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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쥴스 Oct 04. 2023

독립에 필요한 단 하나의 무기, 마케팅 관점

독립에 필요한 단 하나의 무기, 마케팅 관점

 회사 일과 별개로 누가 시키지도 않은 일을 스스로 벌리고 수습하기를 반복했다. 모험을 즐기고 호기심이 많은 성향도 한몫을 했겠지만,   이유는 불투명한  미래를 그대로 방치할 수가 없었다. 뭐라도 해야 했다. 스타트업  곳을 다니면서 아기를 키우는 여자동료와 일해보지 못했다. 회사가 생존에 사활이 걸려있으니 육아휴직을 챙겨줄 여유가 없다. 육아휴직은 근로자의 당연한 권리이지만,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요청하는 직원은 염치없는 죄인이 되는 분위기다. 스타트업에 다니는 여성들만이 겪는 고충은 아닐 것이다. 여성 친화적 외국계 기업이 아니고서야, 출산을 고려하면서  자리에 대한 불안을 완전히 떨치기는 어렵다. 결혼 5 차가 지나고 자녀 계획을 고민하기 시작하면서, 자의  타의  자연스럽게 회사 밖에서 자립하는 연습을 꾸준히 해나갈 수밖에 없었다. 스타트업에 재직 중인 여성에게 출산은  커리어 절벽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감사하게도 회사 밖에서 내가 벌린 일들은 모두 망하지 않았다. 누군가는 미약하다고 판단할  있겠지만  스스로는 만족할만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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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운이 좋았다. 그 밖에도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했겠지만 근간이 된 것은 단언컨대 ‘마케팅 관점’ 일 것이다. 회사 밖에서 개인 프로젝트 하나를 실행하려면 책임감, 추진력, 글쓰기 능력, 서비스 퀄리티 등 복합적인 역량이 필요한데, 나의 경우 이 모든 요소들의 한 레이어 아래에 마케팅 관점을 깔아 두었다. 마케팅 관점이 배가 향하는 방향이라면, 다른 요소들은 모터라고 볼 수 있다.

    

마케팅(Marketing)이라는 단어를 먼저 뜯어보자면, 시장을 뜻하는 Market과 현재 진행형을 뜻하는 ing가 합쳐진 형태이다. 직역하면 시장화, 시장 활성화 정도로 볼 수 있다. 여러 마케팅 구루들이 마케팅을 정의했는데 피터 드러커의 정의가 가장 초심자가 이해하기 쉽고, 간결하다. 그는 ‘소비자를 잘 이해하여 제품이나 서비스가 욕구를 적절히 충족시킴으로써, 자발적인 구매가 일어나게 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한마디로 마케팅은 소비자가 내 서비스에 ‘가치’가 있다고 느끼게끔 만드는 일이다.     


나는 회사 밖 비즈니스를 단순히 돈벌이로 바라보지 않았다. ‘누군가에게 필요한 가치를 만드는 일’이라 마케팅 관점에서 정의 내렸다. 그리고 이어서 이야기할 3가지 마케팅 사고필터를 거쳐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행했다.


내가 나 자신과 나의 일을 세상에 내놓을 때, 잊지 않고 거치는 3가지 마케팅 필터와 마케팅을 처음 공부하는 분들이 읽으면 좋을 마케팅 책들을 함께 소개한다.


 


/ 1. ‘고객 중심’ 필터 : 뼛속까지 고객의 관점에서 바라보기

 잘 안 풀리는 직장인과 기업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고객(상사)이 원하는 바를 숙고하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일하고 말한다는 것. 그 누구도 혼자 일하지 않는다. 우리의 성과는 상대를 만족시키는 만큼 늘어나거나 줄어든다.      


최근 무려 전지현을 모델로 기용하고도 160억 적자를 낸 인*파크 투어의 기사를 보았다. 광고를 보니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인*파 ‘크다’

1등은 인*파 ‘크다’     


여행사가 크면 여행객한테 뭐가 좋을까? 진짜 1등은 말하지 않아도 고객이 이미 안다. 1등으로 각인시키고 싶은 건 그냥 기업의 욕심이다. 내 고객이 무엇을 원하고, 어떤 어려움에 처해 있는지 철저하게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해아 한다. 그리고 고객의 관점에서 바라보기 전에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이 있다. 내 고객이 누구인지 뾰족하게 정의 내리기. 내 상품을 많은 사람이 이용해 줬으면 하는 마음에 타깃을 최대한 넓게 잡는 실수를 한다. 모두를 만족시키려고 하면 아무도 만족시키지 못한다.



