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경험을 다르게 바라보기
“나는 삶을 재정비했다. 과거에 하지 않은 질문을 하고, 완전히 새로운 정서적 해협을 항해하고, 친구들과 지인들을 다른 눈으로 보고, 낯선 사람에게 다가갔다.
나는 나에게 일어난 일을 더 친절하고 다정한 언어로 해석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배우고 있었다."
- 프랭크 브루니, (2023). 상실의 기쁨. 웅진지식하우스
2015년, 국내 유명한 대기업에 합격했다. 다른 몇 군데도 합격해서 고민하다가 규모는 조금 작지만 글로벌로 일해볼 수 있는 외국계 회사를 선택했다.
9년 뒤 2024년, 고용복지플러스센터 교육장 한켠에 앉았다. 실업급여 수급을 위한 교육을 받기 위해서였다. ‘대기업도 마다한 내가, 실업급여 수급자라니!’ 어두컴컴하고 다소 남루한 교육장 안에 있으니 인생에 실패한 사람처럼 느껴졌다.
내가 나를 ‘안정적 직업을 얻는데 실패하고, 좋았던 기회를 저버린 백수'라고 생각하면, 후회만 남고 스스로가 초라하게 느껴진다.
반면 다르게 보자면, 더 몰입하며 나의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직업을 위해 안정적인 직장을 벗어나 ‘용기 있게 도전하였고, 다시 도전하는 과정에 있는 사람(Between the jobs)’으로 정의하면 나 스스로가 대견하게 느껴진다.
내러티브(Narrative) 심리학은 사람은 자신의 경험을 서로 연결된 이야기(=내러티브) 형태로 구성하며, 이는 정체성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말한다.
우리는 자신이 구성한 스토리를 통해 나는 어떤 사람인지를 스스로가 정의하고, 이를 기반으로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 해나가는 존재인 것이다.
내러티브는 본인이 느끼는 감정, 생각뿐만 아니라 이후 행동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어떤 가능성과 장애물을 떠올리는지가 달라지면서 미래 경험까지 다르게 만들어내게 된다.
다행인 것은 우리는 살아가면서 계속 스토리를 고쳐가며, 이에 따른 사건의 의미도 계속 수정할 수 있다.
삶에서 원치 않았지만 어려운 일이 생겼다면, 나에게 일어난 일을 더 친절하고 다정한 내러티브로 써 내려가는 연습을 해보자.
마가리타 타라고나, 대안 스토리
심리학자 마가리타 타라고나(Margarita Tarragona)는 스스로의 긍정적인 모습을 발견하기 위해 부정적인 내러티브(스토리)에 다른 대안이 되는 스토리를 찾는 방법을 제안한다. (1)
A라는 사람이 하루의 주요 스토리를 이렇게 연결해 볼 수 있다.
알람 맞추기를 깜빡 잊음
차의 기름이 떨어짐
지각
상사에게 혼남
판매 전화 목표에 뒤쳐짐
A가 이러한 사건에만 주목하며 하루의 주요 스토리를 구성한다면 스스로를 무능하다고 생각할 수 있고 이것이 그의 정체성을 구성할 수 있다. 하지만 하루의 주요 스토리를 다르게 볼 수 있다.
아내, 아이들과 출근길 즐거운 교감을 함
이전에 준 도움에 대해 감사 인사를 들음
작년처럼 멋지게 회사 신년파티를 준비해 달라는 요청을 받음
조언을 구하고 싶다며 동료가 점심을 같이 먹자고 함
이 스토리를 보자면 A는 신뢰할 수 있고 다정한 인물로 느껴질 수 있다.
마가리타 타라고나는 “모든 사람들이 형광펜을 쥐고 삶을 살아가다가 몇몇 경험만 형광펜으로 표시한다고 상상해 보라"라고 말한다.
스스로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이 들어 위축된다면 내가 어떤 경험과 생각에 형광펜을 칠했는지 돌아보고, 조금 더 내가 살고 싶은 모습과 긍정적인 모습에 형관펜을 다시 칠해보자.
(1) 마가리타 타라고나, (2017). 블룸북 ㅣ긍정정체성. 블룸컴퍼니(주)
대안스토리가 더 잘 찾아질 수 있도록, 관점을 확장하고 싶다면
- <심리학 한 조각> 긍정정서의 확대 효과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