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뉴엘 마크롱의 와인들

와인, 프랑스의 뛰어난 유산

by 도시 은둔자

에마뉘엘 마크롱, "와인, 프랑스의 뛰어난 유산"


5 공화국의 대통령들 중 가장 젊은 나이에 취임한 에마뉴엘 마크롱 대통령은 2017년부터 대통령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가 취임하던 5월은 1977년 12월생인 그가 아직 만 40세가 되기 바로 전이었죠. 즉, 39살에 취임을 한 것이었습니다. 나이뿐 아니라, 그의 아내 브리짓트가 그보다 24살 반 더 많은 것도 큰 화재를 불러왔었습니다. (마크롱과 그보다 24살 많은 브리짓의 결혼을 도운 사랑: https://brunch.co.kr/@archicitystory/109)

마크롱은 조르주 퐁피두 전 대통령처럼 투자은행인 로칠드 은행에서 일하다 정치권으로 들어와서, 올랑드 대통령 시기에 장관으로 발탁이 되었습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 와인에 대한 열정을 공공연히 밝힙니다. 전임 대통령들의 신중함과는 달리, 제5공화국의 8대 대통령인 마크롱은 자신이 프랑스 와인의 뛰어난 유산을 감별하고 수호하는 지위에 있다는 것을 표현합니다. 그는 2018년에 "와인이 없는 프랑스 요리는 프랑스 요리가 아니다"라는 말속에서 자신의 철학을 완벽하게 요약했습니다. 유럽 정상회담에서 나온 이 말은 마크롱이 와인을 소프트 파워의 도구로 여기고, 프랑스의 우수성을 국제적으로 선보이는 수단으로 쓰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술을 피했던 사르코지나, 자신의 취향에 대해 신중했던 올랑드와 달리, 마크롱은 와인 선택을 진정한 정치적 행위로 삼았습니다.



와인, 외교의 수단이자 무기


에마뉘엘 마크롱은 와인을 외교 무기로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66번째 생일을 맞아 부르고뉴 그랑 크뤼인 코르통 (corton) 와인 6병이 담긴 상자를 선물했습니다. 2020년 7월 17일 브뤼셀, 유럽 정상 모임이 있던 시기가 메르켈 총리의 생일이라, 회의에 참석한 이들에게 총리의 생일 축하 기념으로 샤토 마레 (Château-Maret) 와인을 돌리기도 했습니다. 독일 총리의 생일을 축하하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함은 물론, 유럽연합의 정상들에게 프랑스 와인을 맛보게 하여, 프랑스 와인을 홍보하는 효과도 크지 않았을까요?

또한 메르켈 총리가 16년의 집권을 마지막으로 퇴임하기 전 2021년 마지막으로 프랑스를 공식 방문했던 시기에, 마크롱은 메르켈에게 5등급 레지옹도뇌르 중 최고인 그랑크루아 레지옹도뇌르(la Grand'Croix de la Légion d'Honneur)를 수여하면서, 부르고뉴지방의 도시 본 (Beaune)을 함께 방문했습니다. 엘리제궁은 "역사적 기념물과 와인 문화가 풍부한 프랑스 유산을 보여주는 도시"이기 때문에 본을 선택했다고 했습니다. 이 특별한 순간을 프랑스 문화의 강력한 상징과 연결하려는 것이 목적이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본에서 30분 정도 떨어진 샤토 뒤 클로 드 뷔조(Château du Clos de Vougeot)에서 훌륭한 부르고뉴 와인을 곁들인 만찬을 했습니다. 이때의 와인 라벨이 어떤 것인지 정확히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부르고뉴의 탁월함과 독특함을 잘 드러내는 레드 와인은 피노 누아르를, 화이트 와인은 샤르도네를 선택했을 것입니다.


마크롱과 시진핑 주석의 외교회담에서 와인은 대단히 중요한데, 중국이 프랑스 와인의 거대한 수출 시장으로 부상하면서, 와인으로 프랑스의 문화, 럭셔리함, 그리고 프랑스식 삶의 예술을 돋보이게 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인 2024년 5월 시진핑 주석의 프랑스 국빈 방문 당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자신의 어린 시절을 상징하는 장소인 피레네 산맥(어릴 적 방학이 되면 외가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 것으로 알려짐)에서 시진핑 주석과 비공개 오찬을 함께했습니다. 이처럼 친밀한 분위기 덕분에 격식을 덜 차린 대화를 나눌 수 있었지만, 와인 선택은 전략적이었습니다. 랑그독-루시용(Languedoc-Roussillon)의 상징적인 인물인 제라르 베르트랑 (Gérard Bertrand)의 와인, 시갈뤼스 화이트(Cigalus blanc) 2022, 샤토 라 소바조네 로제 (Château la Sauvageonne rosé) 2022, 코스모스 888(Kosmos 888) 2020을 선택했습니다. 고전적인 보르도나 부르고뉴 와인 외에 빠르게 성장하는 다른 지방 와인 중 프로방스에서 피리네 산맥에 걸쳐있는 랑그독-루시용 와인을 통해 프랑스 와인의 다양성, 풍부함을 보여주고자 했던 것입니다.

