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를 모르고 다시 찾아간 아름다운 사막 마을 아타카마 여행 이야기
그렇게 뜻밖의 기상 이변으로 대차게 망했던 (...) 첫 번째 산 페드로 데 아타카마 여행.
조금씩 시간이 지나자, 그 볼 거 많다는 아타카마에서 폭우와 번개로 발이 묶여 겨우 마을 근처 산책, 공동묘지 방문, 별 보기 정도 밖에 하지 못했던 일이 두고두고 뼈 아프게 느껴졌다.
어떤 여행자들에게는 머나먼 남미를 찾아오는 이유이기도 한 매력적인 관광지 아타카마.
그래도 당시 모케구아에 사는 내게는 야간 버스 포함 약 18시간 정도 버스를 타면 갈 수 있는 곳이기도 했다.
긴 고민 끝에 결국 연말 연초 연휴에 다시 가 보기로 결정하고, 인터넷으로 미리 칠레 버스 시간을 알아본 뒤 아리카에서 산 페드로 데 아타카마 버스 티켓을 끊었다.
모케구아에서 타크나, 다시 칠레 국경을 넘어 아리카, 구리 광산이 있는 북부의 큰 도시 칼라마 Calama, 그리고 거기서 다시 산 페드로 데 아타카마 순서로 오는 여정이었다. 그렇게 두번째 여행을 시작했다.
당시 나라 붕괴 상황 속에 희망을 찾아 칠레까지 온 베네수엘라인들로 북적이는 국경도시 아리카 버스 터미널, 악명 높은 치안에 몸이 저절로 움츠러드는 광산업의 도시 칼라마 버스 터미널을 거쳐, 마침내 다시 도착한 고즈넉한 사막마을 산 페드로 데 아타카마.
마을은 변함없이 북적이고 아름다웠다.
저번에 있었던 아늑한 늪 같은 호스텔에 다시 예약을 했고, 날 알아본 몇몇 스탭들은 나를 반겨주었다.
마치 친구집에 놀러온 듯한 기분으로 짐을 풀고, 호스텔 스탭과 함께 투어 상품들을 보고 설명을 들으면서 마음 속으로 하고 싶었던 투어를 골라 몽땅 예약하였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숙소와 연계된 투어들은 상대적으로 질이 괜찮은 편이었고, 남미에서는 여러 투어 회사들끼리 협력해서 일하기에 내가 A 여행사로 예약을 해도 B 여행사에서 데리러 오는 경우가 흔하다. 모객 수가 모자거나 차량에 문제가 발생하면 또 알아서 괜찮은 투어사로 연결해주기도 하며, 무엇보다도 한꺼번에 한곳에서 예약하면 전체를 퉁쳐서 가격을 협상할 수 있기에 나름 괜찮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많은 투어를 예약한다는 건, 어찌 보면 고산 지대에서 다니기에 체력적으로 부담이 되는 빡빡한 일정으로 보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1월 1일에는 모든 투어사가 문을 닫고 쉰다기에 - 기왕 여기까지 다시 왔으니 최대한 후회를 남기지 말자는 생각에 그렇게 진행했다.
다음은 아타카마에서 내가 했던 각 투어들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개인 감상이다.
◎ 스타게이징 투어(일명 별 투어)
첫 번째 아타카마에서 수없이 쏟아지는 별과 은하수를 본 이후 가장 하고 싶었던 투어 중 하나였다.
큰 기대 없이 밤하늘의 별을 보며 감상하러 온 사람부터 아마추어 천문관측인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찾는 투어인지라, 보통 전문적인 지식이 있는 천문대 연구원 출신 혹은 천문학을 전공한 사람을 섭외하여 진행한다.
이날 아쉽게도 이미 달이 많이 떠 있어서 오늘이 투어를 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이었다. (이 투어는 보름달 즈음에는 하지 않는다) 대형 천문망원경으로 별과 달을 관측하고, 북반구와 남반구의 위치가 서로 다른 별들을 보며 내가 가진 세상을 좀더 넓힐 수 있었다.
◎ 피에드라스 로하스 Piedras Rojas + 라구나 알티플라나 Laguna Altiplana 종일 투어
이날 진행했던 일정은 플라밍고의 서식지로 유명한 알티플라노 석호 Laguna altiplana 들과 화산 활동으로 만들어진 피에드라스 로하스 Piedras rojas (스페인어로 붉은 암석) 를 종일 둘러본 뒤 인근 마을에서 점심을 먹고 다시 아타카마로 내려오는 투어였다.
