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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묵 Dec 06. 2024

어떻게 내가 사랑을

우리는 어떻게 사랑을


사랑은 늘 밖에서 시작한다고 믿었던 적이 있다. 누군가를 좋아하고, 그 사람의 말 한마디에 설레며, 그 사람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궁금해지는 것처럼 말이다.


하루를 살아내다 보면 사랑은 나로부터 시작해야 하고, 나를 중심으로 사랑의 무게를 재야 하는 걸 알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사랑은 밖으로, 밖으로 떠돌아다니고 흩어져가는 걸 바라보기만 해야 한다. 그런 일이 몇 번 반복되면, 단순히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의미의 사랑은 내가 발 딛고 서기에 비좁게 느껴지거나, 왜 사랑을 해야 하는지 회의에 빠지거나 둘 중 하나이다.


삶은 ‘왜?’라는 질문에 파묻히면 불행해진다. 왜 살아야 하는지. 왜 나는 다른 사람처럼 살 수 없는지. 사랑도 마찬가지다. 왜 사랑해야 하는가 따위의 의문은 어떤 수렁에 빠진 것처럼 우리를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한다. 사랑의 이유를 찾으려 할수록 사랑의 본질에 점점 멀어지고, 사랑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찾게 된다. 그래서 사랑이 미워지고, 스스로 사랑으로부터 멀어지게 한다.


이유를 알아야 사랑하는 게 아니다. 사랑에는 이유 따위 붙이지 않아도 그냥 그럴 수 있다. 내 앞에 놓인 것들을 아끼는 건 그 자체로 하나의 선택이다. 사랑하고자 했으니 귀여워서, 안쓰러워서, 미안해서, 혹은 고마워서. 사랑해 내고야 마는 것이다.


어떻게 사랑해야 할지 생각하다 보면, 우리는 결국 사랑하게 돼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간 걸어온 꼬불꼬불한 인생길바닥에 낙서처럼 사랑의 방식을 써내었다. 어느 날에는 책 속 문장이 마음에 들어서, 어느 날은 베갯잇에 젖은 눈물이 가여워서, 그리고 어떤 날에는 누군가를 온전히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어서. 떠오르는 날들을 붙잡아 가볍지만 지워지지 않을 낙서처럼 적어냈다.


어떻게 내가 사랑하게 되었나.

우리는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가.

조금은 더 가볍게 가볍게 나와 우리를 바라보자.

그럼 결국 어떻게든 사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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