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은 1989년에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를 썼는데요. 35년 전 혜안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주변에서 퇴사하면 새로운 문이 열리니 두려워 말고 달리는 기차에서 뛰어내리라고 말합니다. 그 말을 믿지만 아직은 굳이 그러고 싶지는 않더라고요. 《나는 4시간만 일한다》에서는 해고당하는 게 행운이라고까지 말합니다. 한국에서도 다양한 삶을 누린다고는 하지만 제 주변에서는 못 봤고요, 이번 덴마크에서 새로운 세상을 맛보았습니다.
워홀(Working Holiday, 워킹홀리데이)은 들어봤는데 워크어웨이는 처음 들어봤습니다. 워홀은 비자도 받아야 하고 나이 제한도 있다고 들었어요. 워크어웨이는 조금 다른 개념인데요. 하루 4시간 정도 일하고 돈을 받지 않는 대신 숙식을 무료로 제공받습니다. 농장이나 게스트하우스 같은 곳에서 일손 도움을 받고, 숙식을 제공하는 상부상조 개념입니다. 어떻게 보면 카우치서핑(Couchsurfing)과 비슷하지만 일을 한다는 점에서 더 당당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덴마크 섬에서 워크어웨이를 마치고 돌아온 일본인 미쿠가 소개한 호스트 집에 한국인 에이미가 3주 동안 체험 중입니다. 호스트가 정성스럽게 음식을 제공하고 영어도 많이 배우고 가라고 했다니 부럽네요. 다만 4시간의 육체노동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고 하니 참고하세요.
요즘 《Top Five Regrets of the Dying》을 읽고 있어요. 이 책의 저자도 직장생활을 하다 진정으로 좋아하고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 낯선 곳으로 떠났고, 말기 환자를 돌보는 일을 시작합니다. 거주지를 정하지 않고 환자의 집에 머물기도 하는데요. 카우치서핑, 워크어웨이, 환자 돌보기 등 꼭 내 집이 있어야만 삶을 누리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디지털노마드처럼 떠돌며 살고 싶기도 하네요.
일본에서 온 요코와 자주 대화도 나누고 밥도 먹었는데요. 까면 깔수록 양파 같은 매력덩어리 그녀의 직업은 글로벌 N잡러였습니다. 1인 기업가 프리랜서로 고객에게 의뢰받아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예를 들면 일본에 있는 신부가 호주에서 결혼하고 싶다면, 요코가 호주에 가서 모든 준비를 해서 성공적인 결혼식을 제공합니다. 호주에 연고도 없는 일본인이 영어를 못해도 편하게 꿈같은 해외 웨딩을 하는 거죠.
휘게(Hygge) 컨설턴트인 요코는 일본에 휘게를 접목하려는 기업에 컨설팅을 제공합니다. 덴마크에 와서 인터뷰도 하고 정보도 업데이트하고요. 또 덴마크에 일본인을 초대해 덴마크 투어를 제공하는 투어가이드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글로벌하게 일하는 그녀는 여행 다니며 일을 즐기는 삶을 누리는데요. 덴마크에서도 혼자 여행 다니는 그녀가 부럽고 멋있습니다.
영어 코스에서도 덴마크 기업의 리더십이 궁금해 영어 선생님에게 자료를 받아 늦게까지 공부하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네요. 호기심과 열정 가득한 그녀를 또 만나고 싶어요.
덴마크에서 만난 웨이는 대만 사람입니다. 그래서 과정이 끝나면 대만으로 갈 줄 알았는데 일본으로 간다고 해요. 왜 일본으로 가냐고 하니 일본에 있는 대학의 교직원이라고 하네요. 외국의 대학에서 직원으로 일하는 게 쉽지 않을 텐데 말이죠. 웨이는 일본에서 대학을 다녀 자연스레 일본에서 일하며 앞으로도 계속 일본에서 일할 것 같다고 합니다.
덴마크 영어 연수를 온 이유는 영어를 배워 일본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일하고 싶어서라고 합니다. 디자인을 전공했으니 덴마크에 있는 학교에서 일하며 일본이나 대만에서 온 학생들을 관리해도 되겠다고 제가 농담으로 말했는데요. 충분히 가능한 꿈이죠.
제가 다니는 직장은 본인이 원해서 면접만 통과하면 해외 다른 도시에서 일할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 시드니로 리로케이션한 동료도 있고, 중국에서 시드니로 온 가족이 옮겨와 시민권을 받은 동료도 있습니다. 저도 손들면 어려운 일은 아닐 수 있습니다. 여러 핑계를 대며 행동하지 않지만요. 이제는 글로벌화가 일상이 되었고, 그래서 자녀를 글로벌 시티즌으로 성장하게 도와주는 부모도 많은 것 같아요.
한국에서도 다양한 삶의 방식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제주도에서 게스트하우스를 동업으로 운영하며 한 분기만 일하니 세 분기는 세계여행을 하며 취미를 즐기는 사람도 있다고 하더군요. 클럽메드의 G.O(Gentle Organizer)는 리조트를 옮기며 근무한다고 해요. 일하며 놀고, 놀며 일하는 직업이 많아요. 스스로 한계를 정하고 벗어나지 않으려고 애쓰지 말아요. 정말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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