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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굴씨 Jan 08. 2024

뭐 하지?

일단 움직이고 생각하기

얼마 전에 회사사람들과 MBTI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INFP로 나와 같은 MBTI인 분과 여행이나 주말에 시간을 보내는 이야기를 했는데, '에이~ 이렇게 다르다고요?'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서로 'J네요!', 'E네요!'라며 주고받았다.


나는 국내든 해외든 여행을 갈 때 샅샅이 조사하는 편이 아니다. 검색해 보다가 내가 꼭 가고 싶은 곳, 먹고 싶은 것 정도만 체크해 두고,  나머지 일정은 여유롭게 상황에 맞게 다닌다. 


반면에 그분은 일정과 루트를 다 짜두고 플랜 B정도까지는 짜둬야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여행일정에 차질이 생기면 시간이 아깝지 않냐고 하셨다. 


이게 그 분과 나의 생각의 차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여행일정에 차질이 생기는 것도 여행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하고 싶은 게 많다면 빡빡학 일정을 짜야겠지만, 여행할 때마저 일하는 것처럼 빡빡하게 다니는 것보다 조금 여유를 두고 보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꼭 해야 할 것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되는대로 한다. 


이뿐만 아니라 나는 내향적이지만 또 집순이는 아니라 집에만 있으면 갑갑함을 느낀다. 그래서 주말 중 하루는 꼭 집 밖을 나가는데, 딱히 계획은 없다. 일단 씻으면서 뭘 할지 생각한다. 무작정 집 밖으로 가서 마트를 가기도 하고 도서관이나 카페를 가기도 한다. 그 얘기를 했더니 나와 같은 MBTI인 분은 그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본인은 주말에 집 밖에 나가려면 바깥일을 모두 해결하고 와야 하기 때문에 철저히 계획한다고 했다. 별다른 일이 없으면 그냥 집에만 있는 편이라는 게 아닌가. 


같은 성향인데도 이렇게 다른 게 신기했다. 


그러고 보면 나는 막 계획하고 무언가를 하기보다는 일단 하면서 생각하는 편이다. 


발표도 그랬다. 


다른 사람들이 발표하기 전에 미리 스크립트를 짜고 연습한다는 걸 불과 몇 년 전에야 알았다. 대학생 때까지만 해도 그냥 PPT를 만들고 쌩으로 발표했다. 연습해야 한다는 생각을 못했다. '어차피 머릿속에 있는 걸 말하는데 연습을 해야 하나?'라고 생각했는데, 아주 오만하고 교만한 생각을 했다. 

PPT를 켜놓고 떠오르는 생각을 말하다 보니, 아니나 다를까 말이 꼬이고 횡설수설 하기 일쑤였다. 그렇게 자주 발표를 망쳤다. 


그저 내가 발표를 못하는 사람인 줄 알았다. 

바보 같게도 연습하면 잘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못했던 것이다. 듣는 사람에 대한 예의가 없었다. 아마추어처럼 발표 현장에서 PPT를 보고 말을 만들어냈던 것이다. 말재주를 타고났다면 모를까, 평범하디 평범한 내가 아무런 준비도 없이 발표를 잘할 수 없지 않는가.  


발표를 잘하는 사람들을 보면 PPT를 보며 술술 말하길래 미리 순서만 생각해 두고 즉석 해서 말하는 줄 알았다. 그게 미리 연습하고 외워온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어이 없지만 사실이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발표할 일도, 들을 일도 많았는데, 그때마다 상사가 발표 시간까지 고려하여 미리 연습하고 PPT를 수정하는 걸 보며 발표도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너무나 당연한 것인데, 다른 사람이 발표 준비하는 걸 볼 일이 없었고, 나도 발표 준비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지 않아, 그냥 발표를 잘하고 못하는 사람은 정해져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 이후로는 발표하기 전에 발표시간 내 가능한지 확인하고, 스크립트를 써서 키워드 위주로 외웠다. 스크립트 전체를 암기하는 방법도 있지만 내 성향상 완벽히 암기하기보다는 키워드 위주로 암기하여 그때그때 문장을 만드는 것이 더 자연스러웠다. 



P.S.

사실 오늘 글을 쓰는 것도 계획하지 않았지만 문득 브런치를 너무 방치해 놓은 게 스스로 양심에 찔려서 작성하고 있다. 감기 때문에 요 며칠 아무것도 안 하고 지냈기에 글이라도 작성하면 오늘 하루가 뿌듯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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