분홍색 몸이 매력적인 플라밍고는 사실 희게 태어나지만, 그들이 먹는 먹이인 갑각류의 성분에 따라 색이 점점 붉게 달라지는 것이라고 한다. 무리 지어 생활하는 플라밍고가 한꺼번에 날아가는 모습은 참 아름다웠다.
여기 땅에는 이곳저곳 흰색 물질이 보였었는데, 이는 소금이라고 한다. 다만 리튬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 식용은 아니라고. 땅에 흔하게 널부러진 있는 각종 자원들을 보니, 참으로 축복받은 대륙임에 틀림없다.
고산 지방이다보니 차량 엔진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발생해서 기다리기도 하고, 다른 투어 차량에 얻어타기도 하는 등의 괴상한 일들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돌발 상황들마저도 역시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 무지개 계곡 Valle del Arcoíris + 달의 계곡 Valle de La Luna 종일 투어
자연물에는 단 한 가지의 색만 있는게 아니라, 저마다의 물질이 빚어낸 다채로운 색상들이 어우러져 있다.
무지개 계곡은 바로 그런 자연의 조화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곳이었다. 산과 암석에서 비롯된 여러 물질들이 제 모습을 드러내고 저마다의 색을 뽐내며 대지 전체를 꾸민다.
이곳 알티플라노 지역의 암석은 모두 미네랄들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 보통 색이 붉거나 검은 것은 산화철, 노랑 계열은 황, 구리나 황이 산화된 것은 초록빛을 띈다. 이렇게 광물의 빛깔이 겹겹이 드러난 덕에 '무지개 계곡'이라 불리게 되었다. 무지개라 하기에는 팔레트가 다소 한정적이지만, (이후에 내가 갔던 아르헨티나 북부 오르노칼에서는 한층 더 다채로운 색들이 펼쳐져 있었다) 이곳의 자연이 품고 있는 신비로움과 압도되는 풍경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
잠시 쉬었다가 오후 늦게 시작 된 달의 계곡 투어.
지난 번에는 기상 이변으로 투어가 중단되어 특히 아쉬움이 컸던 투어였지만, 그때의 일이 무색하게도 매우 날씨가 맑았다. 다만 아타카마의 대표적인 명소이니만큼,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어 풍경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달의 계곡은 원래 1980년대까지 소금 채굴이 이루어지다가 관광지로 개발된 곳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피에드라스 로하스 지역처럼 바닥에 있는 흰 부분들은 모두 소금이다. 호기심에 한 번 맛을 보았는데, 여전히 짰다. 그러나 이미 언급했듯, 이곳의 소금은 순수한 식용 소금이 아니라 리튬이나 각종 미네랄이 많이 섞여 있어 바로 섭취하기에는 부적합하다고 한다.
달의 계곡의 백미는 투어의 마지막 포인트에서 일몰을 감상하는 것이다.
비록 첫 번째 아타카마에서는 즐기지 못했던 순간이었지만, 두 번째 와서는 온전히 이 아름다움을 내 머릿속과 폰카메라에 담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그때 나와 함께 했던 사람들이 곁에 없다는 사실이 유독 아쉬웠다.
예전의 나는 이미 가본 여행지를 다시 찾는 사람들을 솔직히 이해하지 못했는데, 지금은 완전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때 묻어둔 추억과 시간이, 내가 다시 돌아오는 순간 되살아나 즐겁게 춤을 추고 나를 미소 짓게 만든다.
◎ 타티오 간헐천 Geisers del Tatio + 소금 호수 Laguna Cejar y Piedra 투어
아침에 시작하는 보통의 투어는 빠르면 7시, 보통 8시에 시작하는데 유독 이 투어만 새벽 4시에 출발한다고 해서 의문이었던 타티오 간헐천 투어. 게다가 고산 지대 특성상 밤과 새벽에는 기온이 훅 떨어져있어, 호스텔 스태프가 충고한 대로 옷을 단단히 껴입지 않았다러면 거의 동사할 뻔했다.
정신없이 졸다가 고산지방 특유의 추위에 몸을 부들부들 떨며 일어나는 일 두 시간 정도 반복하며 드디어 간헐천에 도착했다. 뜨거운 간헐천 증기, 새하얘지는 새벽하늘이 자아내는 자연의 작품을 보고 감탄했다.
