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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세시 베갯잇

by 윤신



손끝이 허예질 때까지 쥐던 이름들

이제 전화번호목록 어디에도 없다


가늘고 흰 손가락의 아이가 있었지

푸른 핏줄이 팔딱팔딱 뛰는


어디 손가락을 접어볼까


밤새 걷던 우리의 맨발과 웃음 하나

빗속을 뛰어가던 젖은 몸 둘

생일마저 부끄럽던 스물의 봄 셋


후- 불면 가벼이 날아가는 독 없는 씨앗들


불거진 실밥을 살짝 잡아당기자

후두둑 속은 끝도 없이 쏟아져 내리고

서로가 서로를 해칠 확률,

애쓸수록 서툴러지는 마음은

감당할 수도 없이 자라나


마음을 다하면 부서지는 것들은 왜 이렇게 많을까


새벽 세시 베갯잇

펼치지 않은 이야기가

몰래 눈을 뜨고


입꼬리 눈 옆의 점 발간 볼,

몇몇 얼굴의 단편이 시작도 끝도 없이 이어지다가

그런데 누구더라


구겨지듯 접힌 손가락을 펴면


하얀 손끝이 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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