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gom Nov 13. 2023

구획 문제

(도시공학 같은 전문 지식이 일천한 상태에서 적는 글임을 심각하게 유의 바란다.)


행정구역의 구획 문제는 모든 문제가 그렇듯 유연함과 경직함의 대결이 된다. 신규 건축 등으로 사람들의 생활 경계가 변경된다면 이를 곧잘 반영하는 것이 명분상 타당하기는 하다. 행정구역은 행정서비스의 관할을 결정하는 것인데, 인접 내지는 동일한 생활권에 속하면서 서로 다른 서비스를 받는 것은 불편하고 부당하기 때문이다.


반면 사람들의 생활권이라는 모호한 개념을 꾸준히 추적하는 것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설사 가능하단들 건축이나 입점 등으로 행정구역의 경계가 요동친다면 불필요한 개발 욕구를 자극할 수도 있다. 예컨대 수도권 편입이라는 막연한 꿈을 가진 지방자치단체가 수도권과의 경계에 아파트나 대형 상가를 지어놓고는 우리 발이 그쪽에 걸치니까 우리도 너와 같다고 선언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까지 행정구역의 변경을 허가하는 것은 사실상 지자체와 건설사 행정구역을 결정하는 것과 같아서 월권에 가깝다.


결정적으로 경계 자체가 가지고 있는 안팎이라는 속성이 '변경'이라는 동사와 쉽게 어울리지 못한다는 점이 문제가 된다. 모든 경계는 안팎을 구분하는 것이 그 본질인데, 이것이 어렵지 않게 변경된다고 하면 영원한 안도 영원한 밖도 없어져 굳게 믿을 사람이 없어질 것이다. 개별적 구체적 사정을 살피는 것이 새로운 시대에 요구되는 행정이라 하더라도, 모두가 최소한의 합의라도 유지해야 할 단단한 제도가 있어야 불필요한 혼란을 막을 수 있다. 누적된 시대적 압력이 상당하다면 모를까, 누구나 뜬금없다고 생각하는 시점에 주장한다면 더욱 그렇다.


한편 결과론적인 측면에서도 유연한 구획이 가지는 문제가 있으니, 바로 수도권의 비대화이다. 인구 감소로 지방 소멸이 현실화되고 수도권 집중은 더욱 강화되는 시점에서 지자체는 자체적인 생존이 불가하다고 판단, 수도권에 빌붙어 살기를 결정할 유인이 크다. 수도권 생태계의 일원이 되면 수도권이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인구의 베드타운으로 전업함으로써 인구 유입과 소매 서비스업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비즈니스 호텔처럼 먹고 자기만 해당 지역에서 하는 인구 상주의 최소한의 형태라서 생존력은 높지언정 자생력은 극단적으로 낮아지게 된다. 또한 특색 없는 베드타운은 신도시 개발로 언제든지 대체될 수 있어 수많은 지자체가 수도권 출퇴근이라는 한정된 인구를 두고 제로섬 게임을 벌이게 된다. 결국 국가 발전이 수도 발전과 동치가 되고, 국토 계획은 수도권의 기능 재배치에 지나지 않게 된다.


장기적으로나 단기적으로나 지방 활성화는 시급하고 긴요한 과제다. 지방 침체는 과소화된 인구가 제대로 된 인프라를 누리기 위해 수도권으로 탈출하게 된 인구 감소의 결과이자, 집값 등 도시문제로 수도권이 반복적으로 극소화된 출산율을 보이는 인구 감소의 원인이다. 수도권에 사람이 몰려 있는 것은 마땅한 현상이나 타당한 현상은 아니다. 행정제도에 대한 신뢰나 최소한의 지방자치 보존을 위해 수도권의 포식은 경계해야 한다.

작가의 이전글 저녁은 이상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