/ 2. ‘차별화’ 필터 : ‘나음’보다 ‘다름’을 고민하기

 작년 겨울에 예비 강사 대상으로 ‘강의기획 방법’에 대한 내용으로 강의를 했다. 사전에 미리 고민을 접수받았는데, 신기하게도 총 70여 건의 고민이 한 사람이 쓴 듯 엇비슷했다.


‘저보다 많이 알고, 경력 많은 강사님들이 많은데 제가 강의를 해도 될까요?’  

초심자는 누구나 경쟁자 앞에서 작아진다. 다들 나보다 크고 대단해 보이기 때문이다. 아직 알에서 깨어나지도 않은 나를 수탉과 비교하면 아무 일도 시작할 수 없다. 대신 우리는 리마커블 한 오리가 되기를 선택해야 한다. 차별화하면 막막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3가지 과정을 거친다. 쉬운 이해를 돕기 위해, 내가 독서법 강의를 만들 때 거친 차별화 과정을 예로 들어 보겠다.     


Step1. 비교대상 정하기

차별화하려면 일단 비교 대상이 있어야 한다. 준거점이 있어야 차별화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내가 하려는 분야의 다른 이들은 어떤 점을 경쟁력으로 강조하는지 레퍼런스를 찾아봐야 한다. 클래스 101, 클래스유, 크몽까지 독서법 관련 전자책과 강의들을 모두 뒤졌다. 이 과정에서 기존 강의들의 공통점을 찾았다. 시중에 독서 중급자 대상, 고급 독서방법론을 다룬 강의가 많았다. 이미 책에 관심 많고, 책 읽는 방법도 대충이라도 이미 아는 분들을 위한 강의. 여긴 내가 들어가면 안 되는 시장이라는 걸 단박에 알아챘다. 나는 어려운 독서법 공부해 본 적도 없고, 솔직히 잘 모른다. 그래서 내가 비교해야 할 대상은 독서 초보, 생초보 대상 강의로 설정했다.


Step2. 타깃의 성가심에서 아이디어 찾기

기존 독서 초보자 대상 강의가 해결해 주지 못한 고객의 고민을 찾았다. 나는 유튜브 조회수에서 힌트를 얻었다. 유튜브 검색창에 #독서초보를 검색했다. 가장 조회수가 높은 콘텐츠가 <책 사놓고 안 읽는 사람 주목!>이라는 제목이었다. 여기서 유레카를 외쳤다. 독서초보자들은 책을 읽는 방법 보다, 책과 가까워지는 것 자체에 고민을 안고 있다는 페인 포인트를 캐치했다.     


Step3. 내가 가진 강점, 스토리로 타깃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마지막으로 이렇게 찾은 아이디어를 내가 써먹어도 되는지, 내가 가진 강점, 스토리와 잘 맞는지 맞춰보았다. 나는 독서 초보자를 400명 넘게 만났고, 그분들의 생소리 진짜 고민을 현장에서 들었다. 이분들이 책과 친해지게끔 도와준 경험이 있다. 그래서 강의 콘셉트를 <#친근함 : 독서 초보자가 책이랑 친해지는 법>으로 잡았다. 차별화 3 과정을 거쳐 만든 강의를 오픈하고, 독서법으로 10년 경력이 넘은 분의 강의보다 높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다.          



/ 3. ‘콘셉트화’ 필터 : 설명하지 않고 보여주기

 콘셉트의 개념을 쉽게 설명하면, 2번째 차별화 필터를 거친 결과물을 뾰족하게 다듬고, 예쁘게 포장하는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 고객은 내가 구구절절 떠드는 이야기에 집중할 여유가 없다. 차별점 100개를 하나하나 말로 나열하지 않고, 고객이 한눈에 인지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

     

위에서 예로 들었던 강의 콘텐츠 차별화를 콘셉으로 이어서 말하자면, 강의제목, 목차, 썸네일, 어조까지 내가 잡은 차별화 포인트에 맞추어 일관되게 보여주는 것이다. 나는 강의 컨셉을 #친근함으로 잡았기 때문에 친근한 느낌이 드는 강사 사진, 책이 재미있음을 보여주는 목차 제목, 강의할 때 밝고 편안한 표정과 어조까지 일관된 편안함과 친근함을 보여주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콘셉트 기획을 서점에서 공부한다. 책 제목과 표지 디자인은 콘셉트 기획의 끝판왕이다. 평균 200장이 넘는 한 권의 책의 내용을 표지 딱 한장에 표현해내는 일은 예술작품 만큼 아름답다.