타티오 간헐천은 안데스 산맥이 놓인 볼리비아 국경과 불과 10여 킬로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으로, 볼리비아 쩍 호수물이 지하로 공급되어 이쪽 칠레로 나오는, 전세계에서 오직 이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지형 구조라거 한다. 밤마다 얼어붙은 볼리비아의 물이 이곳의 활발한 지각 활동으로 인해 생긴 지열과 만나 증기처럼 뿜어져 나오는 거라고 한다. 다만 태양이 뜨면 강한 열기와 온도로 인해 순식간에 녹아버려 태양이 완전히 뜬 8-9시 이후부터는 증기가 약해지기에, 이 간헐천의 장관은 오직 해 뜨기 직전의 새벽 시간대에만 볼 수 있다고 한다. 이 말을 듣고 보니 왜 이른 새벽 아침에 투어를 해야하는지 이해가 되었다. (아타카마에서 여기까지 약 차량으로 두 시간 가까이 걸린다.)
원하는 사람은 짧게나마 간헐천 근처 온천에서 목욕할 수 있는 옵션도 있다. 나는 귀찮아서 패스하고, 그저 주변을 산책하는데 만족하기로 했다.
얼마 전에도 그러더니 이번에도 여행사 차량에 또 문제가 생겼다. 오후에 소금 호수 투어 일정이 있어 마냥 차량을 기다릴 수 없던 차는 나는 다른 여행사의 도움으로 그 차에 더부살이를 하며 아타카마로 돌아왔다.
오후에는 라구나 세하르, 통칭 소금 호수 투어에 나섰다.
전세계에서 이스라엘의 사해와 이곳 칠레의 소금 호수만이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사람이 떠 있을 수 있는 호수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린아이가 된 마음으로 신나게 수영복을 입고 물 속으로 뛰어든다.
가이드도 나에게 들어가보라고 권유했으나 나는 거절했는데, 도착 첫날 버스 터미널에서 하필 풀린 신발끈을 밟고 크게 넘어져 다리 살갗이 심하게 까졌기 때문이다. 상처를 본 같은 방 여행객들이 약과 밴드, 거즈 등을 건네며 보살펴 주었지만 별다른 차도가 없는 상태였다.
"아무래도 상처가 있어서 들어가기 어려울 것 같다"는 내 거절을 듣고도 계속 가이드가 웃으면서 들어가보라고 하기에, 결국 백문이 불여일견 - 그냥 다리의 상처를 보여주었다. 이를 보자마자 가이드는 "아이고, 그럼 니가 저기 들어가는 건 고문이 되겠네!"라며 급하게 말을 바꾸었다 (...)
그래서 나는 우리 투어 팀에서 아마 유일하게 물에 들어가지 않고 자유로이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게 된 사람이 되었다.
마지막 코스는 라구나 테빈킨체 Laguna Tebinquinche. 이곳에서는 고요한 풍경을 돌아보며, 간단히 간식을 먹고 피스코를 마시면서 일몰을 감상한다. 일몰 전에 이미 달이 떠있어 신비스러운 느낌까지 들었다.
한참을 감탄하면서 걷다 오니 가이드가 간식과 피스코 Pisco 를 준비해놓았다.
피스코는 페루와 칠레에서 생산하는 포도 증류주로, 각 나라마다 제조 스타일은 다르지만 원리는 같기에 페루와 칠레는 피스코는 서로 자기가 원조라 주장한다. 사실 나는 페루 쪽 손을 들어주고 싶은게 - 내가 페루에 살았기에 같은 편을 드는 것이 아니라 - 페루 이카 주에는 "피스코"라는 지명을 가진 도시가 실제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피스코의 기원을 논할 때 이곳의 지명을 근거로 페루가 원조다라는 가설이 힘을 얻는다. 물론 칠레노들에게 물어보면 강하게 부정하며 무조건 자기들 거라고 한다. 이런 민감한 사안은 제3자인 외국인이 껴들어 중재하기에 힘든 문제임이 틀림없다.
* 살라르 데 타라 Salar de Tara 투어
가장 멀고, 험하고, 시간도 하루 종일 걸리는 투어라 사람들이 많이 신청하진 않지만, 그만큼 알티플라노 지역이 품은 극상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고민 끝에 신청한 투어. '과연 하루를 온전히 투자할 가치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그래도 '인생에서 안 하고 후회할 일을 만들지 말자'는 내 삶의 모토가 떠올라 그대로 실행하기로 했다.
