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이 교실에서 학생은 나일지도
아이들을 혼내고 나면 늘 마음이 불편하다. 그런 날에는 꼭 하루를 반추한다. 기분 좋게 넘어갈 수도 있는 일을 괜히 트집잡았던 것 같다. 아이들을 하교시키고 홀로 남은 빈 교실에 앉아서, 퇴근길 버스에서, 잠들기 전 침대에 누워서, 그리고 다시 학교에 출근하는 다음날 아침까지도 아이들에게 했던 말들이 머릿속에 맴돈다.
전날까지만 하더라도 풀이 죽었던 아이들은 언제 혼났냐는듯이 다음날 아침 웃으며 인사를 건넨다. 안도의 한숨을 나도 모르게 내쉰다. 출근 전까지 고민했던 순간들이 무색할 정도로 아이들은 날 늘 반갑게 맞이한다.
지난 일은 쉽게 잊고 다시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날 따뜻하게 반기는 것인지, 혹은 속상한 일이 있었음에도 다시 잘 해보자는 마음으로 화해의 손길을 건네는 것인지. 아이들의 마음가짐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참 배울점이 많다. 어떤 마음이더라도 나에게 필요한 태도다.
한 학년을 담임으로서 온전하게 보낸 것이 처음인지라 이런 과정이 정말 소중하다. 어쩌면 이 교실에서 학생은 나일지도 모른다. 서툰 선생님의 모습도 감싸주는 아이들이야말로 진정한 우리 반의 선생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