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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참 예민한 너

우리나라 주택이 경기변화에 민감하게 느껴지는 이유

2022년의 마지막 날이 되었어.


올해는 많은 사람들에게 힘든 한해가 되었지 않을까 싶지만, 내년은 더 고통스러울 수 있는 한해가 될 수 있으니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하는 순간이 아닌가 싶네.


나는 업으로 부동산에 대한 투자 및 운용을 하다 보니

현존하는 모든 물리적인 공간에 대한 수요의 종류에 따라 분화된 다양한 부동산의 유형별로 흐름을 비교하게 되는 것 같아. 그리고 그 비교는 국가별 비교로 확장되고는 하지.


예전에 연기금에서 Investor로서 일을 할 때, 어느 글로벌 운용사에서 기관투자자에게 있어서 주택이 매력적인 투자섹터임을 설명하는 자료료서 제시 받았던 통계 자료들을 가공하여 아래와 같은 데이터셋을 만들었었어. 

부동산의 주요 용도별 위험 대비 수익에 대해 동일 시점을 대상으로 매핑을 한 것인데, 왼쪽 상단에 있을 수록 상대적으로 위험 대비 수익이 높다는 것이고, 투자하기 더 매력적인 자산유형이라고 판단이 되는 것이지.


미국의 부동산 섹터별 Return - Risk 분포도 (1983년부터 약 30년 이상 추적, 10년씩 보유기간을 끊어서 연환산하여 계산 / 출처: NCREIF)
유럽 주요 국가의 부동산 섹터별 Return - Risk 분포도 (1998-2015년 데이터를 기초로 작성 / U는 영국, G는 독일, N은 네덜란드 / 출처: MSCI)


실제로 보면 주택이 가장 왼쪽 상단에 위치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기도 하는데, 


이러한 통계가 너무 광범위한 영역을 한 곳에 모으다 보니까 취합하는 기준에 따라 오해가 있을 수도 있지만, 당시 많은 투자시장의 전문가들에게 들어왔던 주택 시장에 대한 특징은 "경기방어적, 그리고 안정적"인 퍼포먼스를 보일 수 있는 자산이라는 것이었고, 그 이유로서 

1) 주택은 다른 상업용 부동산과는 다르게 사람들의 3대 기본 니즈인 의식주 중 한가지를 해결하는 "필수재"로서의 역할을 하고, 그렇기 때문에 임대차 수요가 안정적일 수 있다는 것,

2) 한 건물 내 임대차 구조를 상업용 부동산과 비교하자면, 동일 연면적을 가지는 공동주택과 다른 상업용 부동산과 비교하면 공동주택이 임차인 수가 더욱 많고 분산되어 있어서 여러 외부 충격이 왔을 때도 그로 인한 공실의 발생이 급격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적다는 것 이었어.


사용수요가 안정적이라는 것은 경기변화에도 불구하고 가격방어가 어느정도 되어야 논리적으로는 맞는데, 요새 주택시장의 반응하는 것을 보면 생각보다 그렇지만도 않은 같다는 생각이 들고는 하지.



여기서 우리나라의 정책적인 Context에 대한 이해가 더해지면 더 의아하게 될수 있어.

금리의 영향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레버리지 비중을 유형 간 비교를 해보면,

상업용 부동산의 통상적인 담보대출은 총 자산가치의 최소 60%로 취급이 되는데 비해, 주택은 최근 정부의 주택정책 등으로 인하여 과밀억제권역 및 가격이 어느정도 수준만 되면 40%, 20%로 한도가 정해져 있다 보니, 레버리지가 덜 반영되어 있어 금리 변화에 덜 민감할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아.



부동산의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크게 1) 실물시장(수요와 공급의 상대적인 움직임)과 2) 금융시장 (금리의 흐름 및 시장의 예상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금년도와 같이 단시간 내 금리가 급변하면서 발생한 부동산 시장의 가격흐름은,

수요 공급은 단기간 내 변동폭에 한계가 있을 수 있음을 인지한다면, "금융시장 환경변화"가 부동산의 가격에 미치는 순수한 영향을 파악하기에 좋은 역사적 사례가 되지 않을까 싶어


기술적으로 부동산의 가격은 A) 해당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기대 현금흐름과 B) 해당 부동산에서 기대하는 수익률 간의 함수라 보면 되는데, 

일반적으로 A)번은 위 단락의 1) 실물시장과 관계가 있고, B)번은 2) 금융시장과 관계가 있어 


이번에 금융시장환경이 크게 변동되었다고 보면 대출금리의 급격한 변동 및 기타 투자시장(예금금리 포함)이 변동되면서 부동산에 대한 기대수익률이 바뀌게 되었고 그로 인하여 가격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 단순하게 생각하면 대출이용 비중이 높을 수록 금융시장 환경 변화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지.