제라르 베르트랑은 전통적인 와인생산의 존중과 더불어 자연친화적 방식을 조화하려는 노력, 유기농과 바이오 다이내믹 포도 재배에 대한 헌신으로 유명한 인물입니다. 대를 이어 랑그독-루시용 지역 내 10개의 도멘에서 고급 와인을 만들려 노력하는 기업가로, 프랑스 와인 산업의 현대성, 환경 존중, 그리고 혁신을 상징하는 인물이고, 그의 와인은 중국인들이 가진 환경에 대한 관심과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는 주제로 선택된 것입니다.

제라르 베르트랑의 랑그독 와인(vin de Gérard Bertrand (Languedoc))은 마크롱이 상하이 국제박람회를 방문했을 때, 시진핑과 함께 카메라 앞에서 함께 마신 와인들 중 하나로, 두 국가원수는 루이 라투르의 코르통 그랑시 와인(un corton-grancey de chez Louis Latour)으로 건배한 뒤, 샤토 슈발 블랑(생테밀리옹)(un Château Cheval-Blanc (Saint-Emilion) 와인과 랑그독와인을 시음했습니다.

지난번 마크롱이 시진핑에게 선물한 베이징 올림픽이 있던 2008년 빈티지 장 뤽 콜롬보(Jean-Luc Colombo)의 붉은 드레스의 코르나(Cornas) 와인 이야기도 했었죠? 코르나는 리용과 아비뇽 사이에 위치한 작은 도시이고, 론(Rhône) 강변의 계곡을 뜻하는 코드 뒤 론 (Côtes du Rhône) 지방 AOC 와인이름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마크롱은 와인을 '외교적 무기'이자 국가적 선물로 잘 활용합니다. 외국 국가 원수에게 특정 빈티지 와인을 제공하는 것은 테루아르에 대한 인식, 국내 생산 지원, 그리고 문화적 메시지가 결합한 강력한 제스처입니다.



프랑스 풍토(테루아르)의 대사


테루아르(terroir)는 와인 세계의 상징적, 실질적 개념입니다. 포도를 키우는 대지와 그 땅에서 인간이 오랜 기간 승화시킨 노하우가 결합된 '와인이 만들어지는 풍토'를 뜻하며, 자연 유산과 문화유산이 결합된 개념입니다. 와인 세계의 상징적 개념인 테루아르는 자연유산이 만들어낸 대지와 그 안에 인간의 노하우와 전통을 계승하며 만들어낸 와인, 그 문화유산이 내포된 개념입니다.

테루아르는 인간 공동체가 역사의 흐름 속에서 집단적 생산기술을 개발해 온 한정된 지리적 공간을 나타냅니다. 이러한 노하우는 환경의 물리적, 생물학적 요소 간의 상호작용과 인간적 요인을 기반으로 합니다. 이렇게 구현된 농업 관행은 풍토의 독창성을 드러내고, 풍토에서 생산되는 제품에 전형적인 특성을 부여하며, 제품의 명성을 높이는 데 기여합니다. 프랑스인들이 와인이 테루아르를 강조하며 고유성을 강화하는 노력은 부르고뉴의 미기후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시키는 데까지 이르게 됩니다.

사실, 라틴어로 영토를 뜻하는 territorium에서 유래한 테루아르라는 용어는 항상 긍정적인 의미를 지닌 것은 아닙니다. 2차 세계대전 이전에는 '지역적 맛'을 지닌 와인은 품질이 좋지 않은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1970년대와 1980년대에 과학이 발전하면서 풍토는 인정과 명성을 얻게 되었습니다. 자연은 변함이 없지만, 인간의 노력을 통한 인식의 변화가 생겨난 것이지요.


외국을 방문하는 프랑스 대통령은 테루아르의 다양성과 풍부함을 반영하는 프랑스 여러 지역의 와인을 선물로 세심하게 선별합니다. 예를 들어, 부르고뉴 그랑 크뤼, 소테른(스위트 와인), 그리고 빈티지 샴페인이 포함된 박스 세트를 선물로 자주 선택합니다. 이는 단순한 선물이 아니라 프랑스 문화를 발견하고 감상하도록 초대하는 것입니다.



마크롱이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와인들


외교적 도구로 와인을 사용할 때, 마크롱은 다양한 테루아르의 와인을 세심하게 선별하지만, 개인적으로 그는 화이트 와인에 관해서는 부르고뉴 와인을, 레드 와인에 관해서는 보르도 와인을 더 좋아합니다. 화이트 부르고뉴 와인에서는 코르통(Corton blanc)을 특히 좋아합니다.


