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결정 시 ESG를 고려하는 것이 수탁자 의무에 위배되는 것인가?
자산 투자 및 관리 방법을 결정할 때 ESG 리스크를 고려하지 않는 자산 수탁자가 의무를 게을리 했는지 여부는 광범위한 논란이 되었었다. 기관 투자자들은 전통적으로 자신의 의무가 오로지 수익 추구에 의해서만 정의된다고 보았고, 이로 인해 비재무적 요인을 반영하는 ESG를 고려해서는 안되는 사항으로 간주한 것이다. 그러나 1부에서 언급한 것처럼 가장 큰 범국가적 기관인 UN뿐 아니라 많은 국가에서 이미 ESG 정책을 구현하는 것이 투자자의 수탁자 의무에 핵심이라고 결론 내렸다. 즉 투자 관행에서 ESG와 같은 장기 투자 가치 요인을 고려하지 않는 것은 수탁자 의무의 실패라는 것이다.
수탁자란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신탁의 개념에서 가장 많이 쓰인다. 위탁자가 자신의 재산을 다른 사람(수탁자)에게 맡기고, 수탁자가 그 재산을 위탁자가 지정한 목적에 따라 관리하고 운용하는 것이다. 자선단체에서 기부 받은 재산을 관리하거나, 사적연금계획처럼 가입자의 연금 자산을 관리하고 운용하는 전문투자기관이 될 수 있다.
수탁자에게는 여러 의무가 부과되며, 그 중 'duty of loyalty'와 'duty of care'가 기본이며 판례법 상 가장 많이 다뤄지는 부분이다. Duty of loyalty는 수탁자가 수혜자의 유일한 이익을 위해서만 행동해야 함을 요구한다. 그래서 수혜자만이 아닌 이해관계자 모두를 고려하는 ESG 전략과는 상충되어 수혜자에게 최대의 이익을 가져다 주는 것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ESG를 고려하지 않는 투자 및 운용이 오히려 리스크 및 비용이 될 수 있으며, 장기적 가치까지 고려했을 때 최상의 이익으로 duty of loyalty를 충족시킨다는 것이다.
Duty of care는 신중한 투자자 역할로 마치 자신의 재산을 관리하듯이 신탁 재산을 관리해야 함을 요구한다. Duty of care의 구성요소로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있다. 시장의 변동성을 분석 및 예측하여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수탁자는 ESG 전략을 비 ESG 경쟁업체와 비교하고 전체 포트폴리오가 수혜자의 필요에 어떻게 들어맞는 지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ESG 전략이 아니더라도, 이해 상충은 없는지 자기 거래가 없는지 살펴보고 일어날 수 있는 모든 리스크를 확인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ESG 투자가 duty of care를 벗어나지 않는 기존의 Active 투자 전략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ESG 수탁 의무 관련 위반 소송 건을 살펴보자. 2023년 5월 11일 뉴욕 대법원에 'Wayne Wong v. New York City Employees’ Retirement System'라는 제목의 소송이 제기되었다. 뉴욕 공무원 연금(NYCERS), 교사 연금(TRS), 교육청 연금(BERS)이 석유 및 가스 관련 투자를 철회한 것은 신탁법과 규제 기준을 위반했다는 주장이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의 정치적인 압력에 의한 굴복이며 투자 전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핵심은 원고인이 피해를 입증하지 못하여 소송 당사자 자격이 없기에 고용주를 수탁자 위반으로 고소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후에 이 사건은 잠재적으로 정치적 의도를 가진 우익 단체들의 지원을 받았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이처럼 ESG가 duty of loyalty와 duty of care에 충족한다는 주장과 사례는 전 세계 판례법 상 인정받고 있지만, 이해관계자를 고려한 명시적인 투자는 위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ESG투자를 제3자의 이익을 고려한 투자("collateral benefit" ESG)가 아닌 수익 목적의 투자(“risk-return” ESG)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 즉 ➀ESG투자가 수익자의 위험반영수익(risk-adjusted return)을 개선함으로써 수익자가 직접 이익을 얻는다고 수탁자가 합리적으로 판단할 것; ➁ESG투자를 하는 수탁자의 유일한 동기가 이런 직접적인 이익을 노린 것일 것; 위 두 가지는 지켜져야 하는 것이다.
ESG는 투자와 법률 모두에서 새롭게 발전하는 분야다. 주목할만한 부분은 ESG 통합 투자 전략의 사용을 허가하거나 장려하는 많은 신탁이 성장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수탁자의 의무를 이행하면서 ESG 전략을 자유롭게 하기 위해서는, 수혜자가 수탁자에게 ESG에 대한 생각을 말하도록 요구하는 조항을 만들고 잠재적으로 넣는 게 우선이다. 그럼으로써 ESG 주제에 대한 담론과 대화를 장려하고 신탁에 대한 투자 정책 성명이 있도록 장려할 수 있는 것이다.
수탁자라는 이유만으로 ESG에 대해 살펴보는 것을 금하는 것은 구시대의 산물이다. 오늘날 시장은 ESG 전략이 다양한 방식으로 구현될 수 있으며, 이러한 전략은 다른 전략보다 더 성공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ESG가 만병통치약은 아니기에, 어떠한 전략을 만들어야 하는지 그 구현 방법은 어떻게 해야 최적인지 세세하고 꼼꼼히 검토해야 할 것이다. 그래도 수탁자에게 있어서 하나의 도구가 추가 되었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흥미롭게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References:
Bernstein. 2024. Can ESG and Fiduciary Duties Co-Exist?
Daniel Aronowitz . 2023. The First ESG Breach of Fiduciary Duty Lawsuits
Melanie Adams. 2022. How Does Incorporating ESG Relate to Fiduciary Duty?
Max Matthew Schanzenbach, Robert H. Sitkoff. 2020. Reconciling Fiduciary Duty and Social
Conscience: The Law and Economics of ESG Investing by a Trustee
Norton Rose Fulbright. 2020. ESG and the duties of investment managers examin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