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여섯 번째, 인생 영화나 드라마가 있나요?
나의 소녀 시절 기억 한 모퉁이를 차지하고 있는 영화는 ‘리칭’ 주연의 <스잔나>다. (1970년 개봉)
홍콩영화인 <스잔나>는 한 남자를 사이에 두고 이복언니와 서로 경쟁하는 관계를 이루면서 애증과 갈등 사이에서 방황하는 슬프고도 애절한 story의 영화다. 언니의 남자친구를 자기의 연인으로… 그러나 스잔나는 뇌종양으로 시한부 생명을, 6개월이라는 시한부 기간만 살아야 하는 비련의 주인공이 된다.
그 당시 인과응보 영화다. 시한부 생명 드라마의 원조(?) 다 하면서도 흥행에 성공한 영화였다.
스잔나를 관람하기 위해 서울로 향했던 소녀 myunghee. 그 당시 피카디리 극장에서 표 구매하기는 하늘의 별따기였다. 아름다웠던 소녀 시절 기억 한 모퉁이를 차지하고 있는 영화다. 인생이란 정성으로 올바르게 살아야 하는구나 하고 생각했던 그 시절이 떠올라서 고맙고 감사했다.
<Good bye my friend>
1996년 8월 개봉한 10대들의 우정을 다룬 영화다. 호암 아트홀에서 아들과 관람한…. 1996년에 늦둥이로 낳은 아들은 10살 초등학생이었다. 여름방학을 맞이한 아들에게 “1학기 동안 공부하느냐고 수고했으니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말해보라고, 아들은 꼭 봐야 할 영화가 있다고 했다. <Good bye my friend> 자기와 같은 소년들의 이야기라고…
지난해 겨울 방학에는 햄버거를 사달라고 하더니 6개월이란 시간을 더 살아온 아들은 생각이 깊어진 것 같았다.
아픈 친구를 위하여 씩씩하고 용감하게 치료약을 구하러 떠나는 내용의 영화를 본 아들은 ”엄마 아프시면 안 돼요. 아프면 가족 모두 슬프니까” 어린 아들은 아픈 쪽에 더 무게를 두어서 관람한 것 같았다. 아들은 참 생각이 깊었던 그런 소년이었다. 아들과 관람했던 그 영화도 나의 기억 모퉁이에서 서성이고(?) 있다. 나에게 행복한 마음을 채워주면서…
<말모이> mal. mo.e 사전 2019. 1월 9일 개봉
나의 손자 영인이와 관람한 영화다. <스잔나>, <Good bye my friend>와는 다르게 주인공이 사람이 아닌 ‘우리말’과 ‘글’이다. <말모이> 영화는 1940년 일제 강점기 우리말이 금지된 시대 우리글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시대에 평범한 사람들의 말과 마음들이 모여서 우리말 사전 ’말모이‘를 편찬한 이야기다.
일제의 탄압과 위협 속에서도 우리말을 모으는데 목숨 걸고 희생하신 분들이 계셨기에 자국의 사전을 소유하고 있는 20개 국가 중에 한나라라 한다. <말모이> 대사 중에 “한 사람의 열 발자국 보다 열 네놈의 한 발자국이 더 낫지 않겠어” 이 말을 손자 영인이에게 설명해 주었다. 협동정신, 여러 명의 힘을 합치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고… 손자 영인이와 팝콘을 먹으면서 관람했던 <말모이>. 발전한 나라에서 10년 정도 살아온 손자에게는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지는 알 수 없지만 <말모이>를 본 손자는 “할머니 세종대왕이 계셔서 우리말과 글을 쓰는 거라고 배웠어”
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선조들의 업적에 숙연해졌다. 우리는 지금 우리말과 글을 사용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살아가지만 <말모이> 영화가 끝나고 얼마나 수많은 분들의 노력과 희생이 있었는지 다시 생각해 보았던 뜻깊은, 의미 있는 영화였다. 나의 손자 영인이는 현재 해방된 조국, 발전된 조국에서 살아가고 있어서 너무너무 감사하다.
