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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핑크쟁이김작가 Sep 22. 2021

20일 동안 500자 쓰고 달라진 것

매일 쓰는 500자 일기는계속된다


꼬박 20일을 내내 글을 썼다. 아니 단 하루만 빼고. 20일 중 19일은 완료, 1일은 시간 초과로 올리진 않았지만 결론은 99퍼센트의 성공이었다. 육아를 하면서 매일 주어지는 글감을 보며 고민하고 아이가 잠든 틈을 타 500자 글을 게시판에 올렸다. 그렇게 꼬박 20일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글을 쓰는 일을 해왔고, 글로 돈을 벌기도 했지만 항상 내가 고민했던 부분은 그거였다. 나의 이야기를 전해주는 것과 남의 이야기를 전달해주는 것. 전달자가 되느냐 주인공이 되느냐. 물론 남의 이야기를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해주는 것 역시 너무나 의미 있는 일이지만 나는 어쩐지 나의 이야기를 전해주는 것에 더 끌렸다. 그렇게 고민하다가 방송작가 일을 그만두게 되었고, 그 이후로 광고대행사에서 에디터 일을 했다. 하지만 늘 내겐 목마름이 있었다. 상업적인 글쓰기가 아니라 내 이야기, 나의 가치관을 그대로 드러내 놓을 수 있는 에세이를 쓰는 건 어떨까 하고.


그 시작이 브런치였고, 브런치엔 남편과 나의 취미인 낚시 이야기로 신나게 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육아)에 직면하면서 잠시 주춤하게 되었다. 그렇게 잠시 브런치에도 소강상태가 왔고 나는 글쓰기를 잠시 내려놓고 육아에 전념했다. 몹시도 답답하고 생각이 많아지는 시기에 육아 스트레스까지 겹쳐지니 남편도 나도 서로 모두 지쳐가는 느낌이었다. 


돌파구는 언제든 찾으면 있는 법. 내 장점인 일상 기록하는 습관을 조금 힘들겠지만 매일매일 써야 하는 미션을 갖고 있는 모임에 투영시키기로 했다. 그렇게 나의 20일간 글쓰기 도전이 시작되었고 그 첫 글을 8월 27일쯤 남겼고 이제 그 모임은 끝이 났다. 결론은 맨 위에 말한 것처럼 대성공! 


20일 내내 500자 글을 썼더니 이젠 제법 500자 글쓰기는 특화된 기분이 든다. 매일 글을 쓰다 보면 과연 늘까? 하는 질문에 내 대답은 완전 예스! 별거 아닌 것 같아 보여도 실제로 500자를 매일 쓰게 되면 10,000자가 되는 건 순식간이다. 티끌 모아 태산이 맞다. 보통 블로그나 브런치 글을 쓸 때 그 정도 양을 쓰는 편이긴 하지만 매일 그렇게 쓰는 것이 쉽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이렇게 매일 500자를 쉬지 않고 썼더니 글을 쓸 때 500자 안에 꼭 들어가야 하는 내용을 적정량 분배를 할 수 있게 된다는 것도 너무 좋다. 이러니 글쓰기 모임을 끊을 수가 없는 이유. 요즘도 매일 육아를 하다가 또는 집안일을 하다가 문득 떠오르는 생각을 그냥 놓치지 않고 남기게 된다. 브런치에도 글을 자주 올리지 못해서 늘 아쉬웠는데 간격을 조금씩 줄여나갈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도 조금씩 붙었다. 


지금까지 쭉 써왔던 글들을 공개해보자면 3편 정도는 비공개로 하고 싶어서 나머지를 모두 올려봤다. 개인적으로 500자 글쓰기 하면서 제일 마음에 들었던 글감은 6일 차, 7일 차, 8일 차, 12일 차. 사실 다 글감이 마음에 드는 것들이라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건 없지만, 개인적으로 17일 차는 내 목표이기도 해서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나의 생각을 매일 500자로 남겨보는 연습, 한 번 시도해본다면 매일매일이 조금 다르게 흘러갈지도 모른다. 이렇게 글을 모아보니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나를 알아가는 과정을 볼 수 있어 너무나 의미 있는 글쓰기가 됐다. 이런 모임... 하나 만들어보고 싶네! 




