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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 eden Sep 28. 2021

아이와 제주 한 달 살기, 생각처럼 행복할까

제가 한번 살아보겠습니다

내일이면 우리는 집을 떠나 제주로 간다.

20일 정도의 짧다면 짧은 일정이긴 하나 이토록 오래, 그것도 아이를 데리고 집을 떠나본 적은 없었다.

이제 막 24개월이 지난 아이와 제주 살기를 결심한 데는 남편의 육아휴직이 한몫을 했다.


우리는 항상 육아휴직을 하게 되면 발리에서 1년 정도 살자는 얘기를 했었다. 서핑을 좋아하는 남편의 로망이기도 했다. 그때는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덮친다는 건 영화에서나 있는 일인 줄 알았고, 육아휴직은 우리가 쓰고 싶고 필요한 때를 정해 쓰면 된다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인생이 계획대로만 될 리가.


코로나가 예상보다 길어지고 남편이 결국 육아휴직을 써야만 하는 상황이 되고 보니 그냥 이렇게 떠밀리듯 시간을 보내기엔 왠지 억울하고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제주도 가서 한 달 살자.

남편에게 육아휴직의 시기가 로망을 이루지 못한 아쉬움이 아닌, 생각지 못했던 즐거운 기억으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한 제안이었다.

물론 아이를 위함이기도 했다. 층간소음 걱정 없는 단층집에서 마음껏 뛰어놀고, 잔디가 푸르른 앞마당에서 물장난도 치고,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의 바다로 뛰어나가 모래놀이도 실컷 하고, 하늘도 나무도 돌도 더 세심히 볼 수 있는 시간을 늘 만들어주고 싶었다. 모든 게 조심스럽고 망설여지는 시기지만 결국 우리의 행복을 위해 ‘고민보다 go’하기로 했다.


세 달 전쯤 숙소와 비행기를 확정하고 차량은 배에 실어 탁송하기로 했다. 그렇게 우리는 제주살이 할 날을 기다렸고, 나는 마침 시기가 딱 맞아떨어지는 프로그램을 맡게 되어 제주살이 이틀 전까지 생방을 하며 체력을 하얗게 불태웠으며, 코로나 상황은 기대와 달리 더 나빠졌지만, d-day는 왔고 우리는 이제 제주로 간다.


그래서, 그곳에서의 생활은 과연 상상처럼 행복할까. 한번 살아봐야 알겠지.


+ 차에 모든 짐을 꼼꼼히 실어 보냈다고 생각했는데 정신차리고 보니 방구석에 캐리어 하나가 덩그러니 남겨져있다. 이것은 순탄치않은 제주생활을 암시하는 복선인가.. 두둥.



# 제주의 돌담집을 꿈꾸는 이유

https://brunch.co.kr/@harims84/44

# 그래도 이곳이 살만한 이유

https://brunch.co.kr/@harims84/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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