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22일 모임.
1. 꿈 내용
중년여성과 그녀의 딸과 함께 유럽여행 중이다. 이탈리아의 어느 카페 야외 테이블에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중년 여성이 든 가방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핑크색 핸드백이 고급스럽다. 하지만 탐내지 않는다. 나는 로츠몬트라는 곳이 진짜 있냐며 중년 여성에게 묻는다. 중년여성은 지도를 보여주며 있다고 한다. 함께 그곳으로 대자연으로 간다. 강을 건너고 도심을 지나 바다 위에서 유유히 떠다닌다. 새로운 젊은 여성이 하늘에서 등장한다. 돌아가서 해결해줘야 할 일이 있다고 부탁한다. 소떼들이 우리에 갇혀 고통받다가 사람들과 대치하는 상황이 그려진다.
2. 꿈 내용 투사
“나는 유럽에 와있다. 길 한편에 마련된 테이블 자리에 나이 든 여자와 여자의 딸과 함께 앉아서 편안하게 대화를 나눈다. 여자의 가방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가방이 예쁘다느니 이런 스타일도 나왔구나 사사로운 대화다. 난 지도에서 로츠몬트? (잘 기억 안 난다)를 가리키며 이게 진짜 있냐고 묻는다. 여자는 있다고 한다."
나는 실제로 유럽에 가본 적이 없다. 다만 유럽여행에 대한 로망과 소설 속 세계관 배경이 유럽이다. 그곳에서 멋진 가방을 가지고 있는 중년 여성의 등장은 반가운 부분이다. 경험이 더 다채롭고, 삶의 여유가 느껴지는 여성성이 발현되고 있다는 것으로 다가온다. 그런 여성과의 사사로운 대화. 항상 무겁고 진지한 마음이 디폴트였지만 그런 것들을 모두 이겨내고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고 느껴진다. 그래서 중년의 에너지를 필요로 했을까. 세월이 지나 그러려니 하는 마음. 현재의 고통이 아닌 이미 지나간 상처이고 더 이상은 비련의 여주인공이 아닐 수 있는 그런 에너지 말이다.
“천장이 달린 작은 전동배를 타고 대자연을 구경한다. 오른쪽으로 희한한 조형물들이 있었고 좀 더 지나니 아마존이 생각나는 풀들이 무성한 붉은빛의 강이 보인다. 앞에서만 잘 보여서 여자에게 보라고 내 쪽으로 당겼지만 순식간에 골목으로 변하고 배는 바퀴 달린 차가 되었다. 골목에는 오소리 같은 작은 동물들이 곳곳에 있다. 사람들도 꽤 보인다. 동물들이 치이지 않게 잘 피해 가다 보니 나는 어느새 커다란 튜브 위에 앉아있다. 깊은 바다 위를 둥둥 떠다닌다. 튜브를 내 마음대로 조종하기가 쉬웠다. 드디어 혼자 있구나. 잠시나마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긴다. 근데 혼자서는 좀 재미없다. 여자를 찾아 사람들이 모여 구경하는 작은 콘크리트 건물을 향해 간다. 여자는 어느새 친엄마의 모습으로 바뀌어있다”
꿈속 자아는 여러 교통수단을 이용해 대자연을 누빈다. 나만의 이상 세계 혹은 더 깊은 무의식의 형태. 야생 그 자체의 모습으로 보인다. 강에서 바다로 이어지는 자연의 섭리를 보여준다. 그런 본원적인 에너지에 다다르니 중년여성은 친엄마의 모습으로 바뀐다. 엄마의 자궁과도 같은 곳에 도착했다고 생각된다. 내용에는 없지만 운전기사는 말했다. “사람들이 망쳐놨던 거 잘 관리하고 있었어요.” 내 안에 침범했던 사람들의 흔적. 상처가 잘 아물었다고 보인다.