<6일 차, 핑크쟁이김작가의 500자 글쓰기>

내게 특별한 장소는 부천이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부천엔 내가 좋아하는 오키로북스가 있고, 17년째 단골인 핑크샵이 있는 곳이라 특별하다. 20살 재수하던 시절, 매일 새벽 5시에 나와 독서실, 학원만 다니며 열공하던 그때 알게 된 핑크샵. 핑크샵 사장님인 핑크언니와 알게 되면서 나의 핑크덕질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언니의 핑크샵은 노량진에서 이대로, 이대에서 다시 노량진으로 갔다가 부천으로 돌아왔다. 옷과 악세사리, 귀여운 소품을 파는 핑크언니의 핑크샵은 내 삶의 큰 변화를 주었다.

블링블링한 핑크 아이템들이 주는 에너지는 나를 좀 더 밝고 긍정적인 사람으로 이끌어줬다. 재수를 마치고 대학교를 가고, 대학교 졸업 후 방송작가가 되었을 때도, 방송작가에서 카피라이터로, 웹매거진 에디터로 일할 때도 언제나 나의 에너지원이 되어준 핑크샵.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찾아가면 폭풍 수다와 함께 하루 종일 언니와 귀여운 것들을 같이 보면서 위로받았다. 사지 않아도 행복하고 사면 더 행복한 나의 소중한 아지트.

재수생에서 대학생, 대학생에서 방송작가, 직장인에서 아기 엄마가 되었지만 언니와 만나면 늘 재수하던 그때 그 시절 스무 살의 나로 돌아간다. 나이는 잊고 있는 그대로 나를 보여줄 수 있는 곳. 그래서 나에게 부천 핑크샵은 특별하다. 조만간 언니랑 또 수다 떨러 가야지!


<7일 차, 핑크쟁이김작가의 500자 글쓰기>

며칠 전 해방타운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배우 유선이 나온 걸 봤다. 처음 해방감을 맛본다는 그녀는 눈물을 흘리더니 굉장히 좋아했다. 그리고 자기가 가장 아끼는 후배 배우들을 불러서 이야기를 나누는데, 거기서 나온 이야기가 너무 와닿았다. 선배인 김혜숙 배우님이 말해준 이야기가 자신에게 굉장히 큰 울림이 되었다면서 한 이야기는 내게도 너무 와닿는 이야기였다. 그대로 똑같이 적을 수는 없지만 기억나는 대로 적어보면 이렇다.

'거북이처럼 간다고 해서 좌절하지 마. 더딤이 너를 힘들게 하더라도 포기하지 마.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는 동안 어느새 종착역에 도착할 거니까.'

육아와 동시에 단절되어버린 경력단절은 나를 무척이나 고립시켰다. 쉴 새 없이 울어대는 아이를 보며 내 삶을 포기해야 하는 걸까 고민도 많이 했다. 다행스럽게도 그런 나를 잡아주는 고마운 분들이 옆에 있어 참 다행이다. 그리고 김혜숙 배우가 한 말도 와닿았지만 실은 엄마의 응원이 나를 더 끈끈하게 만들어줬다. 엄마는 항상 내가 원하는 건 무엇이든 해주고 싶어 하셨는데 아이를 낳고 나니 더더욱 엄마는 내게 이런 말을 하신다.

'지금 네 중심이 육아로 바뀌었다 해서 다 포기하지 마. 천천히 너의 속도로 가는 걸 절대 멈추지 마라. 네가 가는 길 위에 언제나 너의 꿈이 함께 했음 좋겠어.'

엄마, 저 절대로 꿈을 포기하지 않을게요!


<8일 차, 핑크쟁이김작가의 500자 글쓰기>

가장 반짝였던 순간이 뭘까 한참 고민을 했다.
인생에 변곡점이 많았던 탓에 손에 꼽기가 참 어려웠기 때문이다. 내 기준으로 반짝였던 순간은 크게 재수를 끝내고 대학교 3군데 모두 붙었을 때, 유럽여행 2번 갔을 때, 좋아하던 프로그램에 면접 보고 방송작가가 되었을 때, 결혼 4년 만에 기적적으로 임신이 되었을 때, 10개월 내내 입덧하다가 아이를 낳았을 때, 그렇게 낳은 아이가 첫돌을 맞이했을 때.

