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원래 주도적이다.
기본 역할은 늘 쉽지 않다. 학생 때는 공부가, 직장인에게 일이 그렇다. 학생은 공부가, 직장인은 일이 즐거워지려면 무엇이 바뀌면 될까?
엄마가 그렇게 말하면 공부하려고 했다가도 하기가 싫어졌던 경험이 다들 있을 것이다. 내가 주도적이지 않아서가 아니라 오히려 주도적이라 나타나는 현상이다. 내가 공부하려고 선택했다. 그런데 그런 주도적 상황에 외부요인이 개입하자 동기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이 반복되면 뇌가 학습하게 된다. 공부는 억지로 해야 하는 것, 재미없고 피하고 싶은 것, 하기 싫은 것으로 생각의 틀이 다져진다.
EBS 다큐멘터리 『공부 못하는 아이』에서 초등학교 4학년을 대상으로 주도성 실험을 했다. 실험 과제는 80문제를 푸는 것이다. 다만 환경적 조건을 달리했다. A그룹에는 강압적으로 한 시간 동안 80문제를 다 풀라고 지시했고, B그룹에는 한 시간 동안 80문제 중 자신이 풀고 싶은 문제만 선택해서 풀게 했다. 즉 어떤 과목을 풀지, 몇 문제를 풀지 선택하고 다 풀면 자유롭게 돌아다녀도 된다고 했다. 만족도는 B그룹이 높겠지만 문제를 더 많이 푼 그룹은 A그룹일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A그룹은 20분간 높은 집중도를 보였다. 하지만 20분이 흐르자 집중력이 흐트러지기 시작했고 이후부터는 몸을 비틀어가며 간신히버텨내는 듯했다. 물론 80문제는 모두 풀었다. 제작진이 아이들에게 시험문제가 어땠냐고 묻자 모두 “어려웠다.”라고 답했다. 반면 B그룹은 문제를 풀다가 쉬다 다시 문제를 풀면서 한 시간 내내 집중해서 문제를 풀었다. 그중 83%가 80문제를 다 풀었고 나머지 17%도 시작 전 약속했던 문제 수보다 더 많은 문제를 풀었다. 제작진이 동일하게 시험 문제가 어땠냐고 묻자 “쉬웠어요! 재미있었어요.”라는 대답이 나왔다. 시험 점수도 B그룹이 평균 4.5점 더 높았다. 문제도 더 많이 기억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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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직장인 대상 교육을 해본 결과도 비슷하다. 의무교육보다 선택교육을 들을 때 더 집중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만족도도 높고 오래 기억했다. 회사의 유능한 IT 개발자 출신인 김 실장과 오랜만에 대화했다. 김 실장은 프리랜서 시절에 지금보다 수입이 좋았다. 그런 그가 지금의 직장을 선택한 이유가 사내 교육 때문이었다고 했다. 10년 전 지금 다니는 직장의 직원 교육을 받았다고 한다. 그때 들은 내용이 도움이 되어 이 직장을 선택했고 지금도 그 내용을 기억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내가 선택해서 들어서 그런가? 지금도 그때 교재를 가지고 있어요.”라며 그때 배웠던 용어를 놀랍게도 정확히 사용했다. 의무로 교육에 참여한 직원들은 그 내용을 기억하고 있을까?
공부뿐만 아니라 일도 마찬가지다. 선택과 성과와 즐거움의 연관성을 증명한 실험과 사례는 무궁무진하다. 주어진 과제에 대해 해결 방법을 스스로 고민하고 선택을 늘려나갈 때 재미있고 성과도 좋다. 누군가 시킨 일은 재미가 없다. 시간 배분, 우선순위, 강약 조절, 일 처리 방법 등 그 일 속에서 자율과 선택을 만든다. 회사가 아니라 자신의 즐거움과 성과를 위해 말이다. 먼저 고민하고 아이디어를 실행할 때 일에 끌려가지 않고 일을 이끌 수 있다. 이것이 일잘러들의 일하는 법이다. 사람이 가장 즐겁고 성취감을 느낄 때는 자기 주도적으로 일할 때다. 즐겁게 일했던 순간을 떠올려보자. 우리는 원래 주도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