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im기자 Jul 10. 2018

오트라떼가 뜨는 3가지 이유

Swedish Lifestyle Analysis- (1) 귀리 음료


나는 평소 운동과 먹거리에 관심이 많은 편이었지만 스웨덴에 온 뒤 이곳 웰빙문화의 정신적 세례(?)를 받고 신세계에 눈을 뜨게 됐다. 때로는 강박적으로 보일만큼 철저한 스웨덴의 건강 문화와 트렌드를 소개한다.







스웨덴의 '스벅', 에스프레소 하우스.


스웨덴 카페 브랜드 중에는 소에가스(Zoegas), 에스프레소 하우스(Espresso House), 웨인스 카페(Wayne's  caffee)가 유명한데 그중에서도 에스프레소 하우스는 애증의 장소다. 1학기 대학원 수업에 Epistemology를 공부하면서 교수가 Swedishness를 selling point로 삼아 성공한 사례로 언급한 것이 에스프레소 하우스였기 때문이다.

 

헬싱보리에서 에스프레소 하우스 지점은 3곳. 모두 불과 도보 5~10분 내외인 거리에 몰려 있으니 스웨덴의 스타벅스라고 불릴 만하다. 에스프레소 하우스는 오트라떼 (메뉴판에 오트라떼가 적혀 있지 않을 때도 있지만 종업원에게 주문하면 된다. Tall 한 잔 가격은 44Kr, 한화로 5천 원 상당) 외에도 요구르트와 함께 떠먹는 귀리, 비트 주스에 귀리 낱알을 섞어 팔기도 한다.


이전부터 오트라떼가 핫하다는 말을 들어서 바닷가 근처에 있는 지점을 찾았는데 품절됐다고 한다. 종업원 말이 오트를 우려내는 데에만 4시간이 걸린다고 하니 손이 많이 가는 만큼 맛이 더 궁금해져서 다른 지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스웨덴에 여행 오셨을 때 오트라떼를 판매하는 주변 카페를 검색하고 싶다면 Oatfinder (https://oatfinder.oatly.com)를 이용해봄직 하다.


평소 설탕이나 우유를 타지 않은 아메리카노를 즐겨 마시는 편인데 스웨덴의 커피는 미국이나 한국보다 더 진한 원액이라 다소 쓴 편이다. 반면 당이 떨어지는 겨울에는 차이 라테, 초콜릿, 카페라테를 마시는 편인데 오트라떼는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부드럽고 구수한 곡물 맛이 부담스럽지 않으면서 커피 본연의 맛도 잃지 않은 느낌이다. 정말 마음에 들었다. Fika의 나라에 와서 하루 2~3번씩 아메리카노를 강제 흡입당하는 생활을 하며 조금은 커피 맛이 질리기 시작하던 차에 적절한 시기에 오트라떼를 만났다.



거품이 풍부하고 20여 분이 지날 때까지 표면 위의 부드러운 거품이 유지되기 때문에 거품 밑에 숨은 오트 향이 오랜 시간 동안 유지되는 편이다. 오트를 우려낸 맛일 텐데도 마치 입자를 분쇄한 것처럼 곱고 구수한 곡물 향이 느껴지지만 그렇다고 율무차처럼 텁텁하진 않다. 라떼 특유의 들큼한 우유의 끝 맛이 그동안 내가 라떼를 기피한 이유였다면 오트라떼는 그런 라떼의 약점을 보완한 느낌이다. 혀로 넘기면 건강한 곡물 맛이 깊게 감돌면서도 끝 맛은 깔끔하고 은은한 커피 향으로 마무리되기 때문. 질리지 않는 맛이다.



