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향기
서준과 나는 커피숍을 나와 지하철역으로 걸었다. 파랗게 찰랑거리는 하늘을 두고 지하철을 탔다. 멜로디와 박자 대신 소음과 진동을 느낄 수 있는 곳에서 우리는 나란히 앉았다. 나는 이어폰을 꺼내 오른쪽 귀에 꽂고 익숙한 팝송을 틀었다. 왼쪽 귀에 꽂지 않은 이어폰을 왼쪽의 그에게 권하지는 않았다. 주인을 기다리는 듯이 무릎에 떨군 이어폰은 마땅한 주인에게 낙찰되었다.
“나도 이 노래 좋아하는데. 처음부터 다시 들으면 안 돼?” 서준이 물었다.
나는 팽팽한 줄로 이어진 그를 쳐다보았다. 맑은 눈, 하얀 얼굴, 장난기 어린 입가, 가까이에 풍기는 낯익은 향.
6학년 1반의 우리들은 얼굴을 겨우 떠올릴 만한 사이였다. 서준이 연락해 왔을 때 나는 조금 놀랐다. 우리는 노선을 한 번 갈아타고 한강에 내렸다. 한낮의 햇볕은 하늘과 강을 섞어 놓았다.
“아직 환하긴 한데 지금 마실까?” 내가 물었다.
서준과 나는 좁은 편의점에 들어가 청소년이 구매할 수 없는 코너로 곧장 갔다. 나는 에델바이스 병맥주를 골랐다. 서준의 취향은 공개되지 않은 채 친구의 선택을 따랐다. 그는 병 두 개를 들고 성큼성큼 앞장섰다. 나는 서준의 날개뼈가 얇은 티 위로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는 모습을 보며 따라갔다. 우리는 강 가까이에 자리를 잡았다. 서준은 자리에 앉아 나의 에델바이스를 자신의 에델바이스에 부딪혀 서로를 열었다. 기울어진 각도만큼 거품이 흘러 그의 피부에 묻었다. 누구의 것인지 모를 맥주가 각자의 손에 들린 채 짠하고 몸체를 맞댔다. 나는 먼저 한 모금을 머금었다 삼키며 오른쪽 눈을 찡긋 감았다. 왼쪽 눈으로는 아직 아무것도 마시지 않은 서준을 봤다.
“이게 달아서 좋기도 한데 꽃 이름이라 더 좋아.” 내가 말했다.
“에델바이스가 꽃이야?”
“응. 하얗고 깨끗한 꽃이야. 꽃말도 좋아.”
“뭔데?”
“나중에 찾아봐.”
나는 긴 호흡으로 에델바이스를 마셨다. 어디선가 하얀 향기가 흘러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