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e pont Dec 24. 2022

Marché de Noël

크리스마스 마켓, Christmas Market


안녕하세요. 르퐁입니다. 


얼마 전 스트라스부르Strasbourg에 꽤 많은 눈이 내렸습니다. 이 동네가 겨울에 눈이 자주 오거나 많이 오는 편은 아닙니다만 올해 겨울이 유난히 습한 게 원인이 된 것 같습니다. 온 세상이 눈으로 뒤덮인 풍경은 보기에는 참 좋지만 사는 데는 영 불편한 게 사실이지요. 


눈 내린 헤퓌블리크République 옆 강변. 


눈이라는 것이 참 묘한게, 눈이 내리는 풍경, 눈이 쌓여있는 풍경을 가만히 보고 있자면 마음 한 켠이 간지럽기도 하고 들뜨는 것 같기도 하고 참 말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눈은 뭔가를 특별한 모습으로 바꿔주는 힘도 있지요. 보통을 것을 특별한 모습으로, 특별한 것을 더 특별한 모습으로. 


Marché de Noël이 펼쳐진 클레베Kléber 광장 


스트라스부르의 자랑, 막셰 드 노엘Marché de Noël 입니다. 막셰는 시장이라는 뜻입니다. 11월 말에 시작하여 한 달간 유지되는 큰 시장이자, 축제이기도 합니다. 이때에 스트라스부르는 관광객들도 어마어마하게 붐비는 도시가 됩니다. 프랑스 다른 도시들에도 겨울에 막셰 드 노엘을 여는 곳이 많긴 하지만, 규모나 수준은 스트라스부르가 압도적입니다. 그래서 스트라스부르의 별칭이 바로 카피탈 드 노엘Capitale de Noël 인데요, 성탄절의 수도라는 뜻입니다.  


이러한 크리스마스 시장들이 시내 곳곳에 흩뿌려져 있습니다. 16세기부터 이곳에 쭉 크리스마스 시장이 열렸다고 하는데요, 원조는 독일이라는 말이 있지만 여기 사람들한테 그런 말 하면 안 됩니다. 크리스마스 시장에 대한 자부심이 아주 대단하니까요. 그리고 실제로도 아주 훌륭하고요. 괜히 성탄절의 수도가 아닙니다. 총 300개가 넘는 샬레Chalet, 즉 오두막처럼 생긴 작은 부스들이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온갖 물건들을 팝니다. 저도 아내와 함께 크리스마스 트리에 달 것들을 골라보기도 하고, 크리스마스 차Thé de Noël를 사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크리스마스 차를 좋아합니다. 계피, 오렌지, 팔각 등 다양한 향이 어우러진 겨울을 위한 한 모금입니다.  


길마다 서로 다른 꽃불 장식들이 펼쳐져 있어서 골목마다 보는 재미가 다 다릅니다.


겨울이 되면 해가 일찍 집니다. 12월 중순에 일몰이 저녁 4시 30분까지 떨어집니다. 밤이 길어진다는 뜻이죠. 여름에는 밤 9시가 되어도 아직 밝은 하늘을 볼 수가 있는데, 정말 차이가 큽니다. 일을 마치고 나왔을 때 아직 해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무시할 수 없죠. 밖이 어두우면 벌써 하루가 끝난 것 같은 느낌을 받으니까요. 그리고 가로등 갯수와 밝기가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은 프랑스의 특성상, 어두워지면 도시는 금새 빛을 잃습니다. 


그래서 저는 겨울이 오면 막셰 드 노엘을 기다리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아름다운 꽃불 장식들을 시내 거의 모든 곳에 설치해놓거든요. 골목마다 모양도 제각각이라서 걸어다니며 보면 결코 질리지 않습니다. 어쩌면 이곳 사람들도 어두운 겨울 밤을 이겨내기 위해 꽃불 장식을 열심히 매달았던 것은 아닐까요?


대성당 옆 Carré d'or 골목


막셰 드 노엘이 펼쳐지면, 이곳 상점들도 저마다 꾸미기에 열심, 진심을 보여줍니다. 관광객들도 다니며 모두들 꿈 속 세상에 빠진 듯한 표정으로 화답하지요. 정말 아기자기하고 화려하게 꾸며진 상점들, 들떠서 신난 아이들의 표정, 간식거리를 하나씩 들고 걸어다니는 사람들,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방쇼Vin chaud 향기로 가득찬 거리를 걷고 있자면 동화 속 세상에 들어온 기분이 납니다. 


방쇼Vin chaud, 한국에서는 뱅쇼라고 알려져 있지만, 원래 발음은 방쇼에 가깝습니다. 그대로 해석하자면 뜨거운 와인입니다. 레드 와인Vin rouge으로 만든 것과 화이트 와인Vin blanc, 심지어 맥주bière 로 만든 것도 있는데, 모두 맛있긴 합니다만 저는 레드 와인으로 만든 게 더 좋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방쇼의 이미지는 붉은색이라서일까요? 참고로 사과 주스로 만든 것도 있습니다. 알코올 걱정이 없어서 아이들도 마시기 좋지요. 추운 바깥 날씨에 방쇼 한 잔 들고 다니면 정말 든든하지요.


대성당 앞


이곳에서 사는 사람들 입장으로서는, 갑자기 수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것이 달갑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그만큼 더 시끄럽고, 시끄러울 일들이 벌어지기 때문이겠지요. 저 또한 이 시기에는 시내 외출을 줄이는 편이니까요. 평소라면 10분이면 걸어갈 거리인데 15분, 20분이 걸리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트램Tram도 사람들로 가득차 이동이 불편해지기도 하지요. 인파를 헤치며 다니는 것도 피곤하고, 소매치기나 취객 걱정에 신경이 곤두서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도 거리마다 매달려 있는 꽃불들을 보면 마음이 다시 누그러지기도 합니다. 겨울은 좀 시끌벅적해야 좋은 것 같기도 합니다. 


올해 스트라스부르의 크리스마스 시장은 곧 끝납니다. 12월 24일까지거든요. 이 동화같은 분위기가 아쉬운 사람들을 위해, 시장은 끝나도 크리스마스 트리나 꽃불 장식은 조금 더 남겨둡니다. 생각같아서는 1년 열두 달 내내 보면 좋겠지만, 그러면 그 특별함도 사라지게 될 테니, 부질없는 욕심이겠지요?


막셰 드 노엘이 시작한 지 엊그제 같은데, 이제 정말 2022년이 끝나간다는 것을 느낍니다. 다시 내년 1월부터 저는 내년 막셰 드 노엘을 기다리게 되겠지요. 인생이라는 것이, 만남 후엔 항상 이별이 있어 슬프지만, 또 이별 후엔 항상 만남이 있으니, 그 희망으로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즐거운 크리스마스, 따뜻한 연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스페인 여행1 - 칼레야(Calella)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