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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지현 Sep 09. 2023

1인 기업가의 하루 루틴

1화. 나의 1인 기업 도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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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전, 불안했다. 별의별 것을 다 불안해했던 것 같다. 자기 관리 실패에 대한 두려움도 그중 하나다. 느슨하다 못해 늘어져버려 이도저도 아닌 백수가 돼버리면 어쩌나 걱정했다. 퇴사 직후 몇 주는 의욕에 넘쳐 달리다가 컨디션이 별로거나 성과가 미미하면 '오늘은 좀 쉬자', '조금 더 잘래'라는 자기 합리화에 빠질 수 있으니 말이다. 어느 날 후배에게 불안을 내비쳤다. 나를 나보다 잘 아는 친구였다. "선배님은 더 하면 더했지 덜 하지는 않으실 것 같은데요? 오히려 무리하실까 걱정돼요."


유료 성격 검사에서도 항상 나는 자신에게 엄격한 사람으로 나왔다. 외로움에 강하다고도 했다. 그래서인지 혼자 일할 때 능률이 배가 된다. 직장인 보다 프리랜서에 적합한 인간인 것이다. 회사는 무수한 방해요인과 잡음이 끼어들어 몰입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뇌를 망친다는 멀티태스킹이 기본값이고. 깊이 없이 마냥 빠르게 쳐내는 방식은 서서히 집중력을 갉아먹었다. 사람을 뒤떨어지게 만드는 듯했다. 나의 바이오리듬을 고려하여 업무 순서를 조율하기도 쉽지 않았다.


그래서 퇴사 후 루틴 만들기를 급선무로 두었다. 업무 도구인 '나'의 생산성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일과를 찾아내려 촉각을 곤두세웠다. 5개월 즈음 지나자 내게 최적화된 패턴으로 거의 굳어졌다. 요리조리 바꿔보며 나만의 루틴을 찾아갔던 과정을 기록해보려 한다. 미리 말해두지만 요행은 없다. 주 7일, 12시간 근무다. 퍼스널 브랜딩과 자동 수익 시스템이 안정적인 궤도에 오르면 다음 스텝으로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 팀 페리스의 <나는 4시간만 일한다>를 현실화하는 단계로.


기상 시간은 그대로다. 5년 동안 출근하면 몸도 끼워 맞춰지나 보다. 처음부터 알람을 꺼두지는 못했다. 한 번이라도 늦잠을 자면 습관이 돼버릴까 봐 겁이 났다. 그렇게 오전을 몽땅 날려버리면 자괴감이 클 것 같았다. 오늘에서야 알람 없이도 일찍 눈이 떠진다. 드디어 몸속에 알람시계가 탑재된 것이다. 꿈틀꿈틀 뒤척이다가 다시 잠들기도 하지만 8시를 넘기기 전 이불속을 빠져나온다. 아니면 온종일 숙취처럼 머리가 묵직하고 멍하기 때문이다.


아주 드물게 9시~9시 반으로 기상시간이 밀려나는 때가 있다. 비 내리거나 흐린 날. 세상이 온통 어두컴컴하니 내 몸은 아직 밤인 줄 아는 모양이다. 블라인드를 반만 내리고 자는 나는 빛에 따라 미묘하게 달라진다. 시골 농부가 해가 뜨고 지는 길이에 맞춰 작업 시간을 조정하듯, 동물들이 계절에 따라 겨울잠을 자듯 나도 자연의 흐름에 몸을 맡긴다. 몸과 마음과 생각이 흐르는 대로 자연스럽게 사는 삶이 퇴사 목표 중 하나였으니까. 지금까지는 물결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처럼 반대로만 살았으니까.


기상하면 맨 먼저 하는 일이 이부자리 정돈이다. 책 <타이탄의 도구들>에 나온 부자 습관이다. 하루를 성취감으로 시작하는 것이 핵심이다. "해냈다!"라는 마음은 오늘도 잘 헤쳐나갈 수 있는 용기와 힘을 준다. 좋은 의미에서의 성취감 중독은 작은 성공을 큰 성공으로 이어지게 한다. 이불을 공중으로 휘릭 펼치면 한 번만에 반듯한 모양으로 정리된다. 싱글 침대의 장점인 듯하다. 깔끔하게 딱 들어맞는 순간 추진력이 충전된다.


다음은 아침 샤워. 머리부터 발끝까지 꼼꼼히 씻는다. 아무리 서둘러도 소요되는 시간은 칼같이 늘 20분. 술로 지친 밤에도, 단체로 펜션에 놀러 가 누군가 차례를 기다리고 있어도, 수업 시간이 임박해 가도 포기할 수 없다. 찝찝하게 샤워를 마치면 다음으로 해야 할 모든 일도 대충 하게 되기 때문이다. 작가들은 글 쓰기 전 자신만의 루틴이 있다고 한다. 추앙하는 작가 이슬아는 청소와 요가를 한다. 일 하는 마음을 말끔하고 유연하게 만져주는 의식일 것이다. 한편 샤워는 내 영감의 원천이기도 하다. 어느 책에서 말하기를 양치처럼 반복적인 행동을 할 때 우리 뇌는 의식에서 무의식으로 전환된다고 한다. 매일 하니까 힘들이지 않고 하게 되는 것이다. 영감은 무의식 중에 튀어나온다. 머리카락에 거품이 몽글몽글 풍성해지면서 머릿속엔 글감이 떠오르고, 콘텐츠가 기획되고,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인다. 내가 샤워를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아이디어를 키워드로 기억하며 조심조심 싱크대를 향해 간다. 거름망이 든 도자기 잔을 든다. 통에 소분해 둔 보이차 덩어리를 넣고 온수를 받아 책상으로 간다. 노트북을 열고 메모앱에 생각을 빠짐없이 쏟아낸다. 어느새 진한 갈색으로 우러나있는 차를 홀짝홀짝 마시며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아침에 차 마시는 습관도 <타이탄의 도구들>을 읽고 시작했다. 인지능력을 개선해 주는 효과가 있단다. 얼마나 나아질지 모르지만 그저 어제의 나 보다 잘하고 싶은 바람이다.