오직 나 스스로가 빛났던 순간은 내가 그토록 원하던 일을 이뤘을 때인 것 같다. 나는 내가 세워둔 목표를 근사치까지 이루는 편이다. 이룬 것도 있고 이루지 못하고 머물고 있는 것도 있지만 대체로 원하는 것이 분명할 때 꼭 이루려고 부단히 노력한다. 그 노력의 대가는 무척 목이 마른 상태에서 마신 시원한 물 한잔처럼 세포 하나하나에 전달되어진다. 그 짜릿함을 한 번 맛보면 다시 목표를 세우는 나를 발견한다.

생각해보니 가장 반짝인 순간은 내가 쓴 글로 대상을 받았을 때, 방송일을 했을 때보다 더 열심히 사람들을 취재해서 쓴 웹매거진으로 수상했을 때다. 한 편 쓸 때마다 고심해서 쓰고 발행해오길 2년 남짓, 꿈에 그리던 대상을 받았다. (인터뷰 칼럼, 기획 기사 등 많이도 썼다.) 그때의 기억은 너무나 생생해 지금도 가끔 슬럼프가 오면 다시 읽어본다.

그때처럼 다시 반짝반짝 빛나고 싶은 나의 간절한 노력


<9일 차, 핑크쟁이김작가의 500자 글쓰기>

나에게 가장 소중한 물건이라는 질문에 몇 가지가 떠올랐다.
우선 나는 맥시멀리스트이고 좋아하는 것들이 굉장히 많다. 그래서 가장 소중한, 이라는 전제하에 많이 추려내 보니 만년필이 생각났다. 평소에도 손글씨로 쓰는 걸 좋아해 친구들에게 한 번씩 편지를 보내곤 했는데 그럴 때마다 필기구를 달리하면서 꾸미곤 했다. 필기구 중에서도 가장 좋아하고 소중하게 여기는 건 맨 처음 프리랜서 작가가 아닌 정규직 에디터로 일할 때 샀던 카웨코 만년필이다.

작고 귀엽게 생겼지만 가격은 사악해 쉽게 손이 가지 않았던 만년필인데, 한 번 보고 한 달을 고심하다가 처음 월급을 받았던 날 바로 달려가 사러 갔다. 감사하게도 만년필 샵 사장님이 내가 보고 갔던 카웨코 만년필은 팔지 않고 남겨두셨다. 뭔가 굉장히 갈망하는 눈빛이 잊히지 않아서 이대로 이걸 팔면 안 될 것 같았다고 했다. 덕분에 나는 블랙 메탈 바디의 카웨코 만년필을 손에 넣었고 덤으로 카트리지 잉크도 몇 개 더 받았다.

지금도 카웨코 만년필은 한 번씩 꺼내서 세척해두고 건조시켜둔다. 마치 숭고한 의식처럼 진행되는 이 과정은 만년필을 쓰고 나서 내가 꼭 하는 보관 루틴이다. 만년필을 쓰고 있으면 글 쓰는 재미가 증폭되는데, 종이와의 마찰에 의해 생기는 서걱서걱거림은 음악처럼 들린다.

태교일기를 쓸 때도 함께 해준 만년필이라 내겐 더욱 소중하다.


<10일 차, 핑크쟁이김작가의 500자 글쓰기>

요즘 나를 가장 행복하게 만드는 존재는 아들이다.
긴 연애 끝에 결혼한 남편과 4년 만에 낳은 아들은 우리의 기적 같은 존재이다. 나보다 늦게 결혼한 친구, 동생들이 하나둘 아이를 낳을 때마다 마음이 조급해졌다. 남편과 사이도 좋고 무엇보다 아이를 원했지만 좀처럼 오지 않는 아이가 원망스럽기도 했다. 왜 우리에겐 오지 않는 거니 매일 배란테스트기를 들고 나의 몸 상태를 살폈던 지난 시간이 떠오른다.

