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태웅 Jan 16. 2023

설렘과 상실의 계절

창업의 서막



팀장님 감사해요! 오늘 푸욱 쉬세요!


마스크와 함께 맞이했던 첫여름, 청년 창업가를 위한 공간의 탄생을 알리는 개관식이 진행되었다. 프로젝트 멤버들과 밤낮없이 준비한 덕분에 행사는 별 탈 없이 마무리되었고, 많은 이들의 축하 속에서 우리의 공간은 씩씩하게 첫걸음마를 뗐다.


하늘에 날리던 축포를 보며 프로젝트에 합류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유례없는 팬데믹 속에서 공간 운영을 하게 되었지만, 친절하면서도 실력 있는 멤버들과 함께라면 잘 헤쳐나갈 수 있으리라 믿었다.


하지만, 역시나 내 생각대로만 흘러가진 않았다.






겨울.

프리랜서 생활을 시작한 지 8개월 차에 접어들 무렵, 새로운 프로젝트에 합류했다. 성수동에 새롭게 생기는 청년창업 지원센터 공간의 마케팅을 총괄하는 팀장직이었다.


1년 계약직이긴 했으나 해당 기간 만을 바라보고 합류하진 않았다. 막 흥미를 갖기 시작했던 분야(공간)에서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성과를 만들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 더군다나 당시 성수동은 많은 사람들이 찾는 핫플레이스이자 사회혁신 생태계의 새로운 거점으로 자리 잡은 상황이었다. 정적이지 않고 활발하게 꿈틀대던 성수동은 존재만으로도 동기부여가 되었다.

앞으로의 일과 성수동에 대한 부푼 기대감을 안고서 프로젝트의 첫 번째 일정에 참여했다.


<2월 7일 금요일, 첫 번째 워크숍 진행합니다~>

2부 "성수동 지역, 공유오피스에 대한 이해"
- 4시~5시 30분: 성수동 주요 공유오피스 2곳, 우리 공간 사업장 투어
- 5시 30분~: 성수동 투어 후 소감 나누기


성수동 일대의 다른 공유오피스를 둘러보며 공간 운영에 필요한 인사이트를 얻은 후, 한창 공사 중이던 프로젝트 공간에 방문하는 일정이었다. 저마다의 콘셉트와 스타일대로 운영되는 타 공유오피스를 보며 정신없이 신기해하다 보니 어느새 우리 공간에 도착해 있었다. 고개를 살짝 들면 딱 적당하게 한눈에 들어오는 높이의 건물, 우리는 나란히 서서 공간의 첫인상을 눈에 담았다.


첫인상은 차가운 시멘트 구조물일 뿐이었지만, 앞으로 펼쳐질 나날에 대한 설렘으로 빈 공간을 가득 채웠다.



봄.

2020년의 봄은 그 어느 여름보다 뜨거웠다. 곧 다가올 공간의 개관을 앞두고 운영 매뉴얼 준비, 프로그램 기획, 홍보 전략 수립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냈다. 공간 개관을 위한 '세팅 단계'에서 내가 담당했던 업무는 다음과 같다.


- SNS 세팅 및 마케팅 전략 수립, 붐업 콘텐츠 제작

- 굿즈(웰컴 키트) 기획 및 제작

- 개관 보도자료 작성

- 개관식 행사 기획 및 준비


대행사에서 줄곧 해왔던 업무가 대부분이었지만, 개관식 행사 준비는 디지털(온라인)에서만 경력을 쌓아왔던 나에게는 도전의 영역이었다. 가장 중요한 업무가 생소한 영역이라는 점에서 오는 '불안감'과 새로운 역량을 개발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마음을 절반씩 차지했다.


담당했던 마케팅 업무 이외에도 멤버십 운영, 커뮤니티 프로그램 기획 등에도 함께 했다. 형형색색의 포스트잇을 붙여가며 많은 의견을 나누고, 다시 정리하는 미팅의 연속이었지만 함께 만들어 가는 순간들이 어찌나 재미있던지. 비록 퇴근은 늦어졌지만, 개관 준비는 빠르게 진행할 수 있었다.


이 프로젝트를 선택했던 이유, 가장 도전적인 선택지였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여름.

공간 개관을 준비하던 상반기에는 아직 공사가 진행 중이었기에 한동안은 집과 선릉 인근의 오피스를 오가며 일을 했다. 우리가 공간으로 입주한 것은 상반기의 끝자락, 여름으로 막 접어든 6월이었다.


입주하던 첫날의 기억이 또렷하다. 멤버들은 모두 들뜬 마음을 감출 수 없었고, 이러한 모습을 담기 위해 서랍에서 꺼낼 일 없었던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챙겼다. 공간에 도착한 후, 성수동이 한눈에 보이는 공간 옥상에서 멤버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겼다.


드디어 성수동 오피스로 이사한 날, 왠지 기록하고 싶은 날이라 아침부터 부랴부랴 폴라로이드를 챙겼다. 나름 열심히 찍었는데 다들 마음에 들려나. 아무튼, 앞으로 더 재밌어질 것 같다. 멤버들 모두 에너지 넘치고, 매력적인 사람들이라 매우 흥미진진할 듯. 다이나믹할 하반기 모두 화이팅합시다!


입주한 당일, 개인 SNS에 폴라로이드 사진과 함께 올렸던 글이다. 이 글을 통해 돌이켜 보니 새로운 공간도 물론 좋았지만, 좋은 사람들과 만들어갈 나날에 더욱 기대가 컸던 것 같다. 물론, 나의 생각보다 다이나믹할 하반기는 예상하지 못했지만 말이다.






다시 겨울 -

성공적으로 개관식을 마치고 약 4개월이 흐른 연말, 열심히 공간을 운영한 덕분에 아무도 없던 공간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청년 창업가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팬데믹으로 인해 상상했던 모든 것을 펼치진 못했지만, 만족할 만한 성과를 만들며 자연스레 내년 운영을 기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가 무색하게도, 당연히 '내년에도'라고 생각했던 기대가 희미해졌다. 설렘으로 따뜻했던 겨울이 상실이라는 추위와 함께 돌아왔다.




<창업가로서 실패했다>

창업 후 2년, 실패를 기록하는 회고 에세이

https://brunch.co.kr/magazine/memoir-startup

이전 02화 세 가지 선택의 기로에서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