/ <마케팅 입문서 추천>

 추천하기 전에, 걸러서 읽으면 좋을 마케팅 책을 먼저 이야기하자면  ‘방법론’만 이야기하는 책이다. 기능이나 방법만 치중되어 있는 책은 따라 하기는 쉽지만, 실무에서는 필요하지 않은 내용만 알려준다. 결정적으로 마케팅 트렌드가 변하거나 마케팅 툴이 업데이트되면 책이 무용지물로 변해버린다. <블로그 마케팅 A to Z>, <SNS 정말 정복하기>와 같은 책은 컴퓨터를 다룰 줄 안다면 우선 거르면 좋겠다. 기본적인 방법론들은 돈 들이지 않고 검색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으니까. 반대로 좋은 책은 방법이 아니라 ‘사고방식’을 알려주는 책이다. 마케팅은 ‘사람을 어떻게 파악하고, 나는 이 사람을 어떻게 설득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마인드셋‘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단 마케팅 사고가 가능해지면, 실행 스킬들은 배우면 된다는 게 내 생각이다.           



『보랏빛 소가 온다』 세스고딘 

본문에서 소개했던 두 번째 마케팅 필터, ‘차별화’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를 돕는 책이다. 이 책 말고도 세스고딘의 책은 모두 다 훌륭하다. 이 책과 함께 빌 비숍의 『핑크펭귄』을 함께 읽으면 깊어지는 독서를 경험할 수 있다.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강민호

마케팅에 관한 정의와 사람의 욕구를 이렇게 쉽고 정확하게 정리한 책은 이 책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이다. 저자는 거래보다 관계, 유행보다 기본, 현상보다는 본질을 강조한다. 한 시절 유행하는 화려한 마케팅 기법이 왜 무용한지 깨닫게 해준다.



『마케터의 문장』 가나가와 아키노리 

멋져 보이려고 애를 쓴 글일수록 안 읽힌다. 이유는 ‘내’가 어떻게 보일지만 생각해서다. 귀사는 1960년에 설립한 ~~으로 시작하는 웹사이트 기업 소개글은 읽기도 전에 지루하다. 읽는 사람이 읽고 싶은 글을 쓰는 자세와 방법을 함께 배울 수 있는 책이다.



『마케터의 일』 장인성

초심자일수록 마케팅이 기술이라 여기기 쉽지만, 그에 앞서 마케팅을 바라보는 자세와 태도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일상 생활에서 즐기고 경험하는 모든 것들을 마케팅에 활용하는 방법도 배울 수 있다.


         

『무기가 되는 스토리』도널드 밀러          

사람들은 최고의 제품을 사는 게 아니라 '최고로 빨리 이해할 수 있는 제품'을 산다. 본문에서 나열한 마케팅 필터 3가지를 내 상품과 브랜드에 스토리를 활용하여 쉽게 녹여내는 법을 알려준다.


마지막으로 여력이 닿는다면, 인문학 책을 가까이하라고 권하고 싶다. 마케팅은 고객이 나를 좋아하도록 설득하는 일이다. 사람의 본성을 더 많이 이해할수록 더 유익한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얼마 전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시청하게 된 김미경 강사의 말이 인상 깊었다. "경력이 단절 된 것이 아니라, 배움이 단절된 것이다." 애만 보기도 벅찬데 배울 시간이 어디 있나요. 울컥. 억울한데 틀린 말이 아니다. 그래서 더 아프게 들린다. 출산과 육아로 멈춘 커리어 보다 배움과 성장이 멈춘 것이 더욱 큰 문제다.    


내 자리에 대한 불안을 해소 하려면, 나 스스로 내 자리를 만드는 능력을 기르는 방법밖에 없다. 회사밖 자립의 시작으로 나만의 작은 프로젝트 부터 만들고 실행해 보자. 벌린 일이 점차 사업으로 커지면 비즈니스, 사업과 관련한 공부들이 해야 하겠지만, 초기 프로젝트 기획 과정에는 마케팅 관점만으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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