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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gom Sep 17. 2023

저녁은 이상하다

내가 빛인지 어둠인지 모를 즈음 저녁이라는 모호한 시간은 항상 혼란스럽다. 어수룩한 어둠과 마지막 빛이 공존하기도 하고, 특히 도심의 저녁은 인공적인 빛들에겐 새로운 아침이라서, 명암의 장단에 맞추기가 도저히 까다로운 것이다. 내 마음이 어둠을 향할 적엔 과도하게 피어 있는 LED의 향이 질투났었다. 반대로 빛을 향할 적엔 누군가와 함께 할 시간이 줄어듦에 아쉬웠었다. 태양의 생사가 달린 그 애매한 시간은, 항상 내 마음 정으로 혹은 역으로 동기화돼서, 감정의 등락을 온전히 받아내지 못 하는 내 미성숙함의 방아쇠가 됐다.


어둠의 입장에서 보자면, 스쳐 지나가는 빛 하나하나는 왠지 나의 부끄러운 기억이라서,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을 혹자가 마음에 울렁거리곤 했다. 그 기억에 담긴 후회와, 원망과, 좌절과, 울음 같은 것들이 모이면 그 무서운 것을 감당할 재간이 없는 나는 마냥 숨어버리고 말았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는 기억을 없는 것 치부하며, 때로는 없는 기억을 있는 것 취급하면서... 그렇게 어둠을 또 샌다. (빛이었던 시절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래도 두렵지만은 않았던 듯.)


저녁은 과거 닮아 있다. 사상된 수많은 기억 중에서 콕 박혀 반짝이는 기억 수 개들. 자꾸만 과거를 돌아보는 시기에 이런 무질서한 어둠 - 날카로운 빛들은 너무나 치명적이다. 너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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