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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 Jul 23. 2024

상담 부작용

상담을 네 번정도 받은 것 같다

그 결론은 늘


어린날 상처 받은 나를 알아줄 것

나의 감정을 수용해줄 것

내가 원하는 것을 들어줄 것

내가 나를 사랑해 줄 것


같은 내용이다


근데

그거 어떻게하는거지?



시골에서 없는 집 맏딸로

온갖 핍박을 받고 자란 엄마와

별 다르지 않게 서툰 아빠 밑에서

나는 상처입었던것 같기도하고 아닌것 같기도 하다

상처입었다는 말조차 꺼낼 수 없었던 것은

늘 엄마의 상처는 누구도 이길 수 없었으므로.


또한 어떤

부모와 자식이라해도 상처없이 살아낼 수 있을까?

과연 나의 상처는  남들보다 큰 것일까?

나는 늘 나의 상처를 확신할 수 없었다


상담을 받으며 모든 감정이 들쑤셔졌다

내 마음을 읽어주는 사람 앞에서

나는 떼쓰는 아이처럼 모두를 원망하기 시작했다

(이 사람은  내 얘기만 듣고

모든 상황을 판단하고

있는건데 과연 이게 맞나?

상담을 받으면서도 의문이 들었다)



언니와 남동생사이

끼인 둘째로 자라며

상황에 맞추어 사는것은 내 주특기가 되었다

열살이나 차이가 나는

동생을 돌보는 것으로 내 존재감을

 형성했으리라

늘 필요한사람이 되어야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초등학생때까지 엄마 쭈쭈를 만질 정도로

엄마가 나를 오래 품에 안아주긴 했지만

상담사님이 말하는

존재만으로 귀하다는 경험이 초등이후부터는 충분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기독교다

 기도도 열심히 하고 말씀도 열심히 들으면서 존재만으로도 귀하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인식하고 있다 스스로도 그렇다고 생각은 한다


허나 구체적으로 나를 어떻게 대해줘야할지

나의 욕구와 상대의 욕구가 충돌했을때 어떻게 그 저항을 이기고 나의 욕구를 관철시킬 수 있는지 알지 못한다


어떨 때는 그 서투름 덕에 착한인간 손해보는 인간 코스프레를 하다가 그게쌓여 지독하게 폭발하는 순간이 오는 걸 보면 막상 욕구를 잘 읽고 그때그때 해결하는 사람이 훨씬 선한 사람이다


이 주전엔 엄마와 싸우고

어제는 남편과 싸웠다


상담 이후에 일어난 일이다

모른척 지나갔던 마음들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계속 거기있었는데 이제야 알아보냐고 아우성쳤다



괜히 상담받았나

나는 어제 밤새 앓았다


엄마도 남편도 내가 휘두른 말에

마음도 몸도 아파하고 있다


내가 내 나름대로 추스리고 살아왔던 마음들이 가시가 되어 나의 날들을 ,나의 소중한 사람들을 공격하고 있다


이 터널을

무사히 지나갈 수 있을까


결국 우리 모두는 매 순간 서툰 채로

지나 봐야지만 선명해지는 안개 속을 헤매이며 사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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