아이를 간절히 기다리던 내가 마음을 내려놓고서 시누이와 '유희열의 스케치북'을 보러 가게 되었는데, 그날 나는 이상한 꿈을 꾸었다. 우리 집 부엌에 백종원 아저씨가 요리를 하고 있었고, 나는 거실에 앉아서 요리가 나오길 기다리는 상황. 눈부신 황금이 가득 담긴 접시를 갖고 나온 백종원 아저씨는 '이걸 먹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것'이라며 꼭 먹어야 한다고 내게 들이밀었다. 꿈속에서 나는 당황해하며 결국 접시 위에 있던 황금을 다 먹었고 곧 잠에서 깼다. 그리고 그날 임신테스트기에 처음으로 아주 선명한 두 줄이 보였다. 태몽이었다.

로또보다 더 간절했던 아기였기에 남편과 나는 한동안 꿈을 꾸듯 지냈다. 폭풍 입덧은 나를 아들을 낳는 순간까지 괴롭혔지만 코로나를 뚫고 태어난 아이라 더더 우리 부부에겐 특별하다. 지금 그 아이가 첫돌을 막 지냈다.

제법 엉아스러운 티도 내는 걸 보면 참 기특해!


<11일 차, 핑크쟁이김작가의 500자 글쓰기>

남편은 내 꾸준함에 반했다고 했다.
그렇다, 나의 가장 큰 강점은 '꾸준함'이다. 좋아하는 일을 한 번 시작하면 끝까지 진행시키고 나의 속도로 꾸준히 이어나가는 것. 그중 하나가 바로 아들의 육아일기다. 370일이 되어가는 동안 한 번도 안 쓴 적 없는 일기. 처음 임신했을 때 적었던 것부터 초음파 보러 가는 것도 모두 다 기록해두고 태어나서 현재까지 짧게라도 꼭 일기를 적었다. 그것만 봐도 나의 꾸준함을 증명할 수 있다.

여기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내 꾸준함은 핑크핑크한 것을 좋아하는 '덕질'에서도 드러난다. 나는 20살부터 쭉 지금까지 핑크색을 좋아해왔다. 노량진의 인연으로 알게 된 핑크샵 언니네서 옷도 꾸준히 산다. 덕분에 나의 핑크핑크한 핑크덕질은 현재 진행형이다. 핑크색으로 된 문구류, 소품, 옷과 신발 등 의식주 중에서 핑크가 아닌 것들이 없다. 핑크로 도배하는 그날까지 꾸준히 덕질하려고 한다.

꾸준히 진득하게 하나를 시작하면 쭉 이어나갈 수 있는 힘. 나의 속도로 묵직하게 뚫고 나갈 수 있는 힘, 모두 이 꾸준함에서 나오는 것이라 생각한다. 꾸준함을 가진 사람은 빨리 가는 사람보다 느릴 순 있지만 페이스 조절을 충분히 하면서 가기 때문에 오래 유지할 수 있다. 덕질도, 육아도, 글쓰기도 꾸준하게 이어나가고 싶다.

꾸준함을 무기로 전쟁 같은 하루를 열심히 견디는 중!


<12일 차, 핑크쟁이김작가의 500자 글쓰기>

핑크쟁이김작가의 사용설명서

핑크핑크하고 아기자기한 것을 좋아하시나요? 그럼 제대로 친해진 게 맞아요. 저는 핑크핑크하고 아기자기한 소품들을 좋아하거든요. 같은 제품이더라도 선택지에 핑크가 있다면 당장 핑크를 골라보세요. 전 핑크색이 주는 동심과 따스함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거든요.

아, 무턱대고 핑크색이라고 해서 좋아한다고 생각하지 말아 주세요. 하늘 아래 같은 핑크는 없답니다. 연핑크, 파스텔 핑크, 딸기우유 핑크, 진핑크, 형광핑크, 코랄 핑크... 핑크색의 종류만도 이렇게나 다양하니까요. 제 스타일의 핑크는 딸기우유 핑크랍니다. 같은 핑크색이더라도 딸기우유 핑크에 가깝다면 그것이 바로 제 취향일 거예요.

