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솔로, 모태솔로 so what?
0화 취미가 있다는 건(2)
0화 취미가 있다는 건(2)
0화가 두 편으로 나누어 올리게 될진 몰랐다.
아직 이 글의 결말을 위해서라면
많은 여정을 따라가야 한다.
한 번에 술술 읽히도록 쉽게 써야 한다.
아직도 드라마는 유일한 탈출구이자
가슴 뛰도록 설레는 존재이다.
그런 나에게 20살,
야구는 눈엣가시였다.
대학에 들어가서도
고등학교 때 만났던 친구들과 연락하고 지내었는데
한 친구의 생일날,
당연히 나와 친구들은 야구를 안 볼게 뻔해서
생일이었던 친구는 소원이라며
엄마가 야구티켓도 끊어났다며 한 번만 보러 가자고 했다.
얼마나 가기 싫던지,
사람 많은 곳에 앉아서 던지고 치는 걸
몇 시간이나 보고 있어야 하다니,
상상으로도 고역이었다.
그렇게 생애 첫 야구를 보러 갔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 경상도의 빅매치 경기였다.
당일날 표를 구했으니
당연히 원정석에 앉았고
평일이라 원정석은 나름 여유로웠다.
반대편의 응원을 지켜보았다.
클럽처럼 시끄러운 음악도 아니면서
반복되고 짧은 신나는 응원이 귀에 거슬리지 않았다.
오히려 심장 아래서부터 요동치기 시작했고
심장에 다다르자, 알 수 없는 감정이었다.
롤러코스터, 드라마처럼 물리적으로
감정적으로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이 아닌데
심장은 들끓고 있었다.
충격적이었던 장면은
주황색 봉지를 귀에 꽂고 모자처럼 쓰고 다니면서
남의 눈치 1도 안 보고 다니는
그 마음가짐이 이상해보이는 게 아니라 멋있어 보였다.
그야말로 센세이션 했다.
룰은 모르지만 야구인의 그 열정이 대단했다.
분명 싫어하는 야구인데
중계에서 보던 장면이랑 왜 다르지?
소원이었던 친구는 소소하다고 했고
그날부터 나는 야구에 눈을 떴다.
드라마, 롤러코스터만큼이나
심장을 뛰게 하는 취미가 생겼다.
그때 알았다.
나를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야구를 알기 전까지는 판단이 쉬웠다.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이 명확했다.
서른이 넘은 지금,
돌아보면 19살까지 학교에서 갇힌 생활을 해왔다면
20살 나이만 성인인 사람이
학교를 벗어나 사회를 접하니 자아가 흔들렸다.
새로운 챕터가 펼쳐졌는데
예고도 없었고
예상치 못하는 일은
늘 일어났다.
당황의 연속이고 좌절하는 일이 많았고
편견이 깨지고
새로운 편견이 만들어졌고
또 새로운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정말 이상한 거는
나는 그쪽과는 멀어라고 얘기를 하면
어느새
그쪽으로 향하고 있는
나 자신에게 놀란다.
책을 쓸 거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지금 책을 출판하고 싶고 글을 쓰고
시간과 경험을 녹여서 투자한다.
'내가? 그럴 일 없어'라고
하지만 어느새 그러고 있더라,
해보지 않으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본인을 판단하기에는 섣부르고 급하다.
취미가 있다는 건 ‘나, 살아있어!’라는
나만 들리는 자아의 외침이
앞으로 살아갈 힘을 만드는 에너지원이 되어준다.
그리고 취미 못지않게 가슴이 뛰고
설레는 게 연애이다.
나의 모태솔로 연애사에는 짝사랑밖에 없지만
'짝사랑도 사랑이야!'를 외치며
다음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