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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핑크쟁이김작가 Mar 08. 2022

글쓰기를 절대 포기하지 않는 이유

나의 삶을 위한 작은 용기랄까?



아기를 키우면서 지금까지 임신할 때부터 써왔던 일기는 아기가 600일이 가까워졌지만 여전히 진행 중이다. 아기와의 일상을 사진과 영상으로 담아서 비공개로 만든 아들 계정에 글과 함께 올린다. 가끔 하루 이틀 정도 건너뛰긴 해도 거의 대부분 일상을 기록해왔다. 특별한 일이 없을 땐 아들의 귀여운 모습을 담아, 엄마 또는 아빠라고 처음 불렀을 때의 감동과 전율을 담아, 걷기 전 자꾸 걸으려고 움직이던 모습을 담아, 차곡차곡 매일 조금씩 썼던 글들은 어느 순간 보니 어마어마한 양으로 축적되었다.


더러 주변 지인들, 특히 조동 멤버들은 나를 다재다능하다 칭찬해주기도 했고 지독하다고도 했다. 아기 일상을 담은 육아일기만 쓰는 게 아니라 브런치, 유튜브와 블로그, 인스타그램과 이젠 티스토리까지 영역을 넓힐 생각을 하고 있으니 그러한 듯하다. 여기에 받고 싶은 제품에 대한 협찬과 더불어 가끔 들어오는 원고 청탁까지 더하면 몸은 24시간이 모자라도 한참이나 모자란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꾸준히 하고자 하는 이 고집은 끊임없이 아이를 키우면서도 생각하게 만들고 끄적이게 만든다.


혼자서도 잘 놀아주고, 엄마랑도 놀고 싶어 하는 아들을 보면 코끝이 시큰거리고 가슴이 쿵쾅 하게 만드는 영감이 떠올라 녹음을 해두기도 한다. 일상에서 계속 조금씩 쌓인 것들을 모아 글을 쓴다. 아이가 잠든 새벽에 잠 못 이룰 때면 공들여서 브런치 글을 써 내려가기도 하고, 공모전을 내고 싶어서 워드나 한글에다가도 잔뜩 글감을 적어 저장해두곤 한다. 블로그엔 차마 다 올리지 못한 글들이 임시 저장된 것만 300개는 넘는다. 매일 그렇게 뭔가 쓸 말이 있고, 쓸 것이 있다는 건 감사한 일이지만.


끊임없이 나를 채근하고 글을 쓰는 이유는 포기하지 않기 위해서다. 아이를 키우는 행복은 어마어마하게 다가오지만 그 이면엔 '나'라는 존재가 그동안 쌓아 올렸던 경력들이 어느 순간 멈춰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20대부터 쭉 쌓아둔 경력들은 아이를 임신하면서 멈췄고 지금은 그 끈이 어쩌면 끊어졌을지도 모른다고 되뇐 적도 많다. 일도 중요하지만 아이도 너무나 소중한 삶에서 어느 것을 고를 거냐고 묻는 것은 너무 잔인한 일이니까. 어쩌면 우리 세대들이 결혼을 두려워하고 2세를 선뜻 생각하지 못하는 이유일 수도 있다. 어쨌거나, 그래서 언제부턴가 병적으로 활자중독에 빠진 것처럼 글을 썼다.


내면의 허기를 채워주는 것. 아이가 주는 행복만으로도 벅차지 않으냐 할 수 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나만을 위한 내면의 허기는 달래지지 않았다. 아이가 잠든 낮잠시간에는 틈틈이 육아서를 읽고, 남는 시간엔 좋아하는 에세이 책을 틈틈이 한 장씩이라도 꼬박꼬박 읽는 습관을 기르기 시작했다. 좋아하는 문장은 틈나는 대로 체크해서 내 것으로 만들고 싶은 마음에 라벨링을 꼼꼼하게 해서 그 부분은 형광펜으로 예쁘게 표시해두고. 매일 조금씩 하루 5분을 나에게 계속해서 투자했더니 그 시간들이 꽤 많이 모였다. 그렇게 모은 흔적은 브런치의 글로, 블로그와 유튜브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언젠가 육아를 하면서 심연으로 가라앉은 것 같은 기분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 엄마가 해주신 말씀이 가슴에 너무 와닿아서 훨씬 기분이 나아졌다. 엄마는 '네 삶에서 아이는 가장 먼저 보게 되는 1순위가 될 거야, 그런데 딸아. 네 삶의 주인은 언제나 너야. 너를 잘 돌보고 영양분도 주고 지치지 않도록 해야만, 너의 1순위를 건강하게 돌볼 수 있어. 그러니 부디 네가 갖고 있는 걸 포기하지 마. 하고 싶은 게 있다면 포기해버리지 말고 아주 조금씩이라도 실천해. 조금씩 매일매일.' 엄마의 말을 듣고 내 인생관은 바뀌었다. '나를 포기하지 않기로, 조금씩이라도 그 속도가 무척이나 더디더라도 조금씩 해나가자고.'


그날 이후로 덮어뒀던 일기장을 다시 열었다. 당장 하고 싶었던 것들, 할 수 있는 것들을 분류해 정리해두고 나니 마음속 안개가 걷히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매일 조금씩 아들과 신나게 놀아주고 시간이 날 때는 듣고 싶었던 강의를 들었다. 결국 강의를 다 듣고서 자격증을 땄고, 공모전에도 조금씩 글을 내보기 시작했다. 공모전 결과는 참패였지만 무언가를 조금씩 해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구원받는 것 같았다. 이렇게 이어 나가보면 환한 빛이 따스하게 비치는 순간이 올 거야.라고 누군가 나를 위로라도 해주는 것처럼.


그래서 난 오늘도 끄적끄적 기록해본다. 조금씩 천천히 나의 속도로 나아가는 중!•̑‧̮•̑



음... 순전히 잠이 안 와서......라고 쓰고 이제 자러 갑니다만, 저는 오늘도 어제도 내일도 이렇게 매일 무언가를 기록하고 만들며 살아갈 생각입니다! 메인 취미인 낚시는 너무너무 하고 싶지만, 조만간 또 신나는 낚시 에세이도 올해 열심히 다니면서 써볼게요! 잠을 잊은 구독자님들과 제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핑크쟁이김작가
방송작가로 8년, 콘텐츠 에디터로 4년 도합 12년 넘도록 계속 글을 써오고 있는 초보 주부 겸 프리랜서 작가. 아기자기한 소품을 좋아하고 남편 밤톨군과 낚시를 하는 것을 좋아하며, 일상 속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는 중. 남편이 주로 낚싯대를 점검하고, 아내는 필요한 짐들을 챙기고 있습니다 :) 아기가 좀 더 크면 같이 낚시방랑가족이 되는 게 꿈인 낚시꾼이에요 :) 아기자기한 것을 사랑하는 핑크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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