취향을 강요하지 마세요. 취향을 존중하는 저이기에 당신이 어떤 것을 좋아하더라도 존중해줄 겁니다. 덕질을 오래 해왔기 때문에 당신의 덕질 또한 진심을 다해 응원해줄 수 있어요. 덕질은 통한다고 하니까요.

뒷말도 하지 마세요. 말 옮기는 걸 싫어해 담아두고 있다가 속병 나는 저는 무척 우직한 사람이에요. 불만이 있으면 정면에서 이야기하고 훌훌 털어버려 주세요.

게임은 같이 하지 마세요. 게임에서 지면 부들부들 떨면서 이길 때까지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성격이라서, 게임하면 서로 너무 힘들 거예요.

그래도 사랑 넘치는 핑크덕후랍니다!


<13일 차, 핑크쟁이김작가의 500자 글쓰기>
- 남편과 연애시절 이야기라 부득이하게 비공개!!!!ㅋㅋ :)


<14일 차, 핑크쟁이김작가의 500자 글쓰기>
- 나를 열 받게 하는 스트레스에 대한 내용이라 비공개!!!!!!


<15일 차, 핑크쟁이김작가의 500자 글쓰기>

믿기 힘들겠지만(?) 내 주먹엔 굳은살이 있다.
방송일 하다가 스트레스받으면 가끔 가까운 도장에서 샌드백을 치러 가곤 했는데, 그게 이 습관의 시작이었던 것 같다. 피부가 하얗다 보니 더 도드라져 보이는 내 주먹의 굳은살은 아기를 낳고 나니 더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열 받거나 스트레스받을 때마다 주먹을 쥐고 쿵쿵 두드리는 이 버릇은 꼭 고치고 싶다. 매일 굳은살을 부드럽게 해 주기 위해 수분크림을 발라주고 있다. 그리고 쿵쿵 두드리는 건 자제하고 다른 활동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습관적으로 쿵쿵. 혹시라도 아이가 보고 배우지 않을까 싶어서 조심하고 내 행동을 기록하는 중이다. 그래서 조금씩 나아지는 중. 쿵쿵거리지 말자, 이제 안녕!

또 하나 고치고 싶은 습관은 열 맞춰 세워두는 것이다. 겉으로 보기엔 깔끔해 보이지만 내가 만들어놓은 선에 삐끗하면 굉장히 화가 나고 잠 못 이루는 날들이 많다. 이런 습관은 깔끔해야 한다는 강박증에 시달리게 만들었다. 계획, 공부, 일, 심지어는 육아까지... 세상에 '완벽한' 완전무결한 것은 없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고 끊임없이 되내이는 중. 그런데 이건 요즘 자연스럽게 치유가 되어가고 있다. 육아를 하다 보니 열 맞춰 세워두고 칼각 유지하는 일은 사치가 되었다. 오히려 지금은 나에게 여유로움을 선사해주는 중이다.

아들아, 고마워!!


<16일 차, 핑크쟁이김작가의 500자 글쓰기>
- 이때 처음으로 글을 못 올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7일 차, 핑크쟁이김작가의 500자 글쓰기>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
올해는 육아로 꽉 채워진 한 해가 될 것 같아서 딱히 어떤 것을 해내겠다고 다짐한 건 없었지만, 평소에도 앞으로도 쭉 나이가 들어서까지 하고 싶은 것이 있다. 그건 건강하게 사는 것. 남편과 매일 만보씩 걷는 산책 운동을 이젠 아들과 함께 유모차를 끌고 걷는 것으로 대체되었지만 쭉 진행하고 있고, 앞으로 더더 건강을 유지하며 사는 것을 해내고 싶다. 그러려면 건강한 식습관과 체중감량도 필요하겠지만^^

매일 적는 육아일기와 다이어리엔 유튜브를 다시 시작하는 것도 포함되어있다. 아들을 낳기 전에는 좀 활발하게 진행하려던 유튜브였는데 임신과 함께 벌써 2년째 쉬고 있는 중. 올해 초에 메일로 안부를 묻는 분들이 꽤 계셔서 내년부터는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기획도 미리 해두고 차근차근 유튜브를 다시 시작해봐야지!

