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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유 Sep 20. 2024

I'm 솔로, 모태솔로 so what?

6화 행운의 부적(2)

6화 행운의 부적(2)


그 사람은 이상하게 다치는 게 많았다.

뼈가 부러져 깁스를 두 번이나 하고

코로나가 백신 2차까지 나왔었는데 코로나에 걸렸고 3~4개월에 1건씩 아프고 다쳐서

시무룩한 날이 많았다.


사주에서 한 말이 믿거나 말거나이지만

달마도처럼 인간 부적이라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했다.

한 달 내내 달마도 같은 사진을 계속 찍었다.

화장을 했다가 지웠다가

귀여운 척을 했다가 생난리를 쳤다.

원래는 셀프사진을 잘 찍지 않는다.

풍경이나 귀여운 강아지, 고양이 아님

음식 사진을 주로 찍는데 이 이후로

셀프사진을 찍는 능력이 향상되어 계속 찍고 있다.

고마워해야 하나 뭐 어째야 하나…


증명사진만큼은 작지 않고

스마트폰케이스 뒤쪽에 넣을 수도 있고

지갑에도 들어갈 수 있는 크기를 찾았다.

인터넷으로도 사진을 주문할 수 있으나,

시간이 넉넉지가 않았다.

그 사람은 타지방 사람이었다.

거리도 그렇고 난, 평일에 일하는 사람이라서

주말에 푹 쉬어야 하는데

체력 또한 받쳐주지 않았다.

폭풍검색을 한 뒤에 그 사람이 사는 지방에서

원하는 사진크기에 한 장에 3천 원을 주고

4장을 2장씩 총 8장을 인화했다.


처음으로 내 사진을 인화해 봤다.

어릴 때, 엄마나 아빠가 사진을 찍어서

인화를 한 사진만 보았지,

사진사에서 인화를 하는 일은 처음이자

설렜고 마음이 몽글했다.

셀카도 안 찍는 나에게 그 사람을 위한 일이지만 옛 생각도 나고 이상하게 즐거웠다.

그래서 8장이었다.

4장은 그 사람을 위한 부적이었고

나머지 4장은 지금을 기억할 사진이 될 거라고

간직했다.

그리고 그렇게 몽글한 추억이 되었다.


그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는 없는 우리만의 추억이야’라는 걸 알았을까?

주기 전에 제일 마음에 드는 사진을 스마트폰 케이스 뒤에 넣었다.

만났을 때 그 사람이 은연중에 보라고,

그리고 헤어질 때 사진을 건넸다.

부적인데 필요하냐에 큰 눈이 작아지면서 웃었다.

웃는 모습이 왜 그렇게 사랑스러운지,

당연하듯이 필요하다고 했고

내 사진인데도 괜찮냐고 하니까 뭐든지 좋다고 했다.


너무 부끄러워서 무표정이 되어가고

뚝딱거리려고 하는데


그 사람은 항상 본인의 감정이

얼굴과 말투, 겉으로 다 보였다.

귀여운 강아지와 고양이처럼 다 보였다.

자신감이 있고 당당한 모습이 좋았다.

그런 사람이 되고 싶은데 되지 못하는 나는,

강아지와 고양이 같은

숨겨도 숨겨지지 않는 감정이 보이는 점이 좋았다.


그 사진이 지금까지도 케이스에 있다.


갤럭시울트라 21을 아직도 쓰고 있는데

가만히 있다가도 폰이 꺼지는 현상이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사진을 넣고 다닌 후로는 한 번도 없었다.

떨어트려도 액정이 깨지지도 않았다.


두 번, 사진을 뺀 적이 있다.


핫한 교동에서 친구와 술을 마시는데

창피해서 사진을 뺐다가 액정이 망가져

수리비 30만 원과

50만 원 상당의 화장품이 든 가방을 잃어버렸고

또 한 번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서 뺀 적이 있었다. 그때, 폰의 작동이 멈췄다.

블랙화면과 먹통이었다.

놀라서 사진을 다시 끼워뒀다.


주변에서

본인 사진을 왜 케이스에 넣고 다니냐고 하는데

이유를 설명하려면 이 긴 이야기를 해야 하고

짧게도 가능하지만 궁금증을 키우고 싶지 않다.

집-일-집-일,

쳇바퀴의 일상인 나에게 일하는 곳에서

사람들의 궁금증은 불편하다. 별 다른 말은 안 한다.

미소로 넘기는데 "자기애가 강하다", "독특하다"고 하는데,

그 말과 생각에 타격이 없을뿐더러 신경이 안 쓰인다.

'내 사진, 내가 넣어다니겠다는데 so what? 문제있어?'라며 속으로 생각한다.


최악을 넘기게 하는 부적이자

그 사람과의 추억이 담겼으니까,



그 사람은 내 사진을 어떻게 했을까, 버렸을까?

아직도 가지고 있을까?

궁금증은 금세 사라졌다.

가지고 있던 버렸든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생각과 태도는 냉소적이지만,

아직도 좋아한 감정은 그대로 남아있다.

미래의 연애할 사람에게 미안하지만,

좋아했던 감정은 사라지지 않다.


미친 소리 같아 보이겠지만,

소중한 감정은 간직하고 있다.

하지만,

보고 싶거나 궁금하거나 만나고 싶거나

그러고 싶 않다.

철칙이다. 신념이고,


이래서 연애를 못하나 보다.

이성을 가볍게 생각하지 못해서

애초에 좋아하는 감정이 잘 안 생길뿐더러

가볍게 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좋아하는 감정은 소중하다.

그 시절에 귀차니즘을 이겨낸

원동력이자 에너지이었다.



한번 생긴 감정은 사그라들지 않는다.

다만, 서로에게 맞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안다.

세상에 사람은 많고

어느새, 쉽지 않은 감정 예기치 못하게 생기게 되


아무리 나이가 들면 만나는 사람이 적다 해도,


앞으로 일은 알 수 없고 장담할 수 없다.

그 무엇도 예상할 수가 없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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