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에서 영입으로
2024년 1월은 평년 기온보다 높아 문득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게 합니다. 춥지 않은 겨울, 얼지 않는 겨울과 달리 고용 시장은 역대급 한파가 불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때도, 이전 금융 위기 때도 이렇게 까지 해고의 뉴스가 끊이지 않았던 적이 있었나 할 정도로 연일 희망 퇴직, 해고, 구조조정이라는 단어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번 오달레터에서는 2022년 겨울 실리콘밸리에서 시작된 해고의 바람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 노동의 종말일까? 인간의 가치 종말일까?
부산 뮤지엄원에서는 “상실의 증후들” 전시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올해 *CES의 핵심이 AI가 된 것처럼 우리 생활에도 익숙해진 용어 AI는 이번 전시에서 그 경각심과 시사점을 남기고 있습니다.
*(CES :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술 행사)
이세돌 구단과 알파고의 대결에서 시작된 우리의 두려움은 챗GPT로 이어지고, 지금은 다양한 산업 속에서 서로 AI라고 외치는 지경까지 이르렀습니다. 2022년 첫 챗GPT(GPT-3.5)가 세상에 오픈 되는 순간 우리가 알던 세상과는 다른 세상이 펼쳐졌습니다. 아직은 허점이 있다고 우겨보지만, 출시 후 단 2개월 만에 실제 사용 가입자 1억 명을 넘어선 챗GPT는 그냥 넘길 수 없는 대상이 되었습니다.
2023년 3월 GPT-4가 발표되고, 지금은 개발, 기획, 연구, 예술 다양한 곳에서 AI를 비서처럼 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또한, 학교에서도 과제를 할 때 AI를 사용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AI를 비서로 쓰는 사람과 쓰지 않는 사람의 능력 격차가 심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가장 효율적인 가장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것이 AI라면 그 속에 인간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인간 은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요? 우리는 다시 인문학적인 고민을 하게 됩니다.
1년 넘게 끝나지 않은 실리콘밸리의 해고 바람
구글에서 시작된 해고의 바람은 어느덧 1년이 지났지만 아직 멈출 줄을 모릅니다. 대퇴사의 시대 속에서 구인난을 겪은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이제는 대해고의 시대라고 명명합니다. 짐을 싸려던 사람도 다시 자리에 앉아 몸을 사리게 할 만큼 지금의 해고는 여간 심상치 않습니다.
특히 한동안은 유망할 것만 같던 개발자 직군 포함 기술 인력이 대거 해고되면서, 기술 인력은 비(非)기술 기업으로 이직을 하는 현상도 나타났습니다. 이는 대규모 해고를 통해 기술 기업 근로자가 고려하지 않던 기준이 새삼 중요해지거나 가치가 달라지는 계기가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국내, 희망 퇴직이라 부르는 해고의 시작
작년 하반기부터 국내도 심상치 않았습니다. 이미 작년 상반기에 일부 로컬 기업에서는 곧 수도권 기업의 해고가 시작될 것이며, 경력자들이 로컬로 내려올 것이라 예측하고 구인난 속에서 채용을 보류하는 기업도 있었습니다.
그 예측이 맞아 떨어진 것일까요? 작년 하반기부터 대기업, 벤처기업의 시작으로, 유통, 제약, IT, 금융, 방송 등 산업의 구분 없이 희망 퇴직이라는 단어를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희망 퇴직은 기업의 생존과 꼭 비례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물론 적자로 인한 기업의 생존 문제로 해고가 시작되기도 하지만, 미래를 위한 전략으로 기업의 규모를 줄여 AI에 투자하기도 합니다.
해고 속에 적극적인 인재 영입
우리가 우려했던 AI에게 일자리를 빼앗기는 걸까요? 올해 1월의 뉴스들은 더욱더 해고를 본격적으로 이야기합니다. 너나 할 것 없이 해고를 예고하는데 그 이면에는 AI의 투자 올인, 투자 확대로 연결 됩니다.
그렇게 해고의 바람 속, 몸을 사리는 사람들 사이에 모셔가는 AI 인재입니다. 모든 투자를 AI로 맞춰진 만큼 AI 인재는 서로 영입하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습니다.
인재 영입과 유연한 일의 방식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업을 운영하려면 다양한 직군이 필요한 것은 여전합니다. 남아있는 직군의 인력을 앞으로 어떻게 운영 할 것인가?는 우리에게 남은 과제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인재를 확보하는 방식은 ‘채용’이었습니다. 채용은 신입을 뽑아서 기업의 입맛에 맞는 인재를 육성하는 방식과 해당 직무의 유사 경험을 가지고 있는 경력직을 데려오는 방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채용’보다 ‘영입’이 더 적합할 것입니다. 영입은 기업에서 요구하는 조직 역량에 맞는 사람을 모셔오는 것입니다. 이는 우리가 알고 있는 채용으로 설명하기엔 부족합니다. 이미 몇몇 기업은 인재 영입이라 표기하고 변화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조직 역량에 필요한 인재를 확보하는 방식도 다양할 것입니다. 기존의 방식 Build(양성), Buy(인수합병)에서 더 나아가 Borrow(외부 협업)를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인구는 줄어들고 핵심 인재는 턱없이 부족하기에, 핵심 인재 확보를 위해 기업은 다양한 변화가 필요합니다. 이는 지금의 N잡러, 재택근무, TF, 외주 보다 더 다양하고 복잡한 형태의 일의 방식이 늘어 날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 한 가지의 바람이 있습니다.
AI 인재 중심으로 돌아갈 산업 속에서 기업은 AI 직군과 그 외 직군에 대한 인문학적 고찰이 스며들기를 바랍니다. 효율, 성과 중점적인 인간 노동의 개념이 AI로 모두 대체된다면, 인간에게 어떤 고유한 방향과 가치를 부여할 것인지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이것은 과거 인간에게 노동을 빼면 설명할 수 없었던 것처럼, 변화 속에서 인간을 어떻게 그려가는지는 향후 기업의 존재 이유와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다가오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공존을 빼고 존재하기 어렵습니다. 빠르게 대체되고 해고되는 이 시기에 인간의 가치는 무엇인지 한 번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위 글은 오달레터로 배포되는 글의 일부를 발췌하였습니다.
아래 링크에서 풀 버전 확인 가능합니다.
https://warp-buffet-b45.notion.site/2024-01-b430c276514049999970375876b84102?pvs=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