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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신 Jul 16. 2024

M, 너의 발목을 잘라 바렐에 걸고



목울대는 차오르지 않아

문드러져서 하염없이 뭉개져서 구멍 뒤로 넘어갈 뿐

슬픔은 너무 쉽고 하루는 불운처럼 길지


M,

혹시 너의

발목을 쥐어짜도 될까

넘어지라고 어디든 넘어져서 나를 외롭게 만들지 말라고

가지 마, 멀리는


우리 같이 외롭자


어깨를 늘여 맞대고

발목을 잘라 바렐에 걸고

스트레칭을


길고 길게 쭉 뽑아내어 나의 근원이 빠질 것처럼

썩어 문드러진 그것이 좁아진 흉통을 빠져나올 수 있도록

길고 또 길게


곧은 척추는 아름다워

나란히 선 뼈마디를 빨아먹는데

어디에 있을까 나의 우울은

나를 넘어뜨리고 또 어디에 숨어서

어디에 숨어있다가 이렇게 툭, 아무 상관도 없이



너는 놀라 어둠을 토하고 나는 그걸 받아먹고

이렇게 생겨먹은 건 누구의 잘못도 아니겠지만

과연 그럴까

이게 정말 누구의

잘못도?


울어도 나아지는 건 없어


그건 내 입버릇이지만


M, 우리 같이

꼬리뼈를 둥글게 말고 배꼽을 보자

웅크리고서는 같이 아득한 어둠으로

문드러진 목을 부여잡고

하나 둘 버티고

셋넷 다시 버티고


깊숙한 쇄골의 그늘로 가자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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