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간다

by 윤신



보통 수련을 끝내고서 글을 쓴다. 수련하며 가장 집중한 생각, 냄새, 단어, 형용사. 어떤 것이든 떠오르는 것들을 남기기 위해서다. 하지만 지금은 수련을 가기 전 글을 쓴다. 어떤 시간으로도 해결될 것 같지 않은 몸의 균형과 지친 마음을 손에 쥐고서, 어제 가고 오늘 가는 일이 얼마나 버거운지에 대해 쓴다. 너무나 간절하게 하고 싶었던 일이 밀린 방학 숙제처럼 느껴지지만. 그래도 간다, 고 쓴다. 일주일 넘게 이어지는 감기도 누적된 피로도. 하지 않으려는 이유를 대려면 열개는 넘겠지만 하려는 이유는 하나밖에 없다. 해야 하니까 한다. 그러니 간다. 어제보다 자세가 딱히 나아지지 않더라도. 그래서 내가 나에게 조금 실망하더라도. 집중력과 상상력이 소진되더라도. 일단 의자에서 몸을 일으켜 집을 나간다. 문을 닫는다. 다시 매트에 앉는다. 매일 지치지도 않고 뜨고 지는 달과 태양처럼 그렇게 오늘치의 수련은 다시 시작할 것이다.


내가 말했던 적이 있던가. 내가 좋아하는 부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다.



*


여기까지 쓰고 두 시간 매트에 머무르다 왔다. 그걸로 오늘도 됐다.




월, 목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