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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 탐험가 Oct 24. 2021

탐험은 계속된다

나는 매주 한 차례 이상 서울과 주변 도시를 답사한다. 처음에는 내게 익숙한 동네, 그러니까 어렸을 때 살았던 수유리와 서교동 그리고 강남 위주로 돌아다녔다. 그러다 점차 범위를 늘렸다. 예전에는 내 기억에 의존해 도시를 탐구했다면 지금은 각종 문헌을 참고한다.     


여기에 올리지 않은 글들이 꽤 있다. 물론 '도시 탐험'은 완결할 수 있는 주제도 아니다. 여기서 다룬 지역도 서울 일부 지역으로 한정되어 있다. 하지만 답사 범위를 조금씩 넓혀 가며 글을 쌓고 있다. 답사는 어느 하루 몰아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므로 시간을 두고 꼼꼼히 하려 한다.   

   

물론 갔던 지역을 다시 방문하곤 한다. “철거 예정”이라 쓰인 청계천 지역을 틈날 때마다 가본다. 헐리기 전 모습을 사진으로 담고 기억에도 담고 싶기 때문이다. (2021년 10월 현재) 아직은 건물들이 그대로 있지만 언제 철거될지 모른다. 부지런히 사진과 기억에 담아야 하는 이유다.     


청계천 인근의 철거 예정 건물들

내가 사는 경기도 성남의 분당에도 농촌 시절의 흔적이 담긴 옛 가옥들이 남아있었다. 그곳들이 지난 30년에 걸쳐 서서히 사라지는 모습을 무심코 지켜봤었다. 그러다 어느 날 정신이 퍼뜩 들었다. 기록을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하지만 몇 집 남지 않았다. 후회가 들었지만 남아있는 집이라도 사진을 찍어놓고 그 변화를 기록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이렇게 한다고 해서 누가 알아주는 것은 아니지만 나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소소한 도시 탐험을 위해 옛 자료를 찾으려 해도 불가능한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물론 자료가 있어도 내 성에 차지는 않았다. 사진 자료는 더더욱 귀했다.      


오히려 재야의 고수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정부나 학자가 남긴 자료보다 그 지역에 오래 산 블로거들이나 페이스북 친구들이 기억하거나 기록한 자료가 더 생생했다. 기억에 흐릿한 것이나 모르는 것을 그들에게 물어보면 실마리가 풀리는 경우도 많았다.      


그래서 내가 도시 탐험에 나서고 기록으로 남기려는 이유다. 내가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누군가가 어릴 적 살던 동네가 궁금해 물어봤을 때 내가 대답해 줄 수 있다면 멋질 것 같다.     


답사를 하고 사진과 메모를 담고 글로 정리하는 이 모든 과정들이 재미있다. 50년 넘게 살았지만 나를 흥분시키는 취미는 도시 탐험이 처음이다. 싫증 나지도 않고 피곤해도 즐겁다. 그래서 오늘도 길을 나서는 이유다.     


도시의 건물과 거리가 내게는 미지의 세계이다. 아직 탐험할 곳이 많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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