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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똘한 부동산을 왜 파냐구요?

우리의 모든 의사결정은 기회비용과 함께한다

오늘 우연히 SK그룹과 신세계그룹이 알짜 부동산을 팔고 있는 것에 대해 다루고 있는 기사를 접했어


https://www.hankyung.com/economy/article/202108273831i


SK그룹은 SK리츠를 통해 SK의 주요 계열사가 있는 서린빌딩 등 보유자산을 유동화하려고 하고, 신세계그룹은 이마트 성수 본사를 매각하여 온라인 사업 강화를 위한 자금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하지


종로에 위치한 SK서린빌딩, 그리고 이마트 성수 본사 모두 위치도 좋고 건물도 우량하고, 향후 자산가치가 오르면 올랐지 떨어질 이유를 찾기가 오히려 힘든 것 같아


특히나 지금과 같이 자산가격이 지속 오르고 있고 줄어들기 어려운 유동성과 인플레이션 압박으로 그 추세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 때, 굳이 왜 파는 것일까? 기사에서 나온 것처럼, 재무구조가 위태로워서 한푼이 소중해서 이런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은 아닌 것으로 이해하고 있어. 


두 기업의 이런 의사결정에 대한 배경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기회비용이라는 단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거 같아.

기회비용은 경제학의 기초 개념으로서, "어떤 선택으로 인해 포기된 기회들 가운데 가장 큰 가치를 갖는 기회 자체 또는 그러한 기회가 갖는 가치"를 의미해


다들 알다시피 아무리 SK와 신세계가 굴지의 대기업이지만 보유 자원은 한정되어 있고, 한정된 자원을 활용하는 의사결정에는 기회비용에 대한 고려가 뒷받침 될거야.


부동산을 보유하는 것에 대한 기회비용이 무엇이냐에 따라 부동산을 지속 보유할 것인가 팔 것인가에 대한 의사결정을 하게 되는 것이고, 두 기업 모두 부동산을 보유하는 것에 대한 기회비용이 부동산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치보다 크기 때문에 이러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지 않을까 생각해.


부동산을 보유하는 것에 대한 기대 수익은 어떻게 될까? 당연히 부동산의 속성과 보유기간 등에 따라 다르겠지만, 부동산은 하방경직성이 높아서 금융위기와 같은 최악의 상황에도 자산가치의 하락이 매우 제한적인 반면에, 지금과 같이 유동성이 넘치는 부동산 상승장에서도 자산가치가 예컨대 5년 내 3배? 이렇게 달성되는 것은 매우 어려워. (물론, 실물 부동산에 투자하는 경우를 이야기하는 것이고 토지의 이용가치를 만들어내고 상품을 창조하는 개발의 영역은 조금 다르기는 해)


SK와 신세계 입장에서, 지금 부동산을 팔지 않고 지속 보유하게 되면, (그룹사가 임차하고 있는) 굉장히 안정적인 자산에 자금을 넣어 놓고 있는 셈인데, 이러한 투자건에 대해 보통 외부 전문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투자수익률은 연간 기준 4-6%(지금 상장된 리츠들의 현행 주가 기준 기대할 수 있는 배당수익률이 이정도), 임차료가 연간 물가상승률(1-2%) 만 상승한다고 가정하면 (레버리지를 고려한) 내부수익률 기준으로 5-8% 수준에 지나지 않아. 물론, 임차도 매우 안정적이고 회사 신용도도 우수하니, 대출을 조금 더 일으켜서 자기자본 투입을 최소화하면, 기대할 수 있는 내부수익률이 이보다 높아질 수 있다고 봐. 그래봤자 10% 초반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고, 여기에 추가적으로 만약 지금처럼 부동산시장이 과열된 양상이 계속 간다 하는 아주 긍정적인 시나리오를 가정해도 15%를 달성하면 정말 운이 좋은 투자였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것 같아. 그러니 평균적으로 약 8%수준의 내부수익률이 기대된다고 가정을 해볼게.


그렇다면, SK와 신세계 입장에서, 만약 부동산에 투입되어 있는 자기자본을 회수해서 이것을 다른 사업에 활용한다고 했을 때, 다른 투입가능한 사업에 대한 내부수익률이 8%보다 높으면 충분히 이렇게 의사결정할 수 있다고 보여져.


[예컨대, 전통 유통 강자인 이마트가 요새 쿠팡 때문에 많이 머리가 아플 거잖아. 쿠팡은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을까? 대부분을 임차의 방식으로 물류창고를 이용함에도 불구하고, 설립 10년 정도밖에 안되었는데 자산가치가 100조로 평가받고 있는걸 보면, (누적 투자금을 정확히 봐야겠지만) 수익률이 어마어마 하지? 과연 쿠팡의 누적 투입금이 이마트 누적 투입금(부동산 매입에 쓰인 자금 포함)보다 높을까? 한편 이마트 가치는 10조도 아직 되지 않았어. 

이렇게 따지면 이마트는 아마 "내가 부동산을 살 돈으로 물류 인프라를 키워서 온라인 배송시스템을 견고하게 구축했다면..."이라는 상상을 해보지 않았을까? 

물론, 이는 지금의 현실을 마주하고 있으니 그렇게 했을걸 이라는 후회를 할수 있는 것이고, 당시의 이마트는 이렇게 하는 전략에 대해 고민을 했을지라도 그 전략에 따른 기대효과(추가 매출상승 잠재력)를 높게 보지 않는 등 기대수익을 달성하지 못할 위험(Risk)를 높게 봤을 것 같아]



모든 투자에는 Return만큼 Risk도 중요하고,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High Risk High Return의 원칙을 참고하자면, 부동산 투자자금을 회수해서 진행하고자 하는 사업의 Risk의 속성도 고려하긴 해야겠지? 

그렇게 치자면, 아마 SK와 신세계는 Risk를 고려한 수익률 관점에서 충분히 부동산 투자보다 매력적인 사업기회를 바라보고 있고, 적어도 그렇게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져.


다른 사업을 할 자금이 필요하다면, 회사채를 끌어오거나 담보대출을 더 일으키거나 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확보하면 되지 않냐고? 그렇게 끌어온 자금만 투입하고 나서는 더이상 부동산보다 나은 투자처가 없을 경우 맞는 말인데, 그 이상의 자금이 투입될 수 있는 (매력적인) 투자처가 있는 것으로 예상돼.


반대로 말하자면, SK와 신세계가 오히려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을 팔기는 커녕 여유자금으로 더 부동산을 사들인다면? 부동산에 투자여 기대할 수 있는 수익만큼 창출가능한 (다른 영역의) 사업기회가 없어서 그러지 않을까 라고 추정을 해볼수 있을거야. 그만큼 시장에 좋은 기회가 없다는 이야기니, 암울하겠지? 경기가 좋아지려면 고용이 늘어나서 소비가 촉진되어야 할텐데, 기업의 돈이 부동산에 묶이면 아무래도 부동산이 창출할 수 있는 고용의 수준이 다른 일반적인 사업의 그것 대비 적을 수밖에 없으니, 사실 기업의 돈은 부동산이 아닌 다른 사업에 쓰이는 것이 경기를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아


그래서, 나는 SK와 신세계가 이러한 의사결정을 하는 것에서 그래도 우리나라 경제가 여전히 상승 잠재력이 풍부하고 희망이 있구나 라는 행간을 일게 되는거 같아.


그런 점에서, 앞으로도 더 많은 기업들이 이렇게 보유 자산들을 매각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접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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