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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적당한 박선생 Feb 27. 2021

한갓진 오후 1시 17분

어떤 물리치료사의 평범하고 적당한 하루

오랜만에 키보드를 두드린다.


어스름한 아침에 출근해 하늘이 조금 더 짙어진 때에 퇴근하는 나날. 

치료사인 나의 메인 업무는 30분 단위로 끊어진다. 그리고 치료실을 이동하기 위해 주어지는 이동시간 5분 안에 화장실도 가고 커피도 마신다. 30분의 치료시간 동안 내 앞에 있는 환자에게 충실하면서도 귀는 치료실의 상황을 살핀다.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다시 오후 업무를 시작. 오후에 원장님께 그날 하루 상황을 보고 드리고 다음날의 치료 스케줄을 짜면서 다른 여러 행정업무를 처리한다. 점심시간에도 대개 업무를 보지만 다 처리하기엔 시간이 부족해서 오후 5 시인 퇴근시간을 넘겨 퇴근하는 게 보통이다.


출근해서 웹툰을 보거나 친구와 카톡을 하는 일은 거의 없다. 처음에는 하루 일과가 숨차기도 했는데 하다 보니 업무시간에 그냥 일에 충실한 것이 좋다. 월급쟁이는 일정 시간과 능력을 담보로 한 대가를 받는 사람이기 때문에 근무시간에는 사적인 나보다는 치료사로 존재하는 것이 프로답다는 생각이다. 좀 딱딱해 보일 수 있어도 그게 돈을 받는 나의 염치이다. 


하지만 퇴근하고 나서나 주말은 그냥 자연스러운 나로서 보내는 시간. 좋아하는 빵을 잔뜩 사서 커피를 끓이고 느긋하게 향을 맡는다. 스마트폰으로는 유퀴즈를 틀어놓고 킬킬거리면서 노트북으로 글을 쓰는 느긋한 오후. 1시 17분에 제목을 썼는데 벌써 2시 28분이다. 이 몇 줄을 쓰는데 한 시간이 넘게 걸리다니. 


너무 좋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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