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와의 생각 교환일기(14) '남은 4개월'

열네 번째, 2021년이 4개월 남았다. 꼭 해보고 싶은 것은?

by 채원



시어머니 명희의 4개월 남은 2021년


노인들의 '시계'는 매일매일 움직임을 원하는 것이다. 2021년, 올해, 남은 기간 이런 단위로 말하지 않는다.

정성을 다하여 오늘을 위대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움직임도 위대하고, 말하는 것도, 식사하는 것도 모든 것이 기적이라 하지 않는가...

나 또한 채원이랑 함께 하고 있는 시어머니와의 교환일기도 기적(?)이다. 손의 떨림이 있다면 어찌 쓰겠는가. 언제나 강건함에 감사하면서...


해보고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영어 free talking이랄까.. 나의 숙원이다.


1989년 5월

남편은 이탈리아로 연수를 떠났다. 영어(언어) 소통이 잘 안되므로 회사에서는 현지 유학생을 통역사로 배려해주었다. (영어, 이탈리어 가능) 연수간 회사에서는 본인이 했지만 이해가 잘 안되고 알아듣기 힘들었다고.

내가 좀 더 발전하고 큰 세상으로 가기 위해서는 언어가 필수라고 말했던 남편. 앞으로는 외국어를 많이 할 줄 아는 자만이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었다.


작가이자 번역가인 '이윤기'의 말이 생각났다. 내가 번역을 하는 것은 한국인이 다른 나라의 문화나 관습을 몰라서 수치당하고 무시당하는 것을 볼 수 없기에 조금이나마 득이 되리라 믿고 번역한다 했던 말. (지금은 작고 하셨지만) 그래서 나는 영어의 필요성을 간절히 느끼는 사람이다. 지금이야 모두들 free talking을 많이 하지만... 아들과 자부도 해외 연수를 마쳐서 잘하고 있다. 그것으로 나는 행복하고 좋았다. 대리만족이랄까...

비록 나는 늙었지만 모친의 열정을 이어받았는지 열심히 살고, 열심히 冊보고, 열심히 글 쓰고, 열심히 흥분하면서 산다.


나 Myung Hee

이 세상 떠날 때 영어로 멋있게 나의 마음을 적어서 나의 손자, 손녀에게 줄 것을 생각하면서 열심히 배울까 한다. 열심히 하고 있다. 계속하다 보면 free talking 도 가능하지 않을까 기약해 보면서...


큰 외손자가 13살, 친손자가 2살.

친손자가 13살쯤 되면 free talking이 가능하겠지 생각해보면서...

살아 있다면... ㅎㅎㅎ


2021년 8月 26 (7月19) 木

明熙


시아버지 이탈리아 연수 때 사진 (파리, 베네치아 등)


시어머니 명희의 글 원본






며느리 채원의 2021년 9,10,11,12월



생일이 8월 31일이라 8월을 좋아한다. 숫자가 주는 안정감이 좋다. 8, 3, 1. 위아래 비율이 같다. 내가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생일이라는 숫자를 보며 자주 한다. 생일은 특별하지 않아도 그냥 사랑하는 주변 사람들의 축하를 받으며 여느 때와 같을 수 있으면 좋겠다. 보통 상반기와 하반기를 생각하고 남은 한해를 체감하는데- 나는 내 생일 기준으로 남은 해를 실감한다. 입추가 지나 언제 무더웠냐는 듯이 시원한 한줄기 바람이 불고, 9월은 더워도 왜인지 매우 가을 같아서 하루 차이로 가을이 성큼 온 것 같아 기분이 좋다.


계획을 높고 치밀하게 세우는 스타일은 못 된다. 실패를 하거나 지나친 계획에 만족하지 못할 때 오는 자책감이 더 나를 힘들게 하기 때문이다. 큰 방향에 대한 생각만 가지고 상황에 맞게 채워가는 게 더 잘 맞는다. 새해를 맞이 할 때도 마찬가지다. 차근히 내가 해 갈 수 있는 것을 해보되,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은 끊임이 없을 것.


올해를 시작할 때는 처음으로 아이와 함께였다. 막연한 출산과 육아를 시작해야 한다는 설렘과 두려움을 가졌던 작년과는 다르게 2021년은 시작부터 한참 하루하루 다르게 성장하는 아이와 함께였다. 코로나19로 어린이집도 못 보내는 시기라 과연 '나'를 조금은 찾을 수 있을까 고민이 되었다. 아이와 함께하면서 조금씩 꾸준히 내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생각한 게 글쓰기였고, 시어머니와의 또 다른 소통을 할 수 있는 길이었다. 다행히 계획대로 꾸준히 한 달에 2편씩 연재를 하고 있다. 사실 욕심을 부리자면 다른 매거진으로 아이의 육아일기를 다른 시각으로 정리하는 글들을 올리고 싶었는데, 이 이상의 시간을 가지는 게 생각보다 어렵다. 하루 24시간이 나에게는 다르게 나뉘는 기분이다. 남은 2021년 동안에 시작을 한다면 또 이어갈 수 있지 않을까?


작년에는 전혀 생각 못 했던 캠핑을 시작한 것과 같이 새로운 일이 툭툭 던져지는 남은 한해겠지만, 계획은 늘 하되 잘 안되던 출산 후 안 빠진 3kg를 남편과 함께 뺀 것처럼 느리게라도 하나씩 해나가면 내년을 맞이 할 힘을 가지는 2021년의 끝자락이지 않을까 싶다. 둘째에 대한 계획과 둘째가 생김에도 '나'를 부여잡을 수 있는 활동들을 고민하는 남은 한 해가 되어야겠다. 가족의 안녕과 평화에 이토록 행복함을 느끼는 요즘이 지속되는 남은 한 해가 되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