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태웅 Feb 06. 2023

함께 회사를 만든다는 것은

잊지 못할 창업의 첫 순간



창업 후 가장 즐겁거나 보람 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작년 여름, 통 얘기할 틈이 없었던 직원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자 조직문화 워크숍을 진행했다. 좀 더 효과적인 워크숍을 위해 외부에서 퍼실리테이터를 모셔왔고, 우리는 워크숍 진행 전에 전달받은 몇 가지 설문의 답변을 작성했다. 그중에는 창업 후 가장 즐겁거나 보람 있던 순간에 관한 항목이었다.


그러게, 내가 언제 즐겁고 보람 있었더라.







창업을 결심했지만, 정해진 것은 없었다. 산더미처럼 쌓인 과제 중 가장 급한 것은 법인 설립을 위해 사명(社名)을 짓는 것. 법인이 '법으로 만들어진 인간'이라는 뜻인 만큼, 사람과 마찬가지로 이름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까.


회사를 통해 어떤 일을 하고, 어떤 가치를 실현하고 싶은지에 관한 합의가 필요했다. 우리의 창업은 대단한 비전과 미션을 갖고서 시작한 것이 아니라 '프로젝트의 연장을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았다. 그렇기에 더욱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 것인지에 관한 고민과 논의가 필요했다. 물론, 지금의 프로젝트와도 부합하는 핵심가치를 도출해야 했다. 우리가 모이게 된 계기인 '공간'운영 프로젝트를 근간으로 삼아 공간을 매개로 진행할 수 있는 사업, 공간을 통해 이루어낼 수 있는 가치를 고민했다.


수차례의 논의 끝에 우리는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이 함께 성장하는 공간을 만든다'는 미션을 토대로 2030 청년창업가를 위한 1) 오피스, 코워킹라운지, 공유주택을 개발하고, 2) 이들이 성장하고 교류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 온라인 콘텐츠를 만드는 것을 우리의 비즈니스로 정의했다.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드는 이들을 위한 '성장'과 '공간'을 키워드로 잡고, 이를 조합해서 사명을 짓기 시작했다. 이윽고 다섯 가지 후보를 추려낼 수 있었다.


Devake(디베이크)
: Develop(성장시키다, 발달시키다) + Make(만들다)

Depacter(디펙터)
: Develop(성장시키다, 발달시키다) + Impacter(임팩트를 만드는 사람)

Buildens(빌드언스)
: Build(짓다, 만들어내다) + ens(존재, 실재물)

Bbrick(비브릭스)
: Be(자기다움) + Brick(성수동을 상징하는 벽돌)



사명은 이 글에 작성하지 않은 다섯 번째 후보로 결정됐다. 다른 후보들도 좋았지만 우리 팀 멤버들이 지니고 있던 '따뜻함'과 가장 어울리는 이름이 모두의 선택을 받았고, 함께 만든 이름으로 법인이 탄생했다.


이후에는 우리의 비전과 미션, 핵심가치를 잘 보여줄 수 있는 로고 개발 작업이 이어졌다. 창업 멤버 중 마케팅/브랜딩에 정통한 사람이 나뿐이었기에 로고 개발 작업은 내가 리딩했다. 로고를 개발하는 것은 브랜드 네이밍보다 더 많은 단계와 논의가 필요했다. 내부에 디자이너가 없었던 관계로 평소에 알고 지냈던 디자인 에이전시 팀과 함께 개발에 돌입했다.

1) 브랜드 로고 설문: 브랜드 제공 제품/서비스, 브랜드 컨셉/스토리, 로고 제작 희망사항 작성
2) 로고 플랜: 로고를 상징하는 몇 가지 플랜(오브제) 중 선호하는 플랜 2가지 선택
3) 1차 시안 확인: 총 7가지 시안, 한 가지 시안을 골라서 디벨롭 진행
4) 2차 시안 확인: 1차 시안의 디벨롭해 로고 11가지 시안으로 작업 진행
5) 로고 베리에이션: 로고 컬러와 폰트, 형태를 디테일하게 설정하는 단계
6) 최종 완성: 로고 및 브랜드 가이드 제작 완료


여러 단계와 수정을 거쳤지만 개발 과정에서 멤버들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방향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에 즐겁게 진행할 수 있었다. 멤버들의 진심 어린 아이디어가 더해진 덕분에 멋진 로고가 탄생했다.


완성된 로고가 새겨진 현판을 사무실 입구에 걸었던 순간을 잊을 수 없다. 현판 뒷면에 붙인 양면테이프를 멤버 한 명씩 나눠서 뗐고, 손을 모아 현판을 붙였다. 우리의 결심이 하나의 결실로 펼쳐진 순간, 뿌듯한 미소를 감출 길 없었다.






창업 후 가장 즐겁거나 보람 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찰나의 고민 끝에 설문 답변을 작성했다.


멤버들과 회사를 만든 첫 순간들입니다. 의견을 나누며 사명을 정하고, 로고를 만들던 과정이 가장 즐겁고 보람 있었어요.


나에게 창업 후 가장 즐겁고 보람 있었던 순간은 함께 회사를 만든 첫 순간들이었다. 사명을 정하고, 사업자등록증을 받고, 로고를 만들고, 명함을 나눠주고, 로고가 새겨진 현판을 붙이는 모든 순간에 행복했다.


창업을 통해 함께 회사를 만든다는 것, 이러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축복일지 모르겠다. 시간이 흘러도, 혹시나 먼 훗날 이 회사의 존재가 사라지더라도 잊히지 않을 것 같다.




<창업가로서 실패했다>

창업 후 2년, 실패를 기록하는 회고 에세이

https://brunch.co.kr/magazine/memoir-startup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