살라르 데 타라 Salar de Tara 는 '타라 소금 호수'라는 뜻으로, 칠레플라밍고를 비롯한 각종 동식물들의 생태 보고이다. 이곳을 가는 길인 로스 플라멩코스 자연보호구역 Reserva de Los Flamencos 을 지나 자연과 세월이 빚어낸 독특한 암석 군락이 돋보이는 파라욘 데 타라 Farellón de Tara 와 리칸카부르 화산 Volcán Licancabur 전망대까지 두루 둘러보고 오는 코스다. 평균 지대가 4,200m 정도 될 만큼 높아, 고산지대에 익숙하지 않은 여행객들에게 난이도가 꽤 있는 코스다.
한 군데 여행사로는 모객이 어려웠는지 - 여러 여행사에서 합류한 사람들로 구성된 이날의 투어객들은, 나와 호주에서 온 게이 커플을 제외하고는 모두 브라질 사람들이었다. 다행히 운전 겸 가이드가 브라질에서 오래 살아 이들과 금세 빠르게 의사소통이 되었고, 이는 나중에 언급할 고산병 구토 파티에서 큰 도움이 되었다.
이제까지 투어와는 다르게 아르헨티나와의 접경지대 바로 근처까지 와서 "정말 멀리 왔구나" 싶은 곳까지 달려왔다. 그래도 생각보다 도로 상태가 괜찮았기에, 해발 4,500m를 넘나드는 고원임에도 불구하고 나의 전형적 고산병 증상인 "멀미와 함께 오는 고산병"에 시달리지 않을 수 있었다.
문제는 다른 투어 손님들이었다. 같은 차량에 타고 있던 브라질 가족 중 초등 고학년쯤 되는 남자아이가 갑자기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손발을 떨며 계속 구토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고산병의 전형적인 증상이다. 부모들도 당황해서 아이의 손발을 열심히 주무르고 했는데, 고산병은 정말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 평소에 매우 건강하고 멀쩡해보이는 사람이 고산에서 그대로 뻗고, 병약해 보이는 사람이 쌩쌩한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저 나이 때의 아이들은 폐가 한참 성장 중이라, 산소가 더 많이 필요해서 어른보다 심각한 고산병이 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몇 번이고 고산병을 경험한 나에게도 처음 보는 아이의 증상은 이미 심각해 보였는데, 그렇다고 지금 저 많은 손님들을 뒤로 하고 어떻게 산 페드로로 돌아가겠는가. 이미 돌아가는 데만 두 시간 반이 넘게 걸릴 것이고, 어디로 가든 또 다시 고산을 넘어가야 한다. 어쩔 수 없이 우리는 조금 일찍 내려 아침을 먹고, 가이드는 아이에게 알콜로 코 밑을 닦고, 동시에 산소마스크를 씌워 호흡을 편하게 하는 등의 응급 조치를 취했다. 나는 챙겨온 물티슈를 아이의 부모님께 드렸고, 만일 나도 고산병이 왔더라면 저 남자아이와 함께 구토를 하고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아찔해졌다.
다행히 아이의 상태는 산소 마스크 덕인지 좀 호전되는 듯 보였고, 혹시 몰라서 아침은 정말 조금만 먹였다. (고산병 치료나 예방 방법은 위로 쏠리는 혈류량을 줄이기 위해 적게 먹는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출발해서 과거 화산 활동의 흔적이 잘 남아있는 몽헤스 데 라 파카나 Monjes de la pacana 라는 곳으로 이동했다.
살라르 데 타라의 입구에 내리자마자 가슴이 쿵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세상에는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도 있었나? 아니, 이것이 지구에 존재하는 풍경인가?
스스로 의구심을 들게 만드는 정말 비현실적인 풍경이었다.
모두가 그런 생각을 했는지, 할말을 잃으며 아주, 아주 천천히 트레킹하며 내려왔다. 사진으로도 결코 담을 수 없는 이곳의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을 찬양했다.
구경하고 점심을 간단히 먹는데 이제는 게이 커플이 극심한 두통을 호소하며 차에 눕는다. 아까 괜찮아졌던 아이도 오락가락하며 다시 드러눕고. 여기 저기 아프다고 외치기 시작하니 다른 사람들도 왠지 머리가 아픈 거 같다고 덧붙인다. 아이고, 이 참상을 본 가이드 왈 여기 투어가 가장 외지고 고도도 높아서 이런 고산병 환자가 속출하는 투어라고 한다 (...)
고산병에 자신이 없으면 좀 더 낮은 고도의 투어에서 몸을 만들고 적응해서 와야하는데, 이건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은 장기여행자에게나 가능한 일이다. 결국 돌아오는 길에는 사람들이 하나 둘 씩 번갈아가며 차를 세우고 토하기 시작하고... 더럽게 표현하자면 정말 "아비규환의 구토 파티" 그 자체였다.
