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옷을 개어 넣고 식탁에 앉아
가만히 차오르는 슬픔을 한 입 베어 먹는 새벽은
옅은 노랑의 사과 맛이 나, 붉지도 푸르지도 않은 사과는
생각보다 달콤하고 하기야 그렇게 익숙해져 가는 거지
슬픔도 노란 사과도
왼 다리 오른 다리
왼 팔 오른팔
침대 맡에 벗어둔 부끄러움을 꿰어 입고서
스탠드를 끄면 뜨거운 울음이 달싹거려
아직 새벽인데 새벽은 아직 한참이나 남았는데
발화된 적 없는 말에 걸려 넘어지고 무릎을 쓸며 다시 일어나는데 새벽은 숨겨둔 이야기를 하여튼 잘 찾아내서 나는 다시 숨기고,
우리의 숨바꼭질은 그렇게 또 시작되고
내일이 오지 않을 듯
새벽은 영원처럼 길지만
괜찮아
다 베어 물은 사과는 사라질 테고
영원은 사랑의
익숙한 거짓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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