좋아해서 문 닫을 때까지 무려 5시간 넘게 놀았다. 덕분에 나는 옆에서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수업도 듣고 음악도 듣고 책도 보고. 큰 애 하나 없을 뿐인데 작은 애 둘을 좀 더 관찰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둘째는 본인이 즐기는 것보다 누군가를 케어해주는 데에 관심이 있는 것 같고, 막내는 아직도 조심성이 많은 편이다. 집에서 아이들 셋이 복작대고 있을 때 몰랐던 것들이 환경을 바꾸니 보인다.


날이 좋던 주말, 토요일은 큰애와 두어 시간을 걸었다. 한창 사춘기인 큰애는, 속 얘기를 잘 안 해준다. 그나마 이런 시간에 한 두 마디 툭툭 해주는 것에서 첫째의 생각이나 마음에 대한 힌트를 얻는다. 친구들은 어떻고, 고민이 무엇인지. 겸사겸사 걸으며 운동도 하고 한창 예쁘게 핀 꽃도 보고, 엄마는 즐거운 시간이었는데, 첫째는 어떠려나.


일요일엔 한강공원에 나가기로 했다. 이번엔 큰애는 친구들하고 놀러 가고, 나머지 네 식구만 출동이다. 작은 애 둘은 흙 놀이하고 비눗방울 불고 킥보드를 타며 논다. 아이 아빠가 아이들 케어해주고 나는 또 한참 걸었다. 한강 여기저기 구경하고, 음악 듣고, 이런저런 생각도 하면서.



이번 주에 유독 점점 더, 다섯 가족이 함께 할 일이 줄어드는 느낌이다. 평소 저녁은 대부분 다 같이 먹곤 했는데, 이번 주에는 다 같이 먹은 게 3번밖에 없다. 유닛처럼 둘이서, 셋이서, 넷이서 보내는 시간이 나름대로 의미 있고 좋으면서도, 다 같이 함께하는 시간이 적어질 게 조금 두렵기도 하다. 아이들끼리만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고, 아이가 친구랑만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고, 그렇게 아이가 커가면서 나와 아이의 끈이 얇아질 게 두려운 것 같다. 아니, 얇아지다가 끊어질까 봐 그게 무서운 거겠지.


다 같이 부대끼는 시간엔 힘들다고 툴툴거렸으면서, 분리되는 건 무섭단다. 아이 키우는 건 늘 이랬다. 적응할 만하다 싶으면, 다음 퀘스트가 나온다. 우리 가족의 생활 패턴에서 변화의 시기가 오는 것 같다. 늘 그렇듯, 또 열심히 적응해 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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