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해보면 별거 아닌데
불안이라는 감정이 피어나는 건 지금 당장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마치 지금 이 순간을 제대로 붙잡지 못하면 돌아올 수 없는 다리는 건너는 느낌이 들기 때문인 것 같다.
사람들마다 각자의 그릇이라는 것이 있다. 다들 시작은 조그마한 종지에 불과하지만 몇 번의 깨짐과 성장을 통해 점차 그 크기를 키워나가고 언젠가는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그릇으로 만들어지는 시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회사라는 것도 사람들 각자의 그릇을 키워내는데 매우 전문적인 조직이라 한 개인이 감당할 수 있을 수준보다 아주 조금 더 일을 주고 시련을 줘서 이 사람이 성장할 수 있는 극한까지 끌어올려준다.
그런데 제시되는 이 성장의 방향이 언제나 내 편이 될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회사에서 얻을 수 있는 기회, 조직이 제공하는 미래가 더 이상 나와 맞지 않게 되는 시점. 내성장이 정체되거나, 내가 바라지 않는 모양으로 내가 변화해야 할 때가 온다. 이때 모두 전배를, 이직을, 퇴사를 고민하는 게 아닐까.
여기서 멈춰서 길을 다시 봐야 하는데,
여기서 내려야 하는데,
차선을 바꿔야 하는데,
갈아타야 하는데,
지금인데,
누가 쳐다볼까 봐,
어디선가 수군댈까 봐,
뒤에서 날 보고 웃을까 봐,
믿었던 가족들이 나에게 실망할까 봐,
뒤쳐진다는 불안감. 그건 내가 스스로 만든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