도심에는 작은 동물들과 사람들이 공존하며 지내고 있다. 나의 자유롭고 본능적인 에너지가 아직은 작고 움츠러들어있는 형태지만 더 이상 상처받지 않게 잘 피해 가고 보호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
“하늘에서 커다란 튜브가 내려온다. 그 위에 젊은 여자가 있다. 연예인같이 예쁘다. 조보아를 닮았다. 여자는 나보고 돌아가야 한다고 한다. 자기를 작년에 힘들 때 보지 않았냐며 간곡히 요청한다. 소들이 괴롭힘을 당하다 결국 떼를 지어 돌격할 예정이고 사람들은 그들을 막으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거라는 예고였다. 그 장면이 눈앞에 보인다.”
젊은 여자의 등장은 비범하고 진귀하다. 신의 명령을 전달하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한다. 연예인의 이미지가 연상된다는 것. 연예인은 만인의 이상형이다. 이 이상적인 존재는 다시 한번 이곳은 현실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있다. 나는 다시 돌아가야 할 곳이 있고, 그곳이 폭력적이고 파괴적인 형태로 바뀌고 있다는 위기를 알린다. 상처를 돌보기 위해 내면 공부에 힘쓰고, 여러 모임을 다니며 현실은 잠시 미뤄두었던 것이 생각난다.
소들의 존재는 한동안 고민거리가 되었다. 그들은 왜 도심 한복판에 발이 묶여 고통받고 있는 걸까. 그들이 있어야 할 곳은 오히려 이 대자연이다. 모임 때는 어딘가에 묶이고 정착할 수 없는 마음. 직업과 이성에 관련하여 지극히 현실적인 부분에 더 마음이 갔다면 지금은 창조적인 에너지에도 초점이 맞춰진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상상을 하는 일이 당장의 현실에는 도움이 되지 않아 중단됐었다. 항상 취미로만 생각하며 뒷전으로 미루고 살았다. 이 에너지를 발산해야 하는데 엉뚱한 곳에 묶여있으니 소들은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겠다. 야생의 소들은 이동하는 힘이 강하지만 지금 주목해야 할 것은 왜 이동을 하는 가이다. 그들은 살기 위해 이동한다. 더 풍족한 자원이 있는 곳을 향해 목숨을 건다. 그것은 바꿀 수 없는 그들만의 소명이다. 나의 소명은 무엇인가. 나는 무엇을 하기 위해 태어났나. 근본적인 부분이 건드려진다. 이 꿈을 꿨던 시기는 글쓰기 모임에 다녀온 직후였다. 그 안에서 나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 마음이 갇혀있던 소떼를 발견하게 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멀리까지 이동할 수 있는 힘, 떼를 이루며 이끄는 힘. 중학교 시절부터 작가의 꿈을 가지고 지금까지 놓지 않고 있던 나의 소망을 꿈을 통해 보게 되었다.
3. 마무리하며
다양한 세대의 여성이 나오고, 멋진 대자연의 세계가 펼쳐지는 꿈은, 오랜 시간 품어온 소망을 보여주기도 하고 내 안의 여성성을 고민하게 만들었다. 나는 자연을 누비는 역동적인 에너지를 지녔고, 야생 소의 본능과 비슷한 창조적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이 창조성은 오래전 여성들에게는 허락될 수 없던 에너지였다. 자신의 이름을 숨기고 작품을 내보여야 했던 시절. 나는 그런 현실과 비슷한 시기를 겪고 있었다. 이직할 곳을 알아보기도 하고, 좋아하는 일을 그저 묵히며 지냈다. 기득권 세력에 어쩔 수 없이 무릎 꿇어야 했던, 순응하는 여성성이 보인다. 그런데 이제 핍박에도 불구하고 뚫고 나오려는 의지가 생겼다. 취미였던 일을 업으로 삼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경제적 고난이 찾아올 수 있고, 외부의 질타를 받을 수도 있다. 수많은 재능 있는 사람들을 보며 상대적 박탈감도 느끼겠다. 외부 압박은 소들을 인정사정없이 학살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현실에 발을 딛고 내면을 잘 통제한다면 충분히 이겨낼 수 있음을 꿈을 통해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