보르도 포도원에 대해 말하자면, 대통령은 샤토 샤스-스플랭(Château Chasse-Spleen), 샤토 뒤아르-밀롱(Château Duhart-Milon), 샤토 록 드 캉브(Château Roc de Cambes)와 같은 잘 숙성된 보르도 와인을 선호합니다.


마크롱은 남부 와인, 프로방스의 레드 반돌(Bandol Rouge de Provence)과 햇살 가득한 코르시카 와인에도 큰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아마도 지중해 연안 코트 다쥐르(Côte d’Azur, 문자 그대로는 쪽빛 해안이란 뜻) 지방 대통령의 휴가지인 브레강송 요새(Le Fort de Brégançon)에서의 휴가를 보내며, 프랑스 남부의 와인들을 경험하게 되는 기회가 많았으리라 추측됩니다. 브레강송 요새는 루이 13세 때의 재상 리슐리외 추기경의 주도로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시민혁명 당시 국유화되었고,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에 의해 복원되면서 일시적으로 군사적 요충지 역학을 했습니다. 프랑수와 올랑드 대통령이 일반에게 되돌린다고 공헌하며, 대통령의 여름휴가 기간 이외에는 일반에게 공개가 되는 건축유산이기도 합니다.


Fort_de_Brégançon.jpeg 지중해 바다 쪽에서 바라본 브레강송 요새 모습 (Bormes-les-Mimosas, Var, France) 출처: 위키피디아



마크롱의 선호도 중심에 있는 부르고뉴

그의 와인 저장고 리스트 속에는 부르고뉴 와인에 대한 뚜렷한 애호가 드러나며, 특히 도멘 드 라 로마네-콩티 (Domaine de la Romanée-Conti)의 전설적인 빈티지에 대한 선호도가 뚜렷합니다. 그의 선택은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와인 중 하나인 이 와인은 탁월함에 대한 그의 취향과 프랑스의 전통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그가 특히 좋아하는 화이트 와인 코르톤 (Corton blanc)은 그의 세심한 정치적 접근 방식과 세련미를 끊임없이 추구하는 모습을 반영합니다. 그중 코르톤-샤를마뉴 (Corton-Charlemagne) 그랑크뤼는 독일과 프랑스의 역사적 연결관계를 보여주기 위해, 독일의 총리를 초대한 만찬에서 자주 등장하는 외교적 와인입니다.

부르고뉴에 대한 이러한 열정은 자연스럽게 훌륭한 보르도의 레드 와인으로 확장되었습니다. 샤또 샤스-스플렌(Château Chasse-Spleen)부터 샤또 뒤아르-밀롱(Château Duhart-Milon), 샤또 로크 드 캄브(Château Roc de Cambes)까지, 그가 선별한 와인은 훈련된 미각과 풍토에 대한 심층적인 지식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선택은 전통과 현대성을 조화시키려는 그의 열망을 완벽하게 대변합니다. 많은 역사적인 샤또(성)들은 비밀스러운 고품질 테루아르를 품은 영지에 위치해 있습니다.



정치적 프로젝트로서의 와인

제5공화국 최연소 대통령인 에마뉘엘 마크롱에게 와인은 중요한 자리를 차지합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와인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으며, 사교 모임에서 와인을 나누는 것을 즐깁니다. 그는 와인에 대해 특히 다양하고 풍부한 대화의 주제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와인이 없는 식탁은 슬프지만, 와인은 식사를 더욱 빛나게 하고 요리의 맛을 돋보이게 합니다. 샤토 라투르(Château Latour, 프리미에 그랑크뤼 포이악 Premier Grand Cru Classé de Pauillac)와 1802년 탈레랑 소유였던 돔 페리뇽(Dom Pérignon, 빈티지가 있는 유일한 샴페인)을 포함한 프랑스 와인의 최고 빈티지 와인들이 엘리제 궁에 준비되어 음미하고 디캔팅할 수 있습니다. 제가 대통령으로 있는 한 에뱅 와인법을 강화하는 개정안은 없을 것입니다."라는 말은 마크롱이 와인 업계에서 환영받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개인적인 선호도를 넘어, 마크롱 대통령의 와인 선택은 프랑스를 홍보하려는 더 광범위한 접근 방식의 일부입니다. 엘리제궁에서 제공되는 각 병은 그 지역의 홍보대사가 되며, 경제적 측면뿐 아니라 문화적 측면도 차지합니다. 외교적 도구로서 와인에 대한 이러한 전략적 접근 방식은 이전의 관행과 비교해 주목할 만한 발전을 보여줍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등장으로 엘리제 궁에서 와인은 예전의 영광을 되찾았습니다. 더 이상 단순한 의전이 아니라, 그가 전 세계에 홍보하고자 하는 프랑스적 삶을 예술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으로 와인은 중요한 자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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