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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태웅 Dec 31. 2023

에필로그: 창업가로서 성장했다

실패를 회고하는 이유


창업가로서 실패했다.

크고 작은 결실과 결심이 많았지만, 지난 1년을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아니, 그래야 할 것만 같다.


딱 1년 전 오늘, 실패의 시간을 돌아보며 떳떳한 회고를 하기 위해 이 글을 시작했다. 


조금 더 빠르게 회고의 마무리를 짓고 싶었지만, 그렇게 해서는 아쉬움이 묻어나는 푸념만 늘어놓을 것 같았다. 시간의 간격을 두고, 새로운 변화를 겪고 나서야 이 회고의 마무리를 지을 수 있게 됐다.





1.

계획 없이 왔으니 틀어질 일도 없다.


우연히 보게 된 문구가 마음을 흔들었다. 파워 J인 탓에 계획 없이 무언가를 실행하는 것을 몹시 불안해하는 사람이거늘, 이 문구는 왠지 모르게 위안이 되었다. 지난 세월의 창업이 내 계획대로, 내 생각대로 되지 않아서였을까. 


퇴사를 2주 앞둔 어느 날, 짧은 여행을 떠났다. 파주에 위치한 '썸원스페이지 숲'이라는 북스테이였는데,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단순했다. 이곳의 메모지에 적힌 '계획 없이 왔으니 틀어질 일도 없다'는 문구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었다.


한 가지 이유를 덧붙이자면, 공간을 운영하는 '썸장'님의 이야기도 한몫했다. IT회사 UI디자이너로 지내다 더 늦기 전에 자연 속에서 살고자 가족과 함께 귀촌했다는 이야기인데, 익숙한 것에서 떠나온 지금의 나라면 썸장님과 좋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다는 예감이 들었다.



깊은 산속에 자리한 '썸원스페이지 숲'은 적막이 흐르지만, 쓸쓸하지는 않은 매력적인 공간이었다. 공간 곳곳에서 따뜻한 인사를 받을 수 있었고, 방에 들어오면 간간이 들려오는 새소리를 뒤로한 채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간단하게 밥을 먹고, 서재에서 책을 보다가, 방에 들어와서는 남은 업무와 앞으로의 계획을 정리하며 시간을 보냈다.


밤이 되자 하늘에는 별이 가득했다. 최근 몇 년간 정신없이 일을 하느라 밤하늘을 볼 시간이 없었는데, 이렇게 별이 잘 보이는 곳에 와서 보고 있노라니 마치 대단한 성과를 얻은 것처럼 기뻤다. 별구경을 마친 후에는 썸장님과 티타임을 가졌다. 서로의 굴곡진 도전과 실패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위로와 조언을 건넸다. 


'최선을 다한 시간에 실패란 없고, 성장만 있을 뿐'이라는 마지막 말씀이 큰 위안으로 다가왔다. 최선을 다했던 지난 2년, 나는 어떤 성장을 했을까. 아직은 알 수 없었지만, 새로운 시작을 위해 여전히 마음속에 남아있던 실패(라고 생각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과 미련을 밤하늘에 묻은 채 아침을 맞이했다.



2.

창업한 회사를 퇴사한 지 9개월이 흘렀다. 사계절이 흐르는 동안, 개인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 2년간 연애한 여자친구와 결혼을 했고, 서울로 이사를 했다. 


지난 9월부터는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 공간 운영 사업을 했던 경력을 통해 프롭테크 스타트업의 콘텐츠 마케팅 리드로 입사했다. 근거를 제시할 수 있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회사고, 내가 목말랐던 플랫폼 비즈니스를 중심으로 하는 회사였기에 다음 목적지로 정했다. 


창업을 했던 경력 덕분인지, 입사한 지 한 달 만에 TF(Task Force)팀에 합류했고, 지난 두 달간 모두가 최선을 다한 덕분에 목표를 달성했다. TF 과정에서 창업했던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고, 다른 동료들에게도 이러한 경험이 도움이 됐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워낙 빠르게 돌아가는 TF 과정에서 크고 작은 의사결정이 이루어져야 했고, 여러 변수에 대응해야 했으며, 내가 맡은 역할(마케팅) 이외에 다양한 업무를 수행해야 했다.


창업을 해보지 않았더라면,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을 것이며 지금처럼 인정받지 못했을 거다. TF 팀에 참여한 두 달은, 썸장 님이 말씀하셨던 것처럼 실패가 아니라 성장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을 시간이었다. 내년에는 마케팅팀을 이끌며 더욱 다양한 일을 해볼 예정이다. 예산도 충분하게 편성받았고, 좋은 팀원들도 합류할 예정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창업의 경험은 분명 좋은 무기가 될 것이라 믿는다.






10편의 회고록을 통해 지난 창업의 과정과 실패, 성장의 시간을 최대한 솔직하게 돌아보고자 했다. 회고를 통해 창업을 통해 얻은 경험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다시 느낄 수 있었고, 지난날의 반성을 통해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감을 잡을 수 있었다.


그래서 더 이상은 실패로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덕분에 나는 충분히 성장의 과정을 거쳤고, 이제는 지난 아쉬움과 미련은 접은 채, 앞으로 나아갈 동력으로 삼고자 한다. 많은 이들과 위로와 조언 덕분에 더 큰 계획을 꿈꿀 수 있게 됐다. 


나는 창업가로서 성장했다.




*그동안 <창업가로서 실패했다>를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부족한 글이었지만, 이 글을 읽은 모든 분들이 실패를 성장 삼아 원하는 모든 바를 이루시길 바라겠습니다 :)



<창업가로서 실패했다>

창업 후 2년, 실패를 기록하는 회고 에세이

https://brunch.co.kr/magazine/memoir-start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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