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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 Jul 22. 2024

초록이 초록에게

사랑하는 초록아

오늘까지 무사히 도달한 너를 꼭 안아주고 싶다

그것만으로도 너는 너무나 훌륭하다고 도닥여주고 싶어


아침에 정말 몸을 일으키기도 힘든 무기력과 불안 속에서도 아이들을 깨우고 사과를 깎았잖아. 어쩜 그럴 수 있었니? 게다가 김밥까지 말았다고?

어후 절레절레 대단해.


 물론 햄 단무지 계란뿐인 조촐한 김밥이지만 그게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거라고 아이들이 말해주잖아 ㅎㅎ그럼 최고의 김밥이지 뭐.


아이들이 나가는 걸 보고서야 다시 무서지듯 누웠지. 그리고 새롭게 하소서를 본 것도 아주 잘한 일이야. 넘어졌다 일어난 사람들의 이야기, 하나님이 붙들어 세우시는 이야기는 널 힘나게 할 거야.


씻는 일은 왜 이렇게도 힘이 드는 걸까? 그래도 결국 몸을 일으켜 씻었잖아. 멋져 멋져.


그리고 남편 일어나면 먹을 국까지 끓이고서야 상담을 받으러 나섰지.

상담을 받는 일은 때로는 필요한 거 같고

때로는 의미 없어 보이긴 해.


 오늘도 눈물 흘렸다가 냉정해졌다가...

많은 이야기를 하는 동안 나는 이 얘기를 왜 하고 있나 하고 생각했지?


그리고 끝내 결론은

1. 스스로의 감정을 잘 알아줄 것

2. 감사한 일 3가지 칭찬할 일 3가지 를 매일 찾을 것

3. 점점 더 본인에게 더 신경 써줄 것

이런 것들이었지

뭐랄까  힘이 좀 빠졌을 거야.

에게게.

긴 시간의 이야기 끝에 결론이 이런 것뿐이라니.

결국 나의 이야기들은 그저

아이들의 어리광처럼

한심하고 나약하고 쓸모없는

언어낭비 같은 거 아닐까?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번 해볼까 해.

매일 해보면 뭔가 조금이라도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새싹 같은 기대가 피어났거든.


아 참 무의식적으로 입꼬리를 올리라는 말씀도 하셨어. 너무 별거 없는 이야기라 흠 뭐 그런 조언까지 하시나 생각했지만 집에 오는 길에

잠깐 해봤는데 어라? 나쁘지 않은 기분.


어쩌면 행복이라는 것이 이토록 사소해서

방법마저 사소해

그동안 행복을 찾지 못했는지 몰라.


초록아


너는 행복해질 거야

아니 이미 행복하고  

그 사실을 네가 알아차리게 될 거야


오늘도 걷고 웃고 말하는 네가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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