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솔로, 모태솔로 so what?
2화 내가 모쏠인 이유
사람은 환경에 영향을 너무나 많이 받는다. -미디어의 폐해(2)
3살밖에 차이가 안 나는데,
세상을 다 아는 것처럼 보였다.
고작 그 3년이 뭐라고 다른 걸까,
첫사랑도 짝사랑이었지만
첫사랑도 3살 차이 오빠였다.
차차 이야기가 나올 테지만,
그 언니는 경험담을 얘기하면서
그러면 안 돼라는 게 없어 보였다.
그게 좋았다.
어릴 때부터 이러면 안 되고 여자라서 조신해야 하고
제약이 많았던 나에게 그 언니가 해주는 이야기들은
제약을 깨 주었다. 그런 언니는 나의 불금의 이야기를 듣더니
한마디 했다.
부정적인 이야기를 접하면 연애를 못한다고
그러니 사랑과 전쟁은 그만 보라고 했다.
그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일주일 고작 하루 1시간 방영이 되는데,
‘왜 내가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그만 봐야 해?’가
나와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진심으로 한 말이라는 게 느껴졌다.
진심으로 충고를 해주었다.
웃지도 않고 진지했으니까,
그 당시에는 생각지도 못한 견해였다.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말,
그게 그렇게 기억에 남는다.
지금도 그때를 돌아보면 내 모습이 답답하다.
한 번이라도 연습이라고 생각하고 나 좋다 하면은
사귀어볼 거 그랬다고
후회가 되지만 또 후회하지 않는다.
딱히 정해지지 않는 누군가를 사귀어보는
그런 마음이었으면 어차피 헤어질 거
시간낭비, 돈낭비, 감정소비 안 해서 잘됐다
하지만 또,
찝찝한 느낌은 아이러니하다.
마음이 왔다 갔다, 이랬다 저랬다,
맞는 말이지만 실행은 안 하게 되는 말이다.
정말 언니의 말처럼
사랑과 전쟁을 많이 봐서 연애를 못하는 걸까?
그런 걸까?
사랑과 전쟁에서는 이런 유형, 저런 유형,
다양한 유형의 사람이 나와서
이성보는 눈이 까다로워 진건 맞다.
그야 사랑과 전쟁의 당사자처럼
아프고 상처로 남고 싶지 않으니까,
‘좋아하는 프로그램으로 아직도 모태솔로예요’는 핑계 같다.
사랑과 전쟁을 보는 사람들은 다 모태솔로가 아니니까,
결혼한 사람들이 말한다.
결혼 전에 많이 만나 보라고,
이런 사람도 만나보고 저런 사람도 만나보고
양다리, 세 다리 다 만나보라고
이상하게 화, 아닌 화를 낸다.
나도 그게 쉬웠으면
양다리고 문어다리고 밀당의 귀재이고,
남자를 안달 나게 하는 팜므파탈이 아니니까,
아니니까! 이러고 있지,
본인도 못해 본 걸 후회가 되는 마음은 알지만
연애조차 해보지 않은
모태솔로에겐 너무나 어려운 미션이다.
20대 중반이었나 후반이었나
서른이 넘으니까 어른들이 하는 말이 와닿는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정말 숫자에 불과하다.
남들은 내 나이에 알 거 다 알고 만나보고
결혼할 사람을 만나서 결혼을 준비한다는데,
잘 모르겠다.
결혼을 준비하는 나이가 있고
결혼을 해야 하는 나이가 있나?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게 아닌가?
물론 여자는 임신이 되는 생물학적 나이가 있으니
그렇다고 해서 낳고 싶지도 않고
좋아하지도 사랑하지도 않은 남자와 결혼해서
아이를 낳는 게 무책임한 일이 아닌가?
애초에 결혼은 사회가 만든 제도가 아닌가?
결혼은 하늘, 구름, 생명처럼 물리적인 존재가 아니라
사랑, 우정, 눈에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사회제도가 아닌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고
좋아하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과 연애가 결혼의 연장선으로
알콩달콩하게 사는 것이 로망이다.
로망은 로망일 뿐,
언제쯤, 사회적 제도 안에 들어가 볼까?
글쎄,
어릴 때부터 남달랐다.
사실 남다르다고 하는 건
남의 기준에서 하는 말이고
난, 남다르지도 특별하지도 않은 그냥 나이다.
아무튼 20대 중후반에 브런치에 나는 솔로, 모태솔로 에세이를
준비하면서 이것저것 정리한 노트가 있다.
거기에 뭐라고 쓰여있노라면
‘시간이 지나면 그리 긴 시간도 아닌데 귀찮다.
해본 적도 없지만 연애라는 말조차 귀찮게 느껴진다.
서로에게 뭘 묻고 궁금해하고 그런 것들이
시간낭비라고 생각되는 건 왜일까,
확 끌리는 이성 역시,
궁금해져서 알아가지만 취향이 아닌
성격이면 마음이 바로 접힌다.
신기하게도,
감성보다 이성이 눌러버린다.
어려 보인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 아직 20대인데도
마음은 늙은이 같다.
이성으로도 눌러버리지 못하는 그런 것들이
통하지 않는 연애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
다만,
엄청 오래 보았던 사람만 가능하다.
이성도 만족할 만한 사람.
쉽게 말하면
어릴 때 좋아하는 사람은 신기한 마법 같은 힘이 있다.
다른 사람들한테는 첫사랑 같은 작용이겠다.
나라는 사람은 담배를 싫어하는데도
신기한 마법으로 허용이 된다.
그 사람이 담배를 피운다고 해서 마음이 쉽게 식지 않는다.
언어장벽도 허물게 하고 내가 배우면 되니까,
그런 마법이 없다면
만나고 싶은 혹은 연애할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
생기더라도 하루, 이틀 뒤면 시든다.
마음에 들기 전에,
이성을 깨야 들어온다.
이성을 깬 사람은
현실에 별로 없다는 게 현실이다.
사실 이렇게 생각이 들고
모태솔로라는 그 자체가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있는 그대로 나라도 좋으니까,
말했잖아.
누군가를 만나면 시간낭비 같다’고 쓰여있는데,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이 한결같고
대쪽 같은 마음을
무너지게 할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다음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