“글은 민족이요, 글은 민족의 생명입니다.”
<말모이> 영화 속 대사가 이 글을 쓰는 내내 아른거렸다…!!!
-명희-
“인생 드라마나 영화가 뭐예요?”라는 질문에는 항상 음… 하며 생각을 하게 된다. 당장 생각나는 것이 없어서이다. 드라마, 영화, 책들을 보면 한동안 그 이야기에 빠져서 한참을 허우적거리기를 일쑤인데- 막상 저러한 질문에 탁 내놓을 만한 게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정한 나의 대답은 “그때그때 달라요~”
생각해 보면 드라마보다는 영화, 영화보다는 애니메이션에 더 여운과 감정을 싣는 것 같다. 드라마는 호흡이 길어서 잘 못 챙겨보는 편이고 영화는 ‘이야기에 대한 고민을 할 시간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래서 보통 가슴이 미어지거나 잔상이 오래 남는 것을 골라봐서인지 한동안 곱씹다가 뱉는다. 반면 애니메이션 anyway happy ending 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렇게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이후 어떻게 행복하게 살았을까를 상상하는 시간이 더 좋다.
그래서 골라본 나의 인생 애니메이션은 <UP>이다. 할아버지 칼은 사랑하는 할머니 앨리가 세상을 떠나고, 둘 만의 추억이 깃든 집이 철거 대상이 되자 더 예민해진다. 집도 추억도 잃을 수 없던 할아버지 칼은 죽기 전, 앨리와 함께 떠나기로 했던 모험을 ‘집’과 함께 떠나기로 한다. 집에 풍선을 매달아 떠나는 무모하지만 아름다운 ‘모험’을 떠나는 칼과 귀여운 불청객 러셀, 더그의 이야기는 보는 내내 행복하다. 영상의 색감, 음악, 쏟아내는 이미지들이 너무 사랑스러운 애니메이션이다.
Adventure is out there!
앨리를 추억하며 보내는 일상에 젖어있던 칼에게의 여행은 ‘앨리와 함께한 삶 자체가 모험’이었었다는 깨달음과 ‘새로운 모험을 떠난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는 의지가 주었다. 그래서 우리에게도 녹이고 싶었다. 남편의 인생작이기도 했던 <UP>에 영감을 받아 결혼식을 꾸몄었다. 우리가 늘 함께 하게 될 앞으로의 삶에 새로운 기쁨과 행복을 놓치지 말자. 우리가 함께하는 삶 자체가 전부 멋진 모험일 거야 라는 생각으로.. :)
최근에 나에게 충격을 준 작품은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이다. 아무 생각 없이 보기 시작했다가 처음부터 끝까지 “와- 너무 재밌다!”로 끝났던 애니메이션. 새로운 스파이더맨인 ‘마일스 모랄레스’가 흑인인 것도, 멀티버스라는 설정도 흥미로웠다. 첫 장면부터 흐르는 Post Malone의 Sunflower는 아주 찰떡이었다. 다양한 멀티버스에 대한 상상과 이해도가 생기고 전통적(?)으로 만들어 놓은 ‘피터 파커’라는 스파이더맨이 달라질 수 있는 기회와 달라져야만 하는 현재에 적절한 타격이었다. 마블을 사랑하지만 <스파이더맨:뉴 유니버스>는 충격적이게 재밌었다. 최근에 개봉한 후속작 <스파이더매니: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를 못 보고 있어 매우 아쉽기만 하다. 조만간 덜 피곤한 상태로 빠른 육퇴를 하는 날 그 마무리를 하리라! ‘스파이더 맨’ 하나만으로 눈을 반짝이게 했던 이 애니메이션은 꽤 오랫동안 제일 재밌는 애니메이션이 될 것 같다.
나의 애니메이션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래하와 래나가 커서 같이 수다 떨며 애니메이션을 볼 날을 꿈꾸게 된다. 아이들은 어떤 감상을 해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