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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묵 Mar 14. 2023

설레봄

수줍게 꽃을 주듯 건네는 마음에 설렌다.


 위 그림은 일면식도 없던 내게 누군가가 직접 그렸다며 선물했다. 이타적인 사람에겐 늘 설렌다. 타인의 행복을 보며 행복을 얻는 사람이 좋다. 여느 날 갑자기 찾아온 따듯한 봄바람을 맞이하는 듯해서 늘 곁에 두고 싶다. 이런 일이 있을 때면 내 몸 어딘가에 있는 사랑의 우물이 차는 걸 느낀다. 이번 봄에는 특히 사랑의 우물이 높은 수위에서 찰랑인다. 그림 선물뿐만 아니라 좋은 일들이 계속 생기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좋은 건 꾸준하게 글쓰기를 하며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거다. 글쓰기는 나 스스로를 되새김질하게 한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 좋은 삶을 살게 하고, 그런 노력을 하는 스스로에게 조금 유치하지만 조금 설렌다. 좋은 사람에게 좋은 걸 주고 싶은 마음이 자꾸 샘솟는다.


 한 번 봄에 설레보니 그렇지 않은 지난봄들이 더욱 대비 됐다. 지난봄 동안은 우물이 메말라 있었다. 조금이라도 찰라치면 바닥을 긁어서라도 어딘가 부어 내야 했기에 더욱 그렇다. 사랑과 마음이 주는 어떤 것이라도 그 의미를 가지고 견디기 버거웠던 걸까. 그래서 주어지는 사랑과 마음도 가치가 없다고 함부로 생각했나 보다. 좋은 마음이라 생각했어도 어차피 비워내야만 하는 마음이라 여겼다. 사랑과 마음은 아픔과 싫음이 됐었고, 날 설레게 하기보단 무디고 더뎌지게 했었다.  

 

설레는 마음을 담은 글에 위로받는다.


 마지막으로 손편지나 엽서 등을 선물 받은 적이 언제였을까? 곰곰이 되짚어 봐도 꽤나 계절 여럿을 보내야 했다. 그래서 더 감정을 콕하고 눌리는 것 같다. 짧은 글에도 설레는 마음과 위안을 잘 담을 수 있다. 일상 속에서 나라는 존재가 위안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아직 여려서 이런 짧은 글에도 설렘과 위안을 받는다. 그와 동시에 예전에 자주 듣던 <지친 하루>라는 노래도 들어본다. 별 것 아닌 힘내라는 말이 얼마나 마음의 별이 되는지 또 느껴본다. 일상에 봄이 찾아오려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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