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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호 Aug 01. 2024

수영복에 브라캡 고리가 없다

니플패치는 언제 붙이는 건가요?

 수영복을 샀는데 수영복에 브라캡 고리가 없다. 그냥 입으면 되는 건가? 이게 가능한가?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수영선수들은 원래 브라캡 없이 수영복을 입는다고 한다. 처음 알았다. 그리고 요즘은 브라캡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니플패치를 붙이고 들어가는 추세라고 한다. 니플패치란 말랑말랑한 실리콘으로 가슴, 정확히는 젖꼭지 부분에 붙이는 것이다. 보통 어깨선을 드러내는 드레스나 뒤가 파인 여름옷을 입을 때 브래지어 대신에 이것을 붙인다. 니플패치를 써 본 적이 있는 나는 어떻게 붙이는지 요령은 알고 있지만 그걸 수영복을 입을 때 어떻게 붙여야 할지 궁금했다. 혹시 실리콘이 떨어지거나 움직이지는 않을지.


 수영장에 들어가기 전에는 머리도 잘 감고 샤워를 꼼꼼히 해야 한다고 들었다. 집에서 아무리 씻고 왔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수영장은 여러 명이 함께 쓰는 물이니 깨끗하게 유지하는 것이 서로를 위해 중요하기 때문에 수영 전 샤워를 하지 않으면 수영장을 사용하는 다른 사람들에게 소리를 듣는다고 했다. 샤워를 했더라도 집에서 수영장으로 걸어오는 중에 먼지 같은 어떤 오염물질들이 몸에 묻었을지 모르고, 집에서 샤워를 하고 왔다고 거짓말을 하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 샤워는 꼼꼼히 하자. 샤워를 다 한 뒤에 수영복을 입고, 수영모자를 쓰고, 물안경을 쓰면 되겠지.


 수영복을 입다가 허리를 삐끗했던 경험이 있다. 수영복을 입을 때도 요령이 있단다. 수영복을 물에 적셔서 조금 늘어난 상태에서 부드럽게 올리라는 것이다. 심지어 몸에 조금 비누칠을 한 상태에서 입으면 수영복이 쑤욱 잘 올라간다고 한다. 실리콘 수영모자도 머리가 젖어 있는 상태에서 쓰면 무리 없이 잘 들어간다고 하니 샤워실 안에서 수영모자까지 쓰고 나오면 되겠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언제 니플패치를 붙이지? 니플패치는 보통 점착형을 쓰는데 니플패치를 물기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피부와 접촉시켜야 떨어지지 않는다. 샤워를 하고 나서 잠깐 탈의실로 나와 가슴에 물기를 꼼꼼하게 다 닦은 다음에 니플패치를 붙이고 다시 샤워실로 들어가서 물을 묻히고 수영복을 입어야 하나? 아니면 집에서부터 붙이고 가서 샤워를 해야 하나? 


 수영장에 처음 가는 날, 니플패치는 언제 붙이는지 타이밍이 모호하므로 브라캡 고리가 있는 수영복에 브라캡을 걸어서 가져갔다. 그냥 이런 수영복을 입으면 상관없는데 예쁜 수영복엔 왜 브라캡 고리가 없는 건지. 샤워를 마치고 다들 어떻게 하는지 잘 봐야 하는데, 사실 샤워하시는 분들을 관찰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누가 나 샤워하는 것을 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음.... 관찰은 그만두고, 가지고 온 수영복을 입자고 생각했는데 이번엔 수영복을 어디서 입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샤워실 바깥에는 샤워->수영복착용->수영장입장이라고 쓰여 있었는데 그러고 보니 수영장 입구는 어디인가? 샤워하고 계시는 아주머니께. "수영복을 갈아입는 곳은 어디예요? "여쭤보니, "여기에요." 하시길래 ‘여기에서 어떻게 갈아입으라는 거지?’ 나는 내가 잘못 들었나 보다 생각하고 다음 샤워칸으로 넘어가서 다른 분께 또 여쭤보았다. 그런데 다른 분도 같은 대답. "여기 샤워기 밑에서 갈아입는다고요??"라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하니, "아, 저기 아래에서 갈아입는 거라고 말해줄걸."이라면서 웃으며 수영장 입구를 가리키신다. 하하하하, 나는 웃고 있었지만 진짜 내가 그럴 뻔했었기에 속으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주머니 옆에 서서 수영복을 꺼내니 수영복을 입을 때 비누칠을 해서 입으면 편하다고 친절하게 알려주신다. ‘네. 저도 그건 압니다만 어떻게...? 그래 지금이야! 물어보자!’ “죄송하지만 그 비누칠은 어디에 하는 거예요? 몸에 비누칠을 한 다음에 입나요?" 했더니 내 수영복을 가져가 샤워기 아래에 있던 공용비누를 벅벅 문질러서 다시 나에게 건네주셨다. “이제 거품을 많이 내보라고.” 아! 수영복에 비누를 묻혀서 거품을 내는 거였구나! 조물조물 수영복에 거품을 내려고 노력해 보았는데 거품이 잘 나지 않았다. 이것보다는 더 거품이 많아야 한다면서 아주머니는 내 수영복에 비누를 더 묻히시더니 손수 거품을 내주셨다. 그러더니 "아, 이 수영복 새 거구나! 새 거는 비누거품이 잘 안 나지. 이 상태로 입어봐요." 하신다. 나는 아주머니의 딸처럼 수영복을 받아서 입었다. 연신 ‘감사합니다’를 외치며. 수영복을 다 입었으면 수영복에 묻어있는 비누를 없애고 가면 된다고. 샤워기로 수영복에 묻은 거품을 씻어 내리듯 샤워를 하는데 아주머니가 한마디 덧붙이신다. "나는 수영장 들어가기 전에 샤워할 땐 수영복에 비누칠하고 거품내서 그걸 타월 삼아 온몸을 닦아요." 오~ 이런 방법이!!! 


그리고 내 수영복을 보시다가 “요즘엔 그런 브라캡 말고 니플패치 붙여요. 이게 훨씬 편해요.” 하시는 것 아닌가? 오호라 지금 그걸 알려주신다고요?! 나는 그동안 너무 궁금했던, '니플패치를 붙이는 그 시점'에 대해서 여쭤보았다. “샤워를 다 하고 수영복 입기 전에 지금 붙이는 거지. 이렇게 턱!”하면서 자신의 니플패치를 들어 직접 붙이는 모습을 보여주셨다. “물기가 있는 상태에서도 붙나요?” “응 잘 붙어~” “그러면 물에서는 움직이거나 빠지지 않나요?” ”응. 물에서도 빠지지 않아요. 도리어 브라캡이 움직이거나 브라캡이 끈 부분이 울어서 수영복 밖으로 울퉁불퉁 보이는 경우가 많지. 그런데 수영복이 조금 타이트해야 해. 지금 자기처럼 잘 늘어나고 넉넉한 사이즈에 니플패치를 하면 움직일 수도 있을 것 같아.” 친절한 회원님 덕분에 궁금했던 것들이 모두 답을 찾아갔다. 시원하다. 그리고 니플패치는 점착형이 아니라 무점착형을 쓰라는 팁까지 주셨다. 하긴 점착형은 물기가 없는 상태에서 붙이는 것이 요령이니까. 니플패치 무점착형 주문하러 가야겠다. 나의 예쁜 꽃무늬 수영복아 기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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