나의 뇌는 오전에 상태가 최상이다. 번뜩이는 창의력이 필요한 일을 하기에 안성맞춤. 글을 쓰고, 콘텐츠를 기획한다. 집중력은 11시까지만 이어져서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스마트폰 알림을 모두 끈다. 오후는 머리보다 손을 쓰는 단순반복 작업을 하기에 알맞다. 문서 요약, 강의안 및 콘텐츠 제작, 영상 편집 등. 오전은 아웃풋, 오후는 인풋 작업을 배치하면 생산성이 배가 된다. 1인 기업은 직원이 나뿐인데 꼭 두 사람이 일하는 것 같다. 숲을 보는 나, 나무를 보는 나. 자아를 둘로 쪼갠다. 목표를 세우고 아이디어를 내는 거시적인 나와 그것을 성실히 수행하는 미시적인 나는 찰떡궁합이다.


아침에 썼던 글을 묵히는 동안 저녁을 먹고 1시간 정도 조깅을 하고 돌아와 8시부터 퇴고에 들어간다. 10시 즈음 침대에 누워 소통 작업을 한다. 댓글을 일처럼 진지하게 단다. 그 사람의 성별, 거주지, 직업, 성격, 취향, 현재의 고민을 총체적으로 분석해 본다. 내 계정이 가게라고 생각하고 손님 한 명 한 명 케어한다. 온라인 세상에서도 사람들은 눈치가 빠르다. 영혼 없는 답글은 안 하니만 못하다. 상투적인 단어를 온기가 느껴지도록 바꾸려고 노력한다. '좋은 밤 보내세요.' 보다 '오늘은 중간에 깨지 않고 꿀잠 자세요.'라는 식으로. 진심 어린 소통이란 상대방을 그려보고, 세심하게 단어를 고르는 것이다. 찐 팬을 만들고 수익화도 바란다면 간과해서는 안된다.


빡빡한 루틴을 이어가려면 운동은 필수다. 주 2~3회는 필라테스, 다른 요일엔 운동화 끈을 조여매고 정처 없이 1시간을 돌아다닌다. 하고 싶은 일이 아직 산더미인데 힘에 부쳐 소화하지 못하는 상황은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 나와 잘 맞는 강사와 운동하려면 오전에 가야 하는데 창의적인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어 아쉽다. 하지만 건강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할 수 없음을 온갖 병원을 전전하며 깨우치지 않았는가. 계획한 일을 완수하지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운동은 절대로 미룰 수 없다. 그리고 오전을 타이트하게 보낼 때 장점도 있다. 짧은 시간에 끝내보려고 속도가 붙는 것이다.


그럼 언제 쉬느냐고? 눈알이 터질 듯 아리거나, 손목이 저리거나, 글을 쓰다가 막힐 때 즉시 멈춘다. 원하는 만큼 일하고 쉴 수 있는 프리랜서의 특권을 누린다. 최대 1시간 정도 소파나 침대에 널브러지거나 산책을 하고 나면 남은 일을 해치울 만큼의 체력이 충전된다. 사실 직장에서는 일 때문에 소진되었다면 지금은 일로서 충만해지기에 오랜 시간 일해도 괜찮은 것 같다.


그럼에도 가시적인 성과가 없으면 경미한 번아웃이 감기처럼 찾아온다. 좀처럼 앉지 못하고 숏폼 영상을 무한정 본다거나 계획한 일을 반밖에 해내지 못하는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그땐 잠시 물러나 회복 시간을 가진다. 생각 없이 빈둥거리는 날을 가지거나 여행을 떠난다. 최근에는 경북 함양과, 일본에 다녀왔다. 12시간 넘는 장거리 비행은 연간 1회면 족하다. 갔다 오면 2주는 여독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일이 안 되는 것보다 루틴이 깨지면 더 힘들어하는 나로서는 단기 여행이 극약처방.


그렇게 나만의 루틴은 이불 정리, 아침 샤워, 차 마시기, 오전에 창의적인 일 하기, 필라테스 및 조깅, 오후에 단순반복적인 일 하기, 소통 작업으로 윤곽이 나왔다. 나도 사람인지라 컨디션이 늘 동일하진 않다. 오전에 한껏 몽롱하다 오후에 생기가 도는 날도 있다. 그럴 땐 기존 일과를 반대로 하기도 한다. 말했다시피 나 자신이 작업 도구이므로 생산성을 최대화하는 방향으로 조절한다. 나의 바디오리듬을 깨트리지 않고,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굉장히 마음에 든다. 덕분에 회사 일과 병행했다면 무한히 연기되었을 수익화가 반년도 안된 시점에 이루어졌다.


지금 뚜렷한 성과가 나지 않는가? 자꾸만 나 자신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드는가?

그렇다면 현재 몸담고 있는 곳이 당신에게 맞지 않아서 그럴지도 모른다.

물고기는 강에서, 원숭이는 나무에서 제 실력이 드러나는 법.

우리 모두에겐 잠재력이 있다.

그것이 분출되는 환경을 아직 만나지 못한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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