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만의 첫 면접 준비
지이잉.
진동과 함께 문자 하나가 도착했다. 노트북에서 손을 떼고, 핸드폰 화면을 확인했다.
[안녕하세요. 당사… 지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1차 면접 가능일자 회신 부탁 드리겠습니다.]
2주 전 지원했던 게임 회사의 면접 회신 요청. 설마 날 불러줄까 했는데 서류 통과가 됐다. 허공에 발을 굴렸다. 떨리는 마음으로 면접 일정을 잡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면접준비는 1도 하지 않았다는 걸. 게다가 무려 13년 만의 첫 면접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일자를 이틀 뒤, 시간은 오후 3시로 잡았다는 거다.
면접 예상 질문을 뽑고 답변을 정리했다. 답변을 키워드로 한 번 더 정리했다. 이제 키워드 위주로 외우기만 하면 된다. 순조롭다.
…순조롭지 않다.
글쓰기 수업에 제출할 글을 먼저 써야 했다. 마감이 내일 자정이기 때문이다.
일단 수업 과제부터 하기로 했다. 기억나는 대로 썼다. 심폐소생 불가능한 노잼구간 싹 다 삭제하니 1,500자 분량이 나왔다.
일기가 아닌 타인에게 보여주는 글이라 생각하자, 말을 고르게 된다. 예상보다 시간을 많이 소요했다.
벌써 자정이 되어가고 있었다.
이제 진짜 답변 스크립트를 외워야 했다.
…큰일났다.
새벽 2시지만 전혀 외워지지 않았다. 그 순간부터 공포가 밀려왔다.
나는 내일 면접에서 모든 걸 말아먹을 거라고.
자기 포트폴리오조차 제대로 설명 못하는, 한심한 인간의 실체를 알몸으로 드러내는 자리가 될 거라고.
면접관들의 당혹스러운 표정, 어찌할 바 모르는 정적...
공포에 질리니 일어나지도 않은 상황이 되감기처럼 계속 떠올랐다.
그러다.
사회 초년생 시절, 말아먹은 면접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쳤다.
다대다 면접.
내 옆에서 크고 당당한 목소리로 말하던 여자.
“이 시대 1등 인재!“
“트렌드 한 디자인의 선두주자, ㅇㅇㅇ입니다!”
다음은 내 차례였다.
준비한 대로만 할 것이지, 나도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이 목 끝까지 차올랐다.
“저는 기획력 있는 디자이너, 레이다입니다!”
그 순간 안광이 반짝이던 면접관들을 똑똑히 기억한다.
“추석 여행 기획, 지금 한 번 해보실래요?”
과제를 던진 면접관의 얼굴은 기대감으로 광대가 부풀어 있었다.
나는 고장 난 자판기처럼 말을 먹었다가,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지금 당장, 생각나지 않습니다!”
1등 인재처럼 크고 자신감 있게.
면접관의 크게 실망한 기색.
이로서 그가 현재 추석 여행 기획을 진행 중이며, 아직 기획 타이틀조차 뽑지 못한 상황임을 확신했다.
이번엔 내 옆자리 면접자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다.
이 면접자는 1등 인재와 내 자기소개 멘트를 듣더니
“저도 기획력 있는 디자이너입니다!”라고 나와 같은 실수를 범해버렸기 때문에, 9연발 리볼버는 이제 그녀의 머리에 겨눠졌다.
숨 막히는 정적.
곧 이어진 그녀의 말에 나는 내 출생의 비밀을 의심했다. 그녀가 있지도 않은 내 쌍둥이 자매처럼 답했기 때문이다.
“저도 지금 당장은 생각나지 않습니다!”
1등 인재만이 흥겨운 발걸음으로 면접장을 벗어났다.
머리카락을 멱살 잡듯 쥐어뜯었다.
정신 차려, 할 수 있을 거야. 예상 질문 달달 외우면 돼. 망치면 어때? 실패한 경험도 데이터로 쌓일 텐데. 자존감이야 박살 나겠지만, 혹시 조건이 맞아서 날 채용할지도 모르잖아?
…자존감이 문제였다.
이미 관짝으로 들어간, 장례식까지 치른 내 자존감의 부재.
그리고 다음날 아침이 밝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