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무게(응어리)

원망감

by 다정한 상담쌤 ㅣ나를

- 원하고, 그래서 더 원망하게 되는 마음


“원하고 원망하죠 그대만을.”

원망감이라 하니 애즈원의 노래한 줄이 떠오른다. 이 가사처럼 원망이라는 감정은 어쩌면 ‘원함’이 많았던 사람에게만 생기는 마음인지도 모른다. 애초에 바란 적 없었다면, 실망할 일도 오래 마음에 남을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이 가사엔 관계의 핵심이 담겨 있는 것 같다. 나는 여전히 당신을 원한다. 하지만 동시에, 당신이 나를 몰라준 것에 마음이 아프다.

그래서 원망이 생긴다.


마음의 구조는 단순하지 않기에 원망은 ‘미움’과 다르다. 미워하는 사람이라면 멀어진다. 하지만 원망하는 사람은 이상하게도 계속 마음속에 남는다. 잊으려 해도 잊히지 않고, 지우려 할수록 더 선명해진다.

그건 아직도 그 사람을 조금은 바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아예 정을 끊은 게 아니라, 여전히 마음 한쪽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망은, 사랑과 실망, 기대와 상처, 바람과 체념이 얽힌 감정의 응어리라고 정의 내려본다. 기대가 관계의 가능성이라면 원망은 관계의 무게인 것이다. 둘 다 복잡하지만 관계 안에서 발생하는 너무 인간적인 감정이다.

이 마음은 가족에게, 연인에게, 친구에게, 그리고 예전에 소중했던 관계들 속에서 한 번쯤은 누구나 경험해 봤을 것이다. 아니 지금도 경험 중인 감정일 것이다.


+ 이렇게까지 했는데 왜 몰라줄까?

+ 한마디만 해줬으면 달라졌을 텐데

+ 나만 이렇게 마음 줬던 거야


이런 말들은 내가 그 관계를 얼마나 마음에 두었는지를 말해준다. 특히 한국사회에서 원망은 자주 관계 안에 숨는다. 거리를 두고, 조용히 마음을 닫아버린다. 서구 사회에서는 원망을 resentment나 grudge라는 이름으로 명확히 표현하려고 한다. 일본에선 ‘恨み(우라미)’처럼 마음에 응어리로 남아, 수동적인 방식으로 이어진다. 중국에서는 ‘抱怨(바오위안)’이라 부르며 푸념처럼 자주 사용되기도 한다.

그에 비해 한국은 가까운 사람일수록, 원망을 더 억누른다. 그리고 그 억눌림은, 관계를 천천히 말라가게 만든다.


말하지 못한 기대가 남긴 마음

“나는 괜찮다고 했지만, 사실은 아니었다.”

“그때 그 한마디만 해줬어도,

이렇게 오래 남진 않았을 텐데.”


마음속에서 오래도록 맴도는 이 감정의 이름은 서운함도 분노도 아닌, 바로 원망이다. 원망은 쉽게 말로 꺼내기 어려운 감정이다. 겉으로 보기엔 아무렇지 않은 사람처럼 지내다가도 그 사람 생각만 하면 갑자기 목이 턱 막히고, 가슴 한가운데가 툭 하고 무너지는 느낌이 든다.

원망은 쉽게 생기는 감정이 아니다. 앞에 언급했듯 그 안에는 많은 전제가 깔려 있다.

바랐고, 기대했고, 마음을 줬던 흔적이 없었다면 이 감정은 자라지 않는다. 그래서 원망은 관계의 가장 안쪽에서 생긴다. 관계 안에서 원망은 대개 이렇게 형성되는 거 같다.


1. 애정을 가지고

2. 기대하고

3. 노력했는데

4. 상대가 몰라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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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세상, 나라도 다정할래’. /유쾌함+진지함 전문상담사. 일상을 살아가며 혹은 상담시간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기록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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