또 하나는 현재 브런치에 연재를 시작한 '오늘의 핑크' 에세이를 10편 꽉 채워서 출판사에 내려고 한다. 기획안 등을 꼼꼼하게 적어서 내가 평소 흠모하던 출판사들에게 보내봐야지! 무언가를 간절하게 바라고 생각하면 이뤄지는 기적을 경험해본 나이기에 도전해보려고 한다. 브런치에 연재를 시작했는데 반응이 나쁘지 않아 기쁘다. 나의 덕질 이야기가 재미있을까 싶어서 용기를 못 냈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이 읽어주셔서 행복을 만끽 중이다!


<18일 차, 핑크쟁이김작가의 500자 글쓰기>

사랑하는 나의 남편에게

나를 건강하게 살아가게 해주는 남편! 임신 초기부터 시작된 입덧 때문에 냄새날까 봐 매일 퇴근하고 와서 방으로 피신하듯 달려가 후다닥 밥을 먹었지. 그리고 샤워도 하루에 두세 번씩 하고. 입덧 중에서도 양치덧, 침덧, 냄새덧... 어느 것 하나 내가 평범했던 날은 없었던 것 같아. 그래도 내 컨디션 챙겨준다고 열심히 노력하고 입덧이 조금이라도 나아질까 열심히 아이스크림이며 캔디며 공수해온 당신 덕분에 조금씩 먹으며 힘을 낼 수 있었어.

우리가 꿈에 그리던 아이가 생겼는데 임신 한 달만에 8킬로가 빠져서 병원에서도 걱정했지만 다행인 건 못 먹어서인 거라 웃프기도 했던 시간. 당신과 20대에 만나 어느덧 30대 후반이 됐네. 연애만 하겠지 하던 내가 당신과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매일 육아전쟁을 하고 있는 전우가 되었고? 연애시절처럼 매일 좋을 순 없지만 당신이라서 웃고 넘기고 당신 때문에 화가 나기도 하고. 그런 날들이 쌓이면 내일의 우리가 되겠지.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함께 해줘서 고맙고 사랑해^^

이준이가 더 커야겠지만 여행 자유롭게 다니는 그런 날이 오길 기도해 늘. 그리고 당신이 늘 안전하게 운전하기를 말야. 이준이가 아빠를 좋아하는 걸 보면 아빠로 잘하고 있다는 거 알지? 지금처럼 우리 세 사람 사랑 넘치는 가정 안에서 행복하길 사랑해요♥


<19일 차, 핑크쟁이김작가의 500자 글쓰기>

5년 후 나에게 쓰는 편지
안녕! 42살의 김작가. 반가워. 36살 엄마가 되기 시작해 어느덧 6년 차가 되었다니, 지금 생각해봐도 기분이 묘하다. 오직 나를 위한 삶을 쭉 살아온 내가 자식에게 시간을 할애하고 깔끔하고 꼼꼼한 네가 아들이 마음껏 그리고 벌여놓은 것을 치우면서 살게 될 줄이야!

결혼하기 전에는 상상조차 하지 않았던 일들이 일상이 되고, 영원할 것 같던 사랑의 불씨는 사라졌지만 대신 그 자리에 뜨끈뜨끈한 온열이 남아 지속되고 있으니 뭐 이 정도면 행복의 그 언저리에는 살고 있는 듯해. 37살, 아기 첫돌을 맞이하고 정신없이 흘러갔겠지만... 이제 어엿한 5년 차 엄마가 되었고 매일 아들이 다니는 어린이집을 가고 그 잠깐의 시간을 나를 위해 온전히 쓸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도 축하해.