관심이 생겨서 찾아보니 요새 트렌드인지 스타벅스도 올초부터 뜨는 아이템으로 오트라떼를 밀고 있는 듯하다.

https://en.vogue.fr/beauty/nutrition/articles/why-starbucks-oat-latte-is-our-new-favorite-winter-drink/60209



스웨덴에서 오트라떼가 흔한 이유는 건강 문화와도 연관이 있는 것 같다. 스웨덴 마트에는 락토프리/저지방 우유부터 두유, 오트 밀크 등 다양한 제품군을 팔고 있다. 귀리가 칼로리가 낮은 대신 비타민, 미네랄, 섬유질이 풍부다이어트용으로 각광 받기도 하지만 스웨덴에서는 채식주의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편이다. 스웨덴에서 생산되는 귀리 품질이 우수해 해외 porridge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고 한다. 그외에도 동물권, 지속가능한 소비 (Responsible consumption)에 관심이 많은 사회인 것도, 소젖으로 만든 우유 대신 두유나 오트밀크 같은 대체음료가 꾸준하게 소비되는 이유 중 하나다. 아래는 최근 뉴욕타임즈가 조명한 귀리 열풍 트렌드에 관한 기사다. (두유와 아몬드 밀크의 시대에 작별(?)을 고하고, 오트 밀크의 전성기가 오고 있다는 게 요지다. 재치 있게도 썸네일 사진이 스웨덴 국기 색깔을 연상시킨다.)


https://www.nytimes.com/2018/01/19/style/oat-milk-coffee-oatly.html


오트 밀크를 25년째 생산하고 있다는 스웨덴 오틀리(Oatly!) 브랜드가 유명한 편인데 실제로 카페에서 이 상품을 라떼를 만드는데 종종 사용한다고 한다. 마트에는 오틀리에서 출시한 오트 밀크로 만든 아이스크림도 나왔던데 시식해보고 싶다. 주변에 채식주의자들이 많아선지 친구들 냉장고에서 이 제품을 심심찮게 봤다. 찾아보니 국내에도 오틀리 오트 밀크와 스내커를 수입 판매를 하는 쇼핑몰이 있었다.

 

Fika 분위기를 컨셉트에 잘 녹여냈다는 평가를 받는 Espresson House인데.. 글쎄. 개인적으론 Zoegas 같은 전통 있는 카페가 더 스웨덴스러움에 가까운 것 같다


귀리는 스웨덴뿐만 아니라 핀란드 등 다른 국가에서도 아침식사로 흔하게 소비되는데 핀란드 친구 집에 방문했을 때 먹은 귀리죽(Oat porridge)도 먹을 만했다. 링곤베리 잼과 곁들여 먹는데 제법 먹을 만하다.


철저한 비건인 친구 덕에 모두 유기농 식품이다. 오른쪽이 귀리 죽인데 링곤베리 잼(가운데)을 얹어 먹는다.


하지만 내가 진짜 귀리에 반하기 시작한 계기는 귀리 스내커(Oat Crisp Bread)! 20대 때부터 서울서 자취생활을 하며 각종 Fast food 맛에 길들여진 저질 입맛이라 체질적으로 건강식품을 멀리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처음에 스웨덴 친구가 '가정식'을 만들어 주겠다며 마트에서 귀리 스내커를 집어 들었을 때 적잖이 실망했다. 그런데 밋밋하고 입 천장만 까끌거릴 것만 같은 스내커가 담백하면서도 끝 맛이 고소했다. 한 면에 살구잼을 바르고 그 위에 kvarg cheese를 얹어 먹었는데...! 그 맛이...!! 건강한 곡물과 치즈 맛이 입에 한가득 찼다.

 

Wasa 귀리 스내커 브래드. (정말 강추합니다) 사진처럼 아보카도, 치즈, 토마토를 얹어 먹어도 좋다.


스웨덴 제품으로는 Wasa 브랜드가, (초대 국왕 구스타프 바사 왕의 이름에서 따온 듯 포장지에 노란 왕관 로고가 있다. ...여담이지만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부 장관이 바사 왕의 후손이라던데 공교롭게도 이걸 한참 적고 있는데 그가 사직했다는 속보가 떴다) 핀란드 제품 중엔 Finn Crisp가 유명한데 스웨덴 마트 진열대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브랜드다. 


맛과 건강,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귀리 식품. 북유럽에는 흔한 식단이지만 최근 베지테리언 붐이 본격적으로 일고 있는 한국에도 조만간 밥상머리 인기 아이템으로 자리잡지 않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코펜하겐서 BTS(방탄소년단) 발표한 사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