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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태웅 Feb 01. 2023

어느 날, 창업가가 되었다

창업을 하게 된 계기



처음 가졌던 장래희망은 만화가였다.


초등학생 때부터 그림을 즐겨 그렸고, 반 친구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만화를 연재하면서 함께 돌려볼 정도로 나름 흥미와 소질이 있었다. 다만, 당시에 국내 만화책 업계는 전망이 좋지 않았기에 중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는 펜을 놓았다. (웹툰이 이렇게 잘 될 줄 알았다면 더 그려볼 걸 그랬나.)


만화가를 뒤로 한채 두 번째로 가졌던 장래희망은 창업가였는데, 고등학생 시절에 창업/경영과 관련된 서적을 많이 접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꿈을 가졌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두루뭉술하지만, 그래도 의지가 확고해 대학교 전공으로 경영학을 선택했다.


하지만, 오히려 대학교에 진학하면서 창업가에 대한 열망은 사그라들었고, 전공 수업 중 가장 흥미를 느꼈던 마케팅의 길로 접어들어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대학교를 졸업하면서 생각했다. 창업가가 되고 싶어서 경영학을 전공으로 선택했지만, 내 생애 창업을 하는 날을 오지 않을 거라고.


그러나 대학교를 졸업하고 6년이 흐른 어느 날,

창업가라는 꿈이 현실로 찾아왔다.





1.

한 통의 메일을 받았다. 프로젝트 멤버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회사는 경영 방향의 최우선 가치에 따라 프로젝트를 종료하기로 했습니다.


한 해의 업무를 잘 마무리하고, 다음 해를 준비하던 중 전달받은 소식이었다. 공간 운영 매뉴얼 및 전략 수립에 반년, 입주 후 공간 운영에 반년을 보낸 시점이었다. 새로운 1년을 앞두고 너무나 많은 가능성과 아이디어를 갖고 있었고, 새롭게 시작될 도전에 한껏 들떠있던 시기였다. 괜찮은 성과를 냈고, 클라이언트의 만족도도 높았기에 납득하기 힘든 결정이었다.


물론, 프로젝트로 참여하는 계약직이라고 해도 직원이라면 회사의 의사결정과 방침에 따라야 한다. 실제로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납득하지 못할 상황조차 수용해야 할 순간들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납득하기 어려웠던 이유는 실제로 프로젝트에 참여한 인원의 의견이 전혀 포함되지 않은 결정이기 때문이었다.


함께 터놓고 이야기하고, 결정할 수 있는 자리가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결국 우리 앞에 던져진 것은 두 가지 선택지였다.


1. 계약 종료 후 떠난다.

2. 회사 내 다른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회사는 갑작스러운 프로젝트 종료로 인해 멤버들이 실직하게 될 것을 우려해 다른 자리를 제안했다. 회사에서 진행하는 메인 프로젝트에 각자에게 알맞은 포지션을 제안한 것인데, 비록 연봉 등의 조건은 기존 프로젝트 대비 낮아지지만 괜찮은 조건이었다. 더군다나 프로젝트 멤버 중에는 신입 연차(1년)도 있었기 때문에 어찌 보면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 제안이었다.


회사의 의지는 확고했고, 멤버 각자에게 제안이 전해졌다.

남은 것은 저마다의 선택이었다.



2.

계약을 종료하고 떠나려고 했다.


아쉽지만 애초에 1년 단위의 프로젝트 계약이었고, 열심히 하고자 했던 프로젝트가 끝나게 된 만큼 새로운 길을 찾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하루빨리 포트폴리오를 정리하고, 새로운 일거리를 따내기 위해 주변에 연락을 돌리기도 했다. 다음 스텝을 위한 정리가 빠르게 진행되었다.


그러나 마음은 쉬이 정리되지 않았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해보고 싶은 일들이 많았기에 본격적인 시작을 앞두고 마무리해야 한다는 사실이 마음을 힘들게 했다. 무엇보다 함께 프로젝트를 만들어온 멤버들이 정말 좋은 사람들이었다. 그들과 함께 만들어온 순간이 소중해 이토록 허무하게 마무리하고 싶지 않았고, 앞으로 더욱 많은 일들을 함께 만들고 싶었다.


다른 멤버들의 마음도 비슷했다. 모두 이 프로젝트를 통해 더욱 도전해보고 싶었고, 함께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 우리는 계속해서 이야기를 나눴고, 모두에게 더 좋은 방향을 고민했다. 그래야 각자가 어떤 선택을 하든 기쁜 마음으로 존중하고, 응원해 줄 수 있을 테니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다 함께 이 프로젝트를 이어갈 수 있는 방법을 택했다.


독립적으로 법인을 창업하여 이 사업을 운영하는 것으로 최종 의사 전해드립니다.


프로젝트 멤버 여섯 명이서 창업을 하고, 프로젝트를 인계받는 것. 다행히 회사와 클라이언트 모두 이러한 결정을 존중해 줬고, 프로젝트 인계와 창업 준비는 급물살을 탔다.


그렇게 새해가 며칠 지난 어느 날, 우리는 창업가가 되었다.






막연하기만 했던 '창업가'라는 꿈을 현실로 만든 것은 결국 함께한 '사람'이었다. 그들이 있었기에 용기를 낼 수 있었고, 또 다른 도전을 이어갈 수 있었다.


사업자등록증이 나온 날, 우리는 치킨 파티를 열며 기쁜 마음으로 잔을 부딪혔다.

함께하게 된 인연에 감사하며, 앞으로 펼쳐질 도전을 응원하며.




<창업가로서 실패했다>

창업 후 2년, 실패를 기록하는 회고 에세이

https://brunch.co.kr/magazine/memoir-start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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