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빛인지 어둠인지 모를 즈음 저녁이라는 모호한 시간은 항상 혼란스럽다. 어수룩한 어둠과 마지막 빛이 공존하기도 하고, 특히 도심의 저녁은 인공적인 빛들에겐 새로운 아침이라서, 명암의 장단에 맞추기가 도저히 까다로운 것이다. 내 마음이 어둠을 향할 적엔 과도하게 피어 있는 LED의 향이 질투났었다. 반대로 빛을 향할 적엔 누군가와 함께 할 시간이 줄어듦에 아쉬웠었다. 태양의 생사가 달린 그 애매한 시간은, 항상 내 마음과 정으로 혹은 역으로 동기화돼서, 감정의 등락을 온전히 받아내지 못 하는 내 미성숙함의 방아쇠가 됐다.
어둠의 입장에서 보자면, 스쳐 지나가는 빛 하나하나는 왠지 나의 부끄러운 기억이라서,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을 혹자가 마음에 울렁거리곤 했다. 그 기억에 담긴 후회와, 원망과, 좌절과, 울음 같은 것들이 모이면 그 무서운 것을 감당할 재간이 없는 나는 마냥 숨어버리고 말았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는 기억을 없는 것 치부하며, 때로는 없는 기억을 있는 것 취급하면서... 그렇게 어둠을 또 샌다. (빛이었던 시절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래도 두렵지만은 않았던 듯.)
저녁은 과거와 닮아 있다. 사상된 수많은 기억 중에서 콕 박혀 반짝이는 기억 수 개들. 자꾸만 과거를 돌아보는 시기에 이런 무질서한 어둠 - 날카로운 빛들은 너무나 치명적이다. 너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