사실 웬만한 사람들은 적응 없이는 반쯤 죽어나가는 4,000m를 넘나드는 고도에서 몸을 버티는 건 나도 힘들었다. 조수석에서 조는 건 죄악인 것을 아는데도 자꾸 졸음이 오고, 졸음 참느라 끊임없이 헛소리를 하는 내 모습을 본 가이드는 피식 웃으며 "고산지대에서는 몸이 버틸 구실을 만들기 위해 자꾸 자려고 한다"며 나를 이해해주었다.
그렇게 서서히 고도를 낮춰서 다시 아타카마로 돌아가던 중 들린 리칸카부르 전망대.
리칸카부르 Licancabur 는 이 지역 사람들이 신성시 여기는 화산의 이름으로, 웅장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다.
이 전망대 근처에서 가축을 기르는 주민 한 분이 소, 양, 염소, 야마 등을 풀어놓고 꼴을 먹이고 있었다.
우리 일행들 역시 고도가 조금 내려온 덕에 상태가 조금씩 호전되는 중이라, 잠시 내려서 바람도 쐴 겸 이 목가적인 경치를 감상했다.
마을에 다 왔는데도 결국 브라질 가족의 남자아이는 차 안과 밖에 토 범벅을 하고 말았다. 그리고 불쌍한 호주 게이 커플 중 한 파트너도 마찬가지... 나중에 이야기를 전해 들으니 불쌍한 그 파트너는 하루 반을 꼬박 앓고 나서야 상태가 호전되어 다른 여행을 다닐 수 있었다고 한다.
아이고. 이 모든 상황을 끝까지 감내하고, 서로 이해하고, 끝까지 보듬어주며 돌아온 가이드와 우리 투어 일행들 모두가 보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사람과 본 풍경은 더 오래 남는 법. 여튼 여러모로 잊지 못할 살라르 데 타라 투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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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대부분의 투어는 주요 지점마다 입장료를 따로 내야 하지만, 이 살라르 데 타라 투어는 입장료가 없다. 대신 입장료가 없는 만큼, 투어 내내 화장실도 없다.
어쩔 수 없이 우리는 가이드의 지시에 따라 바뇨 델 잉카 Baño del Inca - 혹은 바뇨 나뚜랄 Baño Natural, 속된 말로 노상방뇨를 일컫는다 (...) - 를 이용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자연 보호를 위해 사용한 휴지는 모두 수거해서 가져와야 한다.
투어 내내 나름 바뇨 델 잉카가 될 만한 스팟을 서로 찾아서 순서대로 돌아가며 사용하는 우리의 모습은 백미였다.
이 날은 2017년 마지막 날이었다.
그동안 정들었던 호스텔 사람들과 함께 새해 전야를 즐기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마치 여기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다 깨어나 걷는 것처럼, 산 페드로 데 아타카마 마을 곳곳은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 마을은 작은 동네이지만 세계 각지에서 온 사람들로 붐비는 활기찬 곳이고, 이곳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이 특유의 분위기를 즐긴다.
거리를 쏘다니며 걷다가 우리는 새해 카운트다운을 시작했고, 카운트다운이 끝나자마자 이곳저곳에서 불꽃놀이와 폭죽이 쏟아졌다. 작은 동네라 그런지 내가 여지껏 투어하다가 만났던 일행들을 우연히 한 곳에서 만나, 모두 얼싸 안고 새해 축하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이렇게 두 번째로 방문한 산 페드로 데 아타카마에서는, 첫 번째 아타카마에서 마음 한 켠에 남아있던 아쉬움만큼이나 다양한 풍경과 활동으로 내 마음 속 비어있던 추억의 자리과 휴대폰 속 사진첩을 채우고 돌아왔다.
언젠가 사막 속 오아시스 같은 이곳을 세 번째로 여행할 기회가 닿게 된다면 -
또 다시 전세계에서 모인 사람들과 칠레산 와인과 치즈를 나누며 이야기꽃을 피우고, 소중한 사람과 함께 별을 바라보며 노래를 부르고, 눈과 영혼 모두를 충만하게 만들 또 다른 낮과 밤을 만들고 싶다.
* 이 글의 세부 내용은 당시 개인 블로그에 기록했던 글을 바탕으로 기억을 더듬어 재구성한 것입니다.
더 많은 TMI와 소소한 에피소드, 현장에서 느꼈던 감정들은 블로그 원문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다음은 아타카마에서 넘어가서 보고 온, 짧은 볼리비아 우유니 여행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