대출이용 비중이 낮을 것 같은데 주택시장이 다른 자산유형보다 더 금융시장 변화에 예민하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나라 주택시장에 존재하는 "전세"제도는 2) 금융시장의 환경변화가 B) 기대수익률에만 영향을 미치는게 아니라 A) 기대 현금흐름에도 영향을 크게 미치도록 만들어 놓아서 그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어.


금리가 4%일 때 전세시세가 5억으로 형성된 시장에서는 임차인의 금융비용 부담이 연 2천만원인데, 만약 금리가 2%로 내려간다면 10억까지 인상된 것도 부담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던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임대인은 전세금을 높게 받을 수 있고, 그에 따라 A) 기대 현금흐름이 달라지게 된 것으로 보여


여기서 사실 임대인 입장에서 "임차인의 대출금리 만큼 나의 예금금리도 낮아졌기 때문에" 기대 현금흐름도 사실상 크게 변화가 없지 않은가? 라는 생각을 할 수 있지만, 임대인이 만약 1) 다른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대출을 좋은 조건을 받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거나, 2) 예금금리 이상을 창출할 수 있는 더 좋은 투자기회 등을 가지고 있는 경우라면, 그 목돈 (즉 보증금)에 대한 상대적인 가치가 높아지게 되고, 따라서 기대 현금흐름이 사실상 더 높아지는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나 생각해.


이렇게 전세도 사실 레버리지임을 인정한다면, 대한민국 주택의 대부분이 상당한 수준의 레버리지를 안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고, 그에 따라 겉으로는 담보대출 제약도 있고 레버리지가 적게 들어간 시장이라고 볼 수 있으면서도 내면은 다르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


그렇다 보니, 금리환경이 악화되면, 다른 유형의 부동산들은 B) 변화된 기대수익률만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한편, 주택의 경우 B)뿐 아니라 A) 기대 현금흐름까지 영향을 이중으로 미치게 되어 가격변화의 폭이 더 커질 수도 있지 않나 생각해.





이 전세는 사실 우리나라 주택시장이 다른 상업용 부동산 대비 보유기간 동안의 기대 임대수익률이 낮게 형성될 수밖에 없는 원인을 제공해 주기도 하는데, 


상당수의 임차인이 어떻게든 이용이 가능한 전세자금대출 보증으로 인해 전세자금을 마련하는 임차인 입장에서 조달금리가 상당히 낮고, 이러한 낮은 조달금리는 사실 서울 요충지와 같이 임대인 우위의 시장에서는 오히려 전세시세를 끌어올리는 작용을 하고, 이러한 전세는 (매입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가용한 레버리지 수준을 올려줌으로써) 매매수요를 높이고 결국 매매가를 들어올리는 견인을 하게 되는 것으로 보이네.



얼마 전 빌라왕 기사 봤지?

이렇게 오버슈팅 된 전세시세는 대부분 보증이용이 가능했기 때문에 형성된 낮은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형성한 결과물이고, 이렇게 낮은 금리를 이용하는 전세시세는 단위 금리 변화에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 같아

동일한 50bp 오르더라도 금리가 4%에서 4.5%로 오르는 것은 내 금융부담이 12.5% 올라가는 수준이지만, 1%에서 1.5%로 오르는 것은 금융부담이 50% 올라가는 수준이다 보니, 

코로나 기간에 무차별적인 금리인하 폭격으로 인해 오버슈팅된 전세 시세가 빠르게 제자리를 찾아갈수록, 전세금 반환 이슈가 도드라지게 나타날 것인데, 

2020년에 금리가 급격히 떨어지고 나서 영향을 받아 올라간 전세시세가 2년 후인 올해 재조정을 받았다면, 내년에는 2021년에 금리 + 임대차3법 영향까지 받아 더 치고 올라간 전세시세가 재조정을 받을 수밖에 없는 해이니까, 시장에 어떤 악영향이 있을지 더 긴장을 해야 할지도 몰라.



주택을 투자 목적이든 실수요 목적이든 매입하고 보유하는 의사결정을 할 때 위와 같은 주택시장의 특수성에 대해 이해를 하고 접근하면 조금 더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 것 같으니, 여러 다른 관점과 더불어 좋은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어.





2023년은 더 많이 겸손해지고 더 많이 공부해야 하는 한해가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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