그렇게 하고 싶었던 소품샵을 운영하면서 하고 싶은 일도 하고, 쓰고 싶은 글도 쓰면서 때론 사람들과 소통하며 지내는 42살의 김작가야. 그래도 참 잘 살았고 잘 살고 있고 앞으로도 잘 살거라 믿어. 나의 40대는 여전히 아이를 키우면서 진행 중이지만 20대 30대를 후회 없이 살아왔으니 그것 또한 너무 멋진 삶인 것 같아.

글쓰기 모임도 진행하면서, 그토록 좋아하던 소품들을 덕후들과 공유하고, 남편과 아들 셋이 알콩달콩 잘 살고 있는 모습도 모두 멋있어! 앞으로도 무탈 없이 즐겁게 살길 응원해!


<20일 차, 핑크쟁이김작가의 500자 글쓰기>

매일 나의 글쓰기 근육을 단련시키는 모임!
운동엔 완전 잼병. 체육시간은 늘 나를 괴롭히는 과목 중 하나였고 체력장의 성적은 하위권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체육선생님과 가장 친해졌다. 운동 잘하는 애들이 그렇게 많았는데도 선생님은 가끔(?) 치트키로 성적을 좋게 주셨다. 시간이 흘러 우연히 연락이 닿은 체육쌤에게서 해답을 찾았다.

지구력 하나는 정말 끝내줬다고! 한 번 목표로 삼으면 끝까지 해내는 걸 보고 아끼셨단다. 무서웠던 뒤구르기도 노력해 A+를 받았고 잡자마자 떨어지던 철봉도 1분 넘게 버텼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나의 장점은 지구력인데 글쓰기 모임은 글쓰기 근력을 마구 키워줬다. 인스타그램을 운영하고 종종 블로그 쓰고 브런치도 쓰고 있지만 한정적인 시간, 매일 주어지는 글감에 내 이야기를 500자에 맞춰 쓴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매일매일 조금씩 해나가다 보니 점점 늘어가는 거지. 요즘 약간의 정체기가 왔는데, 이를 글쓰기 모임을 통해 다시 해소해나갔다. 매일 주어지는 글감, 그 주제에 맞는 나의 이야기를 500자로 쓰는 것.

모임은 끝나지만 블로그와 브런치에 글을 올리려고 한다. 글 잘 쓰는 사람들의 노하우는 매일 쓰는 글이랬다. 나의 생각을 매일 쓰는 행위야말로 글을 잘 쓸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이라 생각한다. 글쓰기 근육 길러줘서 고마워요!


20일 동안 500자를 쓰고 달라진 것 중 하나는 글쓰기 근육이 길러졌다는 것. 500자 글쓰기는 너무 즐겁다는 것. 매일 뭔가를 쓸 수 있는 힘이 생겼다는 것. 육아일기부터 나의 일상 기록 등을 더 즐겁게 쓸 수 있게 되었다는 것. 무심코 지나갈 수 있는 생각들을 모아 글로 엮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500자 글쓰기를 통해서 브런치에 좀 더 애정을 쏟게 되었다는 것. 


덕분에... <오늘의 핑크>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 이게 어쩜 가장 큰 수확일 지도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핑크핑크한 것을 좋아하는 분들, 저와 함께 오늘의 핑크에 대해 이야기해보아요 :) 핑크핑크스럽게!


핑크쟁이김작가의 <오늘의 핑크> 프롤로그는 아래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



핑크쟁이김작가

방송작가로 8년, 콘텐츠 에디터로 4년 도합 12년 넘도록 계속 글을 써오고 있는 초보 주부 겸 프리랜서 작가. 아기자기한 소품을 좋아하고 남편 밤톨군과 낚시를 하는 것을 좋아하며, 일상 속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는 중. 남편이 주로 낚싯대를 점검하고, 아내는 필요한 짐들을 챙기고 있습니다 :) 아주 오랜만에 아기랑 떨어져 낚시를 하고 온 이야기들을 엮는 중입니다! 아기가 좀 더 크면 같이 낚시방랑가족이 되는 게 꿈인 낚시꾼이에요 :)

핑크쟁이김작가 블로그
https://blog.naver.com/pinkauthor

핑크쟁이김작가 유튜브
https://www.youtube.com/channel/UCGLGONiTt5j_ReogQsF1_q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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