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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신 Nov 13. 2024

기울어진 나에게 너는



기울어진 걸음에 기울어진다고 했지

불편한 다리에 눈이 가고야 말아서

눈이 가니까 마음이 가고

마음이 가서 어쩔 줄 모르겠다고


회녹색 교복이 펄럭이던 마른 다리와

비뚤어진 등을 훔쳐보던

너의 눈 아래 달싹이던 입술


햇볕에 물들었다는 말, 너무 예쁘지 않아?


오후로 물든 운동장을 뛰어다니던

파릇한 목 뒤의 솜털


평생 지칠 것 같지 않던 유년은

어디 있는지도 모르게 숨어

가끔 너의 기울어진 말이 떠올라


네 발바닥을 손바닥으로 감싸

흐르는 물에 씻어 깨끗한 손수건으로 닦아주고 싶다

등이라도 내어 따뜻하게 밟고 걸어가라고


털썩,

책상에 드러눕던 너의 작은 어깨와

작게 날리던 먼지 떨어지던 연필

빈 교실의 종소리


그것들이 방안에 날리면 나는 절뚝이고

바닥은 다시 그날의 빛으로 물들어

목적도 이유도 아무 장치도 없이


기울어지다 돌아오고 돌아오다 기울어지는


비뚤어지도록 재생된 걸음은 그렇게

어디 있는 지도 모를

너의 등으로

기울었다 돌아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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