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 요가에 입문했다. 언제부터인지 요가를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다. 유명하다는 요가채널 유튜브를 틀어놓고 따라 하기도 해 봤다. 물론 오래가지는 못했다. 이렇다 할 효과도 없었다. 요가원을 등록하자니 남자 회원도 받는지, 어디 요가원이 잘 가르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즉흥적으로 요가를 시작했다. 간판도 없이, 입간판에 '요가'라고 쓰인 10명쯤 수련할 수 있는 공간. 요가원은 심플 그 자체였다.
첫날 수업 후 느낀 점은 내가 그동안 알고 있던 요가는 요가가 아니었다. 요가는 상상 이상으로 힘든 운동이다. 요가가 뭐가 힘들까 싶으냐마는 내가 살면서 해 봤던 그 어떤운동보다 요가가 힘들다. 웨이트 트레이닝, 실내 클라이밍, 사이클, MTB, 스쿼시, 태권도, 합기도, 검도, 등산, 달리기보다 요가가 힘들다.
다운독은 생각보다 어렵다.
내가 그동안 유튜브를 보고 따라 하던 다운독은 가짜였다. 발 뒤꿈치를 바닥에 붙이는 게 그렇게 힘들 줄이야. 뒤통수부터 아킬레스건까지, 몸 뒷면에 전체적인 자극이 오는 동작이다. 처음 하는 다운독이 쉽다면 뭔가 자세가 잘못됐다는 뜻이다. 절대 쉬운 동작이 아니다. 한 3개월쯤 하면 마스터할 줄 알았던 다운독은 1년이 된 지금도 여전히 어렵다.
유연성(근력)만으로 모든 동작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요가는 만인에게 평등하다. 유연성이 좋으면 유리하다. 하지만 요가 동작을 유지하려면 근력은 필수다. 어떤 동작은 유연성 보다 근력을 필요로 한다. 요가는 스트레칭이 아니다. 정적인 동작을 하는데 호흡은 가빠온다. 아내는 생각보다 유연했다. 어려운 자세도 곧잘 따라 한다. 아내는 너무 힘들지만 최선을 다하는 거라고 말 하지만 유연성이 평균 이하인 나도 최선은 다한다. 반면 힘으로 해결하는 동작에선 아내보다 내가 낫다. 근력과 유연성 모두 필요한 운동이다.
내면의 두려움을 마주하고 인지하고 극복하는 순간이 온다.
요가는 수련의 성격이 강하다. 석가모니도 깨달음을 얻기 위해 육체적인 수행을 했다. 그게 요가다. 깨달음을 얻기가 쉬운가?요가 동작이 힘든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요가 수련을 하면 육체적인 힘듬도 있지만 내면의 두려움이 밀려올 때가 있다. 물구나무 동작을 하면서 두려움을 마주했다. 넘어지면서 목이 꺾이진 않을까? 자칫 잘못하다 크게 다치는 게 아닐까?
두려움 말고 믿음이 중요하다. 숙련된 강사의 지도하에 선 다치는 일은 없다. 애초에 다칠만한 동작은 시키지 않는다. 할만하니깐 시키는 거다. 두려움, 인지, 극복. 3단계를 거치며 마음이 단단해진다. 요가는 몸과 마음을 단련한다.
힘듦 속에서 느껴지는 카타르시스가 있다.
묘한 중독성이 있다. 수련시간은 너무 힘들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시계를 한두 번 보는 게 아니다. 그런데 막상 집에 가면 생각난다. 아니 힘든 동작을 유지하고 있는 와중에 힘들지만 묘한 쾌감이 있다.
사실 1년이면 제법 유연해질 줄 알았다. 오만이었다. 처음보다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뻣뻣한 육신을